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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진영발 대선 경선연기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지 하루만인 7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공개 반발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당내 대선주자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정성호(경기 양주)·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 등 뿐만 아니라 중립 지대로 분류되는 이탄희(경기 용인정) 의원도 "경선연기론 자체가 국민들에게 딴짓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재수 주장 조목조목 반박한 민형배 "정치적 도의 어긋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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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경선연기론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민형배 의원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경선연기는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닙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전날(6일) 친문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이 제기한 대선경선 연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 의원은 "(경선연기론을) 압박하듯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어 보인다"라며 "자칫 당을 분열로 몰아넣고, 주권자 시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자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민 의원은 먼저 "전 의원이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경선을 하면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정치 혐오에 무릎 꿇는 자세처럼 보인다"라며 "민주당 경선은 시끄러운 싸움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비전을 놓고 경합하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헌·당규를 고쳐 국민의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선을 하는 게 되레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라며 "게다가 그 시기는 정기국회 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또 정부가 집단면역의 목표로 제시한 11월 이후로 대선 경선을 미루자는 전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코로나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일종의 '상수 위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전 의원이 '국민의힘의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는 주권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국민의힘이 이전투구 싸움을 시작할 때 민주당은 오히려 두 달이나 먼저 오직 주권자 시민들만 바라보며 '마음을 얻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멀뚱멀뚱 쳐다볼 필요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선연기는 선거를 공학으로만 접근하는 하책"이라며 "경선연기론이 더는 번지지 않도록 하는 당 지도부의 조치와 역할을 기대한다"고도 촉구했다. 민 의원은 "우리 당이 새 지도부를 구성한 지 한 주도 채 지나지 않았기에 지금은 전열을 정비하고 탄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소모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블랙홀을 만들 때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모두 거친 민 의원은 친문 진영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가장 먼저 표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4 정성호 "특정인 배제냐"... 초선 이탄희 "딴짓으로 비쳐"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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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계 의원들의 좌장격인 4선 정성호 의원도 "원칙을 망가뜨리는 건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길이라 생각한다"라며 경선연기론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TBN 라디오 '육각수의 출발 경인대행진'에 출연해 "민주당 당헌에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180일 전에 대선 후보를 확정하도록 돼 있다"라며 "경선연기론은 명분도 없고, 따져보면 실리도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저 당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당헌을 또 저렇게 바꾸는구나'라고 할 수 있다"라며 "결국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당초 일정대로 오는 9월 초순에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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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 초선 그룹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이탄희 의원 역시 경선연기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선연기론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런 논의 자체가 국민들한테 딴짓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선이 나가오기 때문에 이제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얘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오는 9월 10일) 전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전날 친문 진영에서 경선 일정을 미루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처음 나오면서 여당 대선 레이스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관련 기사]
"경선 연기" 공개 촉구한 친문, 반발하는 이재명계... 충돌 조짐 http://omn.kr/1t4qf

태그:#민형배, #전재수, #대선경선연기, #이탄희, #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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