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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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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9시 50분, 여당 출입기자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이름의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오늘 아침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보도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약 30분 뒤, 이번엔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설명했다.

"앞으로는 개별 의원보다는 (민주당) 부동산특위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다. 또 미협의정책이나 추측성 보도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여러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 (비대위원들의) 공감이 있었다."

비슷한 시각,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사회 불평등의 한 축인 부동산 자산 불평등 관련해서 '부자들 세금 깎아주자'는 방향으로 의견들이 나와서 상당히 좀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은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말했다.

"민주당은 자산 불평등 격차의 문제가 소득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한 다주택자 문제에 관해서도 부동산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는 얘기는 공식적으로 나간 적이 없다."

이날 단 하루, 몇 시간 동안 여당이 '종부세 완화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얼마나 분주했는지가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민주당이 '원칙'(종부세)과 '현실'(부동산 가격 상승, 세금폭탄 논란) 사이에서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담긴 상황이기도 하다.

선거 패배 뒤에 남은 건 종부세 논란... 당 안팎에서 비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부동산특위 구성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부동산특위 구성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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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민주당 안팎에선 '부동산 민심'을 결정적 패인 중 하나로 꼽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해법을 두고는 엇갈렸다. 

공급도 공급이지만 공시지가 상승 등에 따른 '세금폭탄'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또다시 종부세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권주자 중 한 명인 홍영표 의원은 14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종부세는 (과세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릴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또 20일에는 김병욱 의원이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19일 참여연대는 "올해 공시가격에 따르면 서울의 공동주택 중 9억 원을 넘는 곳은 16%, 전국 기준으로는 3.7%에 불과하다"며 "종부세 약화는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 등 12개 단체는 22일 성명에서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 조짐을 두고 "원칙 부재가 불러온 (선거) 패배 이후 원칙 없는 수습으로 치닫는 형국"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반발이 거세졌다. 진성준 의원은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는 결국 집값을 못 잡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이것을 먼저 논의해야 하는데, '당장에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 부담도 커졌다. 깎아줘야 한다'는 논의가 먼저 나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종부세 완화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공유하며 "동의한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홍영표 의원도 23일 광주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 인터뷰에서 "일부 문제 제기되는 것들을 정말 면밀히 살펴서 고칠 것은 빨리 고치고, 보완해야 될 것은 보완하자는 사례로 들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부동산 정책의 기조와 방향에서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는 기본적으로 종부세를 지금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 저희가 선거 이후로 성급하게 막 바꿀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움직이자'는 말도 나온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60세 이상인 1가구 1주택자는 주택을 양도하거나 상속 또는 증여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이연제'를 제안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원칙을 세우면서도 시장 변화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며 "그것을 전혀 안 하면서 기조를 흔들어버리면... 선거 때마다 그러면 부동산 정책은 어디로 가겠냐"고 말했다.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로 폭증한 것으로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 129건에 비해 6.3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서울 강남구 아파트 증여 6.3배 증가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로 폭증한 것으로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 129건에 비해 6.3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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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부세, #부동산, #아파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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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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