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보건의료노동자들이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정부는 말이 아닌 예산으로 보건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이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정부는 말이 아닌 예산으로 보건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선별진료소 방역을 하면, 병원에서 방호복, 고글, 장갑은 주지만 산소통을 주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청소할 때 숨이 턱턱 막혀요. 방역소독을 한 번 하면, 체력·정신적 후유증 때문에 3~4일은 고생을 합니다. 서울지역 병원 중에서는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고요. 코로나가 1년이 넘었는데도 그럽니다. 우리는 병원에서 일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인생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선별진료소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박아무개(54)씨가 자신을 '그림자'라고 칭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6일 기준 478명을 기록하며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병원의 필수인력 노동자들은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인력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보건의날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아래 보건의료노조)에 '코로나 병동 간호사·선별진료소 간호사·미화 노동자·병원 내 보안요원·보건복지상담센터의 상담사·요양보호사'가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정부는 말이 아닌 예산으로 보건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5000~6000명 오가는데... 안전조치 해주지 않아"
 
보건의날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코로나 병동간호사·선별진료소 간호사·미화노동자·병원 내 보안요원·보건복지상담센터의 상담사·요양보호사'가 모였다.
 보건의날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코로나 병동간호사·선별진료소 간호사·미화노동자·병원 내 보안요원·보건복지상담센터의 상담사·요양보호사"가 모였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서울의 한 코로나 전담병원의 8년 차 간호사 김아무개(29)씨는 지난해(2020년) 2월부터 코로나 병동에서 일했다. 김 간호사는 "코로나 병동의 근무 현실은 1차·2차·3차 대유행을 거쳐 4차까지 온 지금 변한 게 하나도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400명씩 발생하는데, 이들을 치료할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토로다.

그는 "간호사들은 생활치료센터, 선별검사, 선제 검사 업무를 맡은 것으로도 모자라 새로운 코로나 전담병원의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파견까지 나간다"면서 "정부는 파견 간호사를 보내 인원을 충원한다고 말하지만, 코로나 병동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숙련된 간호사다. 그런데 이런 간호사들이 코로나 1년을 겪으며 대거 사직했다"고 코로나 병동의 상황을 전했다.

지역의 선별진료소·선제격리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역 내 중증 환자들의 진료하며, 응급실 내 선제격리실에서 일하는 8년 차 간호사 이아무개(33)씨는 "지난겨울, 난방기가 음압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선제격리실의 온도는 영하 12~14도였다"고 업무 환경을 설명했다. 

선제 격리실은 코로나 의심 환자가 격리된 곳이다. 여기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일반 진료실로, 확진 판정이 나오면 음압 병실이나 음압 중환자실로 이동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자 선별진료실과 선제격리실에서 돌아가며 일을 해야 했다"는 이 간호사는 "여전히 정부나 병원은 선제격리실 운영지침을 주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스스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 대응 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차별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저는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병원에는 환자뿐 아니라 간병인, 외래 진료환자, 병원 물품 납품업자, 제약회사 직원 등 하루에 5000~6000명이 오갑니다. 하루에 12시간씩 근무하며 매일 병원 출입자의 문진표를 작성하고 발열을 체크하지만, 병원은 보안요원을 위한 안전조치를 해주지 않습니다.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최아무개(30)씨는 용역파견업체 소속으로 비정규직이다. 병원은 그에게 '출입문 통제'의 일을 맡기면서도, 매일 수천 명을 마주해야 하는 그의 안전은 지켜주지 않았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방문객을 제지하는 것도 발열 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최씨의 몫이다. 지난해에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한 보안요원을 폭행한 방문객이나 코로나 환자 행세를 하며 '코로나를 퍼뜨리겠다'며 보안요원에 침을 뱉은 이들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최씨는 "병원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다양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건의료 지원 방안 실행에 나서야"

정부가 백신 1차 접종이 100만 명에 육박했다고 밝힌 가운데, 백신 상담 문의에 대응할 '상담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상담센터 상담사인 김아무개(29)씨는 "백신 예방접종, 재난지원사업 등 코로나가 길어지며 보건복지제도도 많아졌다. 이를 안내하는 게 129 콜센터, 1393 상담센터에서 일하는 내 역할"이라고 입을 뗐다.

"현재 보건복지상담센터는 전체 정원보다 적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요. 전화 연결이 빠르지 않은 건 상담사가 부족해서인데, '거기 앉아서 하는 일이 뭐냐', '내가 욕하는 거라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고성, 욕설을 하는 상담객들이 많아요. 이런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어요."

김씨는 "상담사 한 명이 코로나와 관련된 업무부터 보건정책, 건강정책, 아동복지, 자살예방상담까지 해야 한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상담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적정인력'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적정인력 기준 마련 ▲공공병원 설립 예산 확보 ▲보건의료인력 처우개선 ▲백신 휴가 보장 및 상병수당 도입 ▲의사 인력 확충 등을 담은  '4차 대유행 대비를 위한 5대 과제'를 발표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통령까지 나서서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 공공의료 강화를 약속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실행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이제 정부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건의료 지원 방안 실행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태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 공공성을 더욱 확보하는 것은 고사하고 4차 대유행마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태그:#코로나, #선별진료소, #백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