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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선관위 복장을 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가 캠페인 문구에 위반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와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선거법 위반이라며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서울시 선관위의 결정을 규탄했다.
▲ 선관위 규탄하는 시민단체 퍼포먼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선관위 복장을 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가 캠페인 문구에 위반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와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선거법 위반이라며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서울시 선관위의 결정을 규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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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계획한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캠페인 문구에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려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는 해당 문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동행동 측이 대안으로 제시한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는 문구 역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공동행동 소속 김단비 성매매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선관위로부터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리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90조를 근거로 공동행동에 선거법 위반을 통보했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공동행동이 현수막에 사용하고자 한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등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 수 있게 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직선거법 규정을 정확히 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은 설치를 금지하도록 돼있는 규정이 현재 살아있는 규정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문구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는지 묻자, "선거법에 구체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해서 한 거다"라고 했다.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특정 후보를 연상시킬 수 있다'고 답변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말을 줄였다. 

2월 15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박원순 전 시장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우상호 전 후보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기획했지만 마찬가지로 선거법 위반 통보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제 90조 위반이었다. 

선관위 유권해석에 대한 '고무줄 잣대' 비판은 선거 때마다 반복돼왔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선관위의 기준에 따라서 어떤 것은 문제가 되고 어떤 사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어떤 근거로 이러한 (선거법) 해석을 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일들을 꾸준히 문제제기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한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을 보장하는 측면으로 공직선거법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최대한 선거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든 것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공직선거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특히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선관위의 답변에 대해 민선영 간사는 "정말 말도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도 "말도 안 되는 거다"면서 "유권자나 시민단체 쪽에서 그 정도 표현도 못하는 선거를 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공직선거법 제 90조는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서복경 연구원은 공직선거법 제 90조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제90조에는 자의적인 유권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큰 탓이다. 서복경 연구원은 "여태까지 표현의 자유 관련해서 계속 폐지하라고 요구했던 조항이다"라며 "이번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계속 문제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5년 전 관련 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6년 8월 25일 제출한 개선안은 소품이나 인쇄물 등을 활용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확대하도록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해당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 했다.

공동행동이 기획한 '보궐선거 왜 하죠' 캠페인은 서울과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재보궐 선거의 발단이 됐음을 상기시키고 성평등 공약이 부족한 후보들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됐다. 김단비 활동가는 "보궐선거를 2주 남짓 남긴 지금,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성평등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선거의 주요 공약은 모두 부동산 정책이 되어버렸고 성평등 이슈는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비난하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라고 설명했다.

태그:#47재보선, #선관위,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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