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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이 만든 동영상.
 대전시교육청이 만든 동영상.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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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님은 하루에 13시간 이상 일합니다. ...대부분의 택배 기사님은 아파도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바쁜 시간으로 끼니를 거르는 것은 일상. 택배 기사님을 응원해주세요."

'택배 노동자 응원 캠페인' 동영상(https://youtu.be/dPVtI0Hv8EU)은 이런 말로 시작된다. 이것은 노동부나 노동단체가 만든 동영상이 아니다. 중도보수 성향인 설동호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대전시교육청이 만들어 지난 8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다.

학생 5명이 행동했더니, 보수 교육청도 따라 나서

2분 29초 분량으로 된 이 영상의 제목은 '대전교육청⨯대전여고 택배노동자 응원 캠페인'. 더구나 이 동영상은 시민들이 '택배 노동자 응원' 글을 현관문에 붙일 수 있도록 500명에게 '자석 딱지'를 제공하고 인증샷을 권장하는 캠페인 홍보 내용까지 담았다.

보수 성향의 교육청과 학교가 '노동자 응원'에 나선 것도 특이한 일인데, 응원 글을 퍼뜨리려고 자석 딱지 인증샷 운동까지 주도하고 나선 것은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대전시교육청이 만든 동영상.
 대전시교육청이 만든 동영상.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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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대전시교육청이 만든 동영상에 나온 말을 들어보자.

"이러한 택배 기사님을 응원하기 위해 대전여고 학생들이 모여 특별한 달력을 만들었는데요. 자세히 보면 택배 기사님들의 애환이 글과 그림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이런 마음을 더 크게 전하고자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여고 학생들이 함께 현관에 붙일 수 있는 택배기사님 응원 마그넷(자석 딱지)을 만들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전여고 학생들이 택배 노동자를 응원하는 달력을 만들었더니, 교육청까지 따라 나선 것이다.

대전여고 1학년 학생 5명이 택배 노동자 응원 달력 100부를 만든 사실이 올해 2월 화제가 된 바 있다. <통합사회> 수업을 함께 받은 학생들이 모여 달력을 만든 것이라 감동이 더 컸다. (관련기사: 고교생 5명은 왜 '택배 노동자 달력'을 만들었나 http://omn.kr/1ry6e)

이번에 대전시교육청이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자석 딱지의 글과 그림도 이 달력 첫장 뒷면에 실렸던 것을 손질한 것이다. 이 자석 딱지엔 '설렘을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다.

해당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월 3일 페이스북에 <오마이뉴스> 기사를 공유하며 "학생들에게 고맙다"면서 "택배 노동자 후속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관련기사: '택배노동자 달력' 만든 고교생들에게 정세균 총리도 '화답'  http://omn.kr/1rywb) 

이어 정 총리는 같은 달 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해당 달력을 주며 "학생들의 고마운 마음과 노동자들의 아픈 현실을 잊지 말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대전여고가 있는 대전 동구의 황인호 구청장이 대전여고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표창장을 줬다. 
 
대전여고 학생들이 만든 달력 뒷장.
 대전여고 학생들이 만든 달력 뒷장.
ⓒ 대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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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대전시교육청도 '택배 노동자 응원 캠페인'으로 학생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대전여고 학생들이 달력에 적어놓은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작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소망이 교육청을 움직인 것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택배 노동자를 응원하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응원하려는 교육청의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택배 노동자 응원은 국민적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교육청과 대전여고가 함께 캠페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석 딱지 받은 대전여고 전교생들..."뛸 듯 기뻐해" 
 
대전여고 1학년 학생들이 '택배 노동자 달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전여고 1학년 학생들이 "택배 노동자 달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대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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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은 이미 대전여고에 택배 노동자 응원 자석 딱지 1200개를 보냈다. 전교생과 전체 교직원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전여고에서 학생 5명과 달력 만들기를 함께 했던 조해수 교사는 "대전시교육청이 캠페인 동영상을 만들고, 자석 딱지도 많이 보내줬다"면서 "전체 학생들이 좋아하고 있고, 특히 달력을 만든 5명의 학생들은 뛸 듯이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노동자 권익보호 활동을 펼쳐온 민생경제연구소, '택배기사님을 응원하는 시민모임'과 택배노동조합은 대전여고 학생들이 만든 달력 6000부를 최근 추가 인쇄했다. 이 단체들은 조만간 택배노동자들에게 이 달력을 전달할 예정이다.

태그:#대전여고 학생들, #택배 노동자 달력, #대전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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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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