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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솟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요리할 때 꼭 필요하긴 한데, 장바구니에 대파 하나 집어넣는 게 그렇게 망설여집니다. 어디 야채뿐일까요.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달걀값도 들썩입니다. 이런 상황 탓에, 직접 야채 등을 키우며 식자재를 자급자족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명 '파테크'(파+재테크)족이 등장한 겁니다. 왕초보부터 베테랑까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계산대 모니터를 통해 영수증을 확인하는 것으로 장보기를 마무리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종이영수증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가방 속 펜을 꺼내 품목 하나 지우고 물건을 옮기는 식으로 대조해본 적도 있다. 사실 단 한 번도 계산이 틀린 적 없다. 그런데도 영수증을 몇 번이고 따져보게 되는 것은 장을 보며 대략 짐작한 금액보다 훨씬 웃돌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 들어 나처럼 예상과 차이가 많이 나는 가격에 가슴 철렁했거나 몇 번이고 확인했던 사람들이 꽤 많지 않을까. 달걀처럼 특정한 이유가 있어 가격이 오른 품목들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말이다. 특히 많이 오른 것은 대파와 양파 그리고 달걀. 꼭 갖춰두고 먹던 것들이라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몇 년째 텃밭을 일군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채소들을 심는 봄과 달리 가을엔 쪽파와 대파, 배추 몇 포기와 무 몇 포기 심는 정도로 한해 텃밭 농사를 마무리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엔 폭우가 끝나자마자 김장무씨를 비롯하여 쑥갓과 상추 등 여러 가지 씨앗을 뿌린 덕분에 채솟값이 유독 비쌌던 지난 가을 내내 풍성하게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채솟값이 비싸도 마음이 든든
 
지난 가을 처음으로 김장무 씨를 뿌렸다. 가으내 솎아 먹고 더 키워 친정 식구들과 나눠 먹었다. 왼쪽은 뽑는 순서대로 친정엄마와 형제들 몫으로 구분한 것이고 오른쪽은 두 동생에게 김장 때 쓰라고 준 무다.
 지난 가을 처음으로 김장무 씨를 뿌렸다. 가으내 솎아 먹고 더 키워 친정 식구들과 나눠 먹었다. 왼쪽은 뽑는 순서대로 친정엄마와 형제들 몫으로 구분한 것이고 오른쪽은 두 동생에게 김장 때 쓰라고 준 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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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재미가 좋았던 것은 옥수숫대를 뽑아낸 자리에 뿌려 거둔 김장 무. 어린 무를 솎아 된장국도 끓여 먹고, 김치도 세 번이나 담가 동생과 나눠 먹었다. 그러고도 김장철까지 더 키워 친정엄마를 비롯하여 서울·경기권에 사는 육남매 형제들과 열 몇 개씩 나눠 먹었다. 두 동생 김장에 쓰라고 50~60개 남짓 주기도 했다.

30여 개 보관한 덕분에 지난 겨울은 물론 지금까지 잘 먹고 있다. 이뿐일까. 쪽파김치도 두 번이나 담가 동생과 나눠 먹었다. 채솟값이 유독 비쌌던 때라 텃밭을 일굴 수 있는 행복과 내가 가꾼 것을 나눠 먹는 보람이 더 깊게 느껴졌다.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꾸리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지난해처럼 채솟값이 비쌀 때는 더욱 요긴하다. 뭣보다 필요할 때마다 거둬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노력에 따라 무공해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손바닥 길이의 야들야들한 쪽파랄지, 아기 손바닥만 한 상춧잎 등 농사를 짓는 사람들만 맛볼 수 있는 상태의 채소는 큰 기쁨이다.

텃밭 일에 몰두하다 보면 종종 어수선한 마음이 정리되는 명쾌함을 느끼곤 한다. 정신 건강에도 도움 된다고 한다. 장점이 많기 때문인지 베란다를 이용해 파를 비롯한 채소 등을 가꿔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특히 비싼 파와 재테크를 합친 '파테크'나 '대파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그동안 종종 누군가 텃밭에 관심을 보이면 쪽파 씨를 가져가 심어주기도 하고, 한번 심어 몇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부추 뿌리나 돌나물 줄기 같은 것을 선뜻 나눠주기도 했다. 가꿔 먹는 재미를 잘 알고 있기에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주말농장을 경험해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주말농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화분이나 베란다를 이용해서라도 심어 가꿔 보았으면 싶었다.

텃밭을 7년쯤 일궜고 해마다 가꿔 먹는 가짓수가 늘고 있다. 그러면서 우여곡절도 많이 겪고 있다. 누구에게 훈수 둘 처지는 못 되지만, 그래도 그동안 관련 글들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이나, 베란다에서도 키우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설 무렵 우리 동네 대형마트 대파값은 500g 한 단 6800원. 쪽파는 7000원까지 했다. 설에는 고기를 많이 먹게 되는데, 쪽파김치와 먹으면 입맛도 칼칼하고 그나마 몸에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비싸 김치 담그는 것을 포기했었다. 다행히 최근 며칠 전부터 그토록 비쌌던 쪽파값이 많이 내렸다. 한 단에 3180원(3월 5일)이니 말이다. 반갑게 두 단 사와 김치를 담갔다.
 
쪽파 뿌라를 심으면 다시 싹 터 자란다. 3월 5일에 심었는데 3월 8일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 덮어줬더니 노란빛의 싹이 돋았는데, 조금 더 자라면 초록색이 된다. 그리고 따뜻하면 더 잘 자란다.
 쪽파 뿌라를 심으면 다시 싹 터 자란다. 3월 5일에 심었는데 3월 8일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 덮어줬더니 노란빛의 싹이 돋았는데, 조금 더 자라면 초록색이 된다. 그리고 따뜻하면 더 잘 자란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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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달래의 맹아(씨앗)와 꽃이다. 달래는 화분에서도 잘 자랄 뿐더러 꽃도 예뻐 관상용으로도 키워볼만하다.
 묵은 달래의 맹아(씨앗)와 꽃이다. 달래는 화분에서도 잘 자랄 뿐더러 꽃도 예뻐 관상용으로도 키워볼만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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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말고 심을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습니다 

여기서 제안하는 파테크 팁. ▲ 그동안 대부분 쪽파 뿌리를 잘라 버렸을 것이다. 이제부턴 뿌리 부분을 아주 조금 더 여유 있게 자른 후 화분에 심어보자. 어지간하면 일주일 안에 새순을 밀어 올리고, 물을 제대로 주는 등 기본적인 요소만 맞으면 잘 자란다. 한 단 값으로 두 단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얼갈이나 열무도 이처럼 뿌리로 다시 길러 먹을 수 있다.

▲ 쪽파를 뿌리째 뽑아 먹었다면 부추처럼 잘라 먹어 보자. 지난해 가을 가뭄이 심해 쪽파가 많이 죽었다. 가을마다 쪽파를 최대한 많이 심어 일부를 남겨 이듬해 봄에 종자를 얻곤 했다. 그런데 많이 죽어버려 종자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잘라 먹어봤다. 며칠 후 자른 자리마다 싹이 돋더니 올봄 잘 자라고 있다.

▲ 다 자란 대파를 구입해 심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까지 그랬다면 씨앗을 뿌려 보자.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감동을 줄 것이다. 가꿔먹는 기쁨과 자신감도 커진다. 쪽파도 심어보자. 키우는 재미를 듬뿍 느낄 정도로 싹도 빨리 나고 잘 자란다. 참고로 쪽파 씨는 초가을부터 추석 무렵까지만 판다. 온라인 구입도 가능하다.

▲ '봄맞이 가자'란 동요에 '달래 냉이 씀바귀나물 캐오자'라는 부분이 있다. 음식문화 전문가에 의하면 노래가 만들어진 당시인 수십 년 전엔 달래가 첫 번째로 둘 정도로 흔했으며 건강에 도움 되는 성분들이 많아 봄나물 중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달래도 화분에 쉽게 키워 먹을 수 있다. 나아가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수경재배한 것들이 흔하지만 이즈음에는 흙에서 캤기 때문에 뿌리가 좋은 달래도 만날 수 있다. 몇 개를 남겨 심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싹이 나와 잘 자란다. 화분 하나에 고정해 키우는 것이 좋다. 초여름에 잎이 시드는데 그냥 두면 가을에 다시 싹을 내 자라기 때문이다. 가을에 먹고 남은 달래를 두면 이듬해 봄 다시 싹을 틔운다. 이런 방법으로 한번 심어 여러해 먹을 수 있다. 씨앗도 판다.

▲ 참비름, 질경이, 민들레도 베란다에서 잘 자라니 심어 보자. 슈퍼마켓에서 비름나물(혹은 비듬나물)로 팔고 있는 참비름은 항암 식물이자, 배탈이나 설사 등에 약효가 많은 나물이다. 뿌리째 뽑지 말고 줄기 일부를 자르는 식으로 수확하면 훨씬 많은 가지를 내며 자라기 때문에 초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다. 아직 씨는 팔지 않는다. 야생에서 채집해야 하는데 흔하다.

질경이는 생리통 완화에 좋다. 참비름과 질경이 둘 다 나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살짝 데쳐 말린 후 뜨거운 물로 우리면 허브차와 같은 맛과 향이 난다. 질경이는 상추처럼 잎을 한 장씩 떼는 식으로 수확하면 된다. 민들레도 심어보자. 홀씨뭉치 몇 개 따뒀다가 심어 꽃을 보는 한편 쌈을 먹을 때 몇 잎 솎아 함께 먹어도 좋고, 살짝 데쳐 말린 후 허브차처럼 마셔도 좋다.

제대로 뿌리 내리면 해마다 싹을 틔우는 쑥과 머위도 베란다 작물로 추천하고 싶은 것들이다. 대부분 반찬으로 먹는 머위는 잎과 줄기를 데쳐 말려 차로 마실 수 있다. 폐에 좋다고 한다.
 
지난해 장마 전 김치를 담그고자 수확한 얼갈이.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거름만으로 가꾸기 때문에 크게 자라지 않을 뿐더러 달팽이와 나눠 먹는 일이 많다. 상품을 위해 농약과 비료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가급이면 덜 먹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그래서 텃밭 농사가 매력있다.
 지난해 장마 전 김치를 담그고자 수확한 얼갈이.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거름만으로 가꾸기 때문에 크게 자라지 않을 뿐더러 달팽이와 나눠 먹는 일이 많다. 상품을 위해 농약과 비료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가급이면 덜 먹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그래서 텃밭 농사가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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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은 갖추자. 누군가의 텃밭 관련 글에 "열무가 잘 자랐었는데 며칠 전부터 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있어 고민이다"는 댓글이 달렸다. 어지간하면 벌레가 꼬이지 않는 베란다에서 키우는데 그렇다는 것이다.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밖에서 흙을 떠 왔나 보네' 지레짐작 했는데, 역시나 몇 시간 후 '인근 야산에서 흙을 떠 왔다'라는 답글이 달렸다.

야생의 흙에는 수많은 미생물과 벌레, 고치 등이 섞여 있다. 지네 새끼도 본 적 있다. 그들이 잎이나 뿌리를 갉아 먹는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흙은 살균 과정을 거친 후 포장된 것들이다. 그만큼 안전하다. 화분도 가급이면 깊고 큰 것을 쓰자. 여분의 흙이나 거름을 갖춰두고 수확한 후나 필요할 때 보충해주는 것도 잊지 말자. 필요한 것은 제대로 갖춰야 성공률이 높다.

베란다를 이용해 잘 가꿔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때문인지 이것저것 따지면 필요할 때마다 구입해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런데 직접 가꿔보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그리고 대가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해보길 권하는 이유다.
 

태그:#파테크, #장바구니물가, #베란다텃밭, #도시농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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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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