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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 참가 대학생들이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1년 4월 2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 참가 대학생들이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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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우연히 종로를 지나가다가 대학생 형, 누나들이 촛불을 들고 '반값등록금을 이행하라'는 집회를 목격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값비싼 대학 등록금을 지불하고 있다.

올해 대학을 입학하는 새내기는 2002년생이다. 1980년대 형 누나들의 촛불을 지나, 1990년대 생 나를 지나, 이제는 2000년대 생들이 그 비싼 등록금을 지불할 차례가 됐다. 2000년대 생들의 대학생활은 코로나로 인해 우리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됐다. 

2020년 한 해는 코로나로 인해 대학교가 사실상 모두 셧다운 됐다. 캠퍼스 로망이라 불리는 과팅과 학교 MT, 그리고 대학교 축제는커녕 학과 동기들조차 한 번도 대면으로 만나지 못한 신입생들이 많다. 때문에 작년에 대학에 입학한 20학번은 학교 내에서 '미개봉 중고'라고 불린다.

'미개봉 중고'는 포장조차 뜯지 않은 중고품을 거래하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따온 말이다. 대학 새내기 생활은 즐겨보지도 못했는데, 올해 2학년이 되면서 선배가 됐기 때문이다.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올해도 코로나로 대학교가 셧다운 된다면 대학생활은 하나도 해보지 못한 채 졸업생이 되고 만다.

다행히 올해는 백신 접종 소식도 들리고 있어 재미난 대학생활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과팅이나 MT, 학교 축제는 작년에 못 해 본만큼 더 신나게 즐기면 된다. 하지만 등록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작년에 학교시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고, 온라인 수업으로 혼선이 많아졌다고 해서 올해 등록금이 줄어들 이유는 만무하다. 학생들의 이런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대학? 아니면 교육부?   
 
[2012 대선 공약 검증-오마이뉴스가 묻는다] 반값등록금, 당장 내년부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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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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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정부와 여야가 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반값등록금을 공약했다. 그보다 앞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값등록금을 공약했다.

180석으로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4월 총선에서 반값등록금을 청년 공약으로 마련했었다. 즉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출신 전·현직 대통령이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었고, 자신들도 최소 한 번씩은 반값등록금을 공약해 청년들의 표를 받아 당선된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촛불이 든 지 10년이 지났지만, 반값등록금 공약은 깜깜무소식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 발 빼기도 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반값등록금 소송을 건 대학생들을 상대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했다. 작년 10월 국감에서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질타한 것이 잠시 화제였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한때 자신들의 공약이었음에도, 그 책임을 정부에게만 돌리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었다. 청년들의 표를 받아 갈 때는 언제고 10년째 제자리걸음인 반값등록금을 보며 기성 정치인에게서 받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난 20일은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정치권에선 '코로나 때문에'라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진작 공약을 이행했더라면 코로나 시국에 대학생들의 피해가 적어도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정으로 인해 정부가 당장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대학생들의 구제안을 아예 마련하지 못할 것은 없다. 
 
코로나로 인한 대학생 긴급지원 정책을 마련해주세요
 코로나로 인한 대학생 긴급지원 정책을 마련해주세요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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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①] 학자금 대출 금리 0% 인하
  

정부가 먼저 해 볼 수 있는 건 대학생들의 학자금을 한시적으로나마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알바 자리가 줄어든 탓인지 최근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 후 6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한 대학생은 모두 4만 7873명이었다. 이 중 94.6%는 소득이 없어도 매달 이자를 내야 하는 일반 상환 대출 연체자였다.

학자금 대출제도는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한데, 고소득층 부모를 둔 대학생은 부모에게 빌릴 수 있고, 부모가 공무원이라면 무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 지자체별로 학자금 이자 지원 제도가 있어 저소득층 대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이자 연체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대학생 연체자는 결국 신용불량자로 이어진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20대 파산 인원만 늘어났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금리를 0%로 낮춘다면 잠시나마 대학생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다.

[대안 ②] 대학생 수당 마련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대학생 이자 지원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지급 기준은 각기 다르나 보통은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한다. 학자금 대출 금리가 0%로 시행된다면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이 예산이 남게 되는데, 이 예산을 대학생 수당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자체별로 예산이 다르지만 이자 지원 제도에 작년 서울시는 약 12억 원가량, 경기도는 17억 원가량의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 ③]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취업성공패키지 대상 확대
 

현재 정부는 청년들의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취업성공패키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취업을 준비하는 만 18세~34세 청년에게 최대 6개월간 50만 원을 지급한다. '취업성공패키지'는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에서는 최대 25만 원, 2단계에서는 28만 4천 원,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최대 15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두 제도에서 대학생이나 휴학생은 모두 제외되어 있다. 서울시에서 미취업 청년들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는 청년수당 역시 재학생과 휴학생은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 범위를 조금 넓혀 단기 일자리를 잃었거나, 알바 자리를 구하고 있는 대학생에게까지 확대하는 걸 고려해보는 것도 코로나 시기에 대학생을 지원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대학생은 애초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따라서 대학생은 청년고용 정책에 포함되지도 않고, 얼마나 많은 대학생이 일자리를 잃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이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이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삶을 자꾸 외면한다면 대학생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할까.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생들의 삶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청와대 청원 링크: 코로나로 인한 대학생 긴급지원 정책을 마련해주세요 https://bit.ly/3sUyWoL

태그:#반값등록금, #등록금환불, #대학생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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