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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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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 일 시키는 병원이 우리를 직접 고용하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제는 차별과 갈등이 아니라 화합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우리 일터를 사랑하고 있다."

진주·창원경상대학교병원 비정규직 노동자가 12일 창원경대병원 현관 앞에서 한 말이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지회장 이현호)가 이날 '직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경상대병원 비정규직들이 2시간이기는 하나 부분파업을 벌이기는 처음이다.

진주·창원경상대병원에는 청소, 시설, 보안, 통신, 콜센터 등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 450여명이 일하고 있다. 진주경상대병원은 9개 업체, 창원경상대병원은 10개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경상대병원지회는 쟁의행위에 돌입해 '직고용'을 요구해 왔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9월 16일 경상대병원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했고, 경상대병원지회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가결시켰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에 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시 근무 직종에 대해 정규직 전환하도록 한 것이다. 전국 13개 국립대병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부산대병원과 경상대병원만 하지 않고 있다.

경상대병원은 2018년 11월 노-사-전(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2019년 6월 상견례에 이어 7월과 2020년 2월 두 차례 회의를 열었고 이후 진행이 없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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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요구하면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으니"

현장 발언한 한 조합원은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병원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특히, 요즘 코로나19 정국에 본업무 외에도 음압병동관리, 선별진료소 설치, 정문출입자 관리 및 환자를 이송하는 일까지 하면서 방역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경상대병원은 이처럼 필요할 땐 여러 업무를 부가하면서도 고용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다. 우리 비정규직들은 어제까지 같이 일했던 동료가 새해에 보이지 않으면 재계약이 안 되었구나, 그때서야 알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별주' 한 잔 나눌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용역노동자의 삶이다. 이유도 모른 채 잘려나가는 것을 보며 어쨌든 눈 밖에 나면 안 된다며 살아왔다"며 "뭔가를 요구하면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입이 있어도 할 말도 못하고 재갈물린 채 살아온 비정규직 삶"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산재를 당해서 장기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생겨도 30일 전에는 무조건 일터로 돌아온다"며 "결원된 채 30일이 지나면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병원과의 용역계약이 있기 때문에 내 일터가 없어질까 봐 성치 않은 몸으로 나와서 다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교대근무하며 장시간 일하고 있지만, 연장·휴일 가산 수당이나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야간근무 중 4시간은 휴게시간이라며 아예 임금도 주지 않고 있다"며 "왜냐하면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등록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이별주 한잔 나눌 시간도 없는 경상대병원 비정규직 실태 "'이별주' 한 잔 나눌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용역노동자의 삶이다. 이유도 모른 채 잘려나가는 것을 보며 어쨌든 눈 밖에 나면 안 된다며 살아왔다. 뭔가를 요구하면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입이 있어도 할 말도 못하고 재갈물린 채 살아온 비정규직 삶."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한 조합원이 현장발언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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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직원에 대해, 그는 "감정노동자다. 온갖 민원을 접수하는 병원의 귀이며 병원의 말을 전달하는 입이다"며 "감정노동자를 위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시설 설치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다. 미화노동자는 청소도구실에서 식사와 휴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 조합원은 "보안근로자의 경우에는 휴게실은 고사하고 1.5평 정도의 좁은 사무실에서 남녀공용 탈의실을 겸하고 있다. 여성보안 근로자의 경우 화장실에서 옷을 환복 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업무 중 환자와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해도 용역업체에서는 괜찮냐는 말 한마디 들을 수가 없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도 아무런 재발방지대책도 없어 폭행으로 인한 외상과 두려움은 고스란히 트라우마가 되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업무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경상대병원의 가족으로서 경상대병원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반목하지 말고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어 주실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고 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바뀔 게 없다"

이날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얼마 전 서울 보라매병원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다. 우리는 파업까지 가지 않기를 원했지만, 모든 책임은 경상대병원 측에 있다"고 했다.

안석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도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바뀔 게 없다"며 "병원에서 노동자는 귀천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박봉렬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경상대병원은 정부 방침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병원장이 용역업체에 발목 잡힌 게 없다면 당장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상대병원지회는 회견문을 통해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벌써 3년, 우리는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다"며 "경상대병원은 3년 동안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는 특별한 게 아니다. 정부의 지침대로 노동자를 채용하는 과정을 이제 그만 정상화시키라는 것"이라며 "노동자를 사용하는 진짜 사장인 경상대병원장이 직접 채용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경상대병원지회는 "병원은 더 이상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노․사․전 협의체'를 재구성하고 정규직 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병원이 지금처럼 어떤 대화요구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마지막 무기인 파업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 경상대병원지회는 10월 12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직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과 확대간부 부분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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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상대학교병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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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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