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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앞서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최고 경영진에게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준법의제로 Δ경영권 승계 Δ노동 Δ시민사회 소통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 대국민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앞서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최고 경영진에게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준법의제로 Δ경영권 승계 Δ노동 Δ시민사회 소통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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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삼성 변호인단은 지난 1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자 이같이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0일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자, 변호인단은 1일 발표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했다는 검찰의 시각을 두고 법원 판결을 통해 적법성을 확인받았다고 반박했다. 관련한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구속전 피의자심문뿐만 아니라,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받음으로써 수사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안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삼성 변호인단이 지목한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관련 사건 법원 판결'을 입수했다. 여기엔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하여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합병 과정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받았다",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안"이라는 삼성의 입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셈이다.

1심은 삼성의 승리, 하지만 2심 판결문 살펴보니... 변호인단의 억지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원 판결은 크게 두 가지다. 모두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의 민사 재판이다. 하나는 일성신약 등 일부 삼성물산 주주들의 합병 무효 소송 재판이다.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삼성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또 하나는 일성신약과 엘리엇 등이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결정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이다. '엘리엇 등이 제기한 관련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다. 삼성물산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1주당 5만 7234원에 주식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일성신약, 엘리엇 등은 이에 반발하며 법원에 주식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했다.

2016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삼성 손을 들었다. 이후 엘리엇은 삼성과 합의했지만, 일성신약 등은 2심 판단을 구했다. 같은 해 5월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정당한 주식매수가격은 6만6602원이라고 결정했다.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의도적이었다는 일성신약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총수 일가의 주식 비율이 낮고, 제일모직은 총수 일가의 주식 비율이 높으므로, 이 사건 합병에 있어서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총수 일가의 합병법인 주식 소유 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 기업집단 삼성의 주력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를 보다 원활하게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총수 일가는 (중략) 삼성물산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게, 제일모직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될수록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추정된다.
 
재판부는 합병 전 삼성물산의 주가 움직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2015년 1월 2일부터 5월 22일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인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의 주가 상승폭은 17.2%~31.5%였다. 하지만 당시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주식은 8.9% 하락했다. 재판부는 당시 제기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설이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합병은 삼성물산의 시장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총수 일가의 이익이 커지는 합병이라는 측면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과 증권사는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그 사례를 상세히 밝혔다.
 
2015년 상반기에 주택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은 주택신규공급을 대폭 확대하였음에도 삼성물산은 주택신규공급을 확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사건본인(합병 후 삼성물산)은 (합병 전) 삼성물산이 2014년 초부터 주택사업 추진전략을 수정하여 기존 보유 물량의 사업화에 집중하는 한편, 신규 수주는 서울 강남권 등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점이 확인된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중략) 위 주장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하였는데, 이 사건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일인 2015년 7월 17일 '2015년 하반기 서울 8곳에서 총 10,994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건본인(합병 후 삼성물산)이 주장하는 주택사업 전략 변경 내용 및 상반기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었다"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15년 상반기 대형 신규 수주 발표가 없었던 점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2015년 5월 13일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제한착수지시서를 받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낙찰통지서 수령 후인 2015년 7월 27일에야 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2014년 해외수주액(8조 원)의 1/4에 해당하는 2조 원짜리 대형수주였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2011년 9월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와 관련해서는 제한착수지시서만을 받은 상태에서 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14년 말~2015년 초 삼성물산이 주관하던 공사 일부가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변경된 것을 두고 삼성물산이 그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전자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해 삼성물산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두고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법원,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에 강한 의구심 판결문에 적시

재판부는 이처럼 합병 전 삼성물산의 의도적인 실적 부진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거론하면서 "의혹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사실들도 일부 존재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실적 부진이 통상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삼성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본인(합병 후 삼성물산)은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통상적인 경영 판단의 결과 혹은 불가피한 외부 사정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사건본인이 제출한 자료들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경영 판단과 불가피한 외부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총수 일가를 위한 실적 부진'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못 박았다.
 
이 사건 합병의 특수한 사정, 즉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총수 일가의 이익이 커지고, 총수일가가 삼성물산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과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에 의한 기업집단 내 회사의 사업 내용에 대한 사실상 지배는 그 성질상 구체적인 지배력 행사 과정 등에 대한 뚜렷한 흔적이 남기 어렵다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하여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태그:#이재용 부회장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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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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