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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방문 신청 첫 날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1,2,3,4 가 주민센터에서 별도로 마련한 긴급재난급접수처에서 선불카들을 발급하고 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방문 신청 첫 날인 지난 5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1,2,3,4 가 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선불카드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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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나 안경 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발언으로 큰 이슈가 됐던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서울 서초갑)이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입을 뗐다. 연일 확진자 수가 300명 넘게 집계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대한 논의들이 시작되고 있던 시기였다.

윤 의원은 재난지원금 논의에서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논쟁의 바탕에 선거 공학적 표 계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더 어려운 사람'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국회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히트 친 발언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의 말에 감화받지 않았다. 동시에 그의 말에 동의할 수도 없었다.

개인 단위가 아닌 가구 단위로 지급됐다는 점, 홈리스와 이주노동자 등 사각지대가 존재했다는 점, 일회성이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재난지원금은 혁명과도 같았다.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소득과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물론 약간의 사각지대는 있었지만) 지급되는 현금성 복지는 없었다.

모두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통해 실제로 보편적 복지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에는 전년도 대비 소매 판매율이 -8%를 기록한 반면, 재난지원금이 도입된 5월에는 전년도 대비 소매 판매가 1.7% 늘었다. 이는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지수를 높아지게 만들어 실물 경제 중심의 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통계청 <5월 산업활동 동향> 소매판매 통계 재구성
 통계청 <5월 산업활동 동향> 소매판매 통계 재구성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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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논쟁 : 선별 vs. 보편

재난지원금은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몇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50%인 시민들에게만 줄 것인지 70%에게만 줄 것인지, 아니면 구분 없이 모두에게 줄 것인지에 관한 논쟁은 끝내 소득 하위 기준을 엄밀하게 정하고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다. 선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소득 기준보다 아주 조금 잘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재난지원금을 수급하는 사람들보다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지점도 지적됐다(소득역전).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실물 경제에 타격이 온 상황에서 인색한 재정정책만 사용하다가는 가계 부채가 늘어나 파산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화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단초가 됐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과 다르게,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 순위는 펜데믹 상황 이후 끊임없이 올랐다. 각 국가마다 여러 가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 순위가 OECD 8위에서 5위로 올랐고, 재정 수지 비율은 24위에서 2위로 올랐다. 이러한 수치의 '상향'은 초창기 방역 성공으로 인한 것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재정 정책에서 인색하게 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OECD 경제전망 도표 재구성
 OECD 경제전망 도표 재구성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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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논쟁이 일어났지만 재난지원금과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던 지난 5월, 코로나 재확산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재난지원금 사용 기한이 끝나가던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코로나 2차 대규모 확산은 급속도로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국회와 경찰서, 청와대와 콜센터, 교회와 시장을 가리지 않고 침투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나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동시에 1차 재난지원금 때와 같은 맥락의 비판들도 터져 나왔다. 재정건전성, '더 고통 받는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게 정의롭다는 이야기, 심지어는 지금 재난지원금을 주면 사람들이 소비하기 위해 돌아다녀 방역에 더 해롭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리고 그 반대 논리에 정점을 찍은 것은 '한우'와 '안경'의 예시였다.

한우와 안경이 뭐 어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 5월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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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이 도입된 이후 한우의 소비량이 늘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재난지원금 도입 이후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안경점이었다. 윤희숙 의원의 이야기는 반 정도는 맞을지도 모른다. 재난지원금으로 사람들이 한우와 안경을 샀다는 지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한우'와 '안경'에 대한 이야기는 모멸적이기도 했다. 한우와 안경 구입이 비윤리적이고 사치스러운 일로 포장될수록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욕망을 짓밟으며 설 수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한우와 안경 따위의 것들을 상상하지 못해야 한다는 믿음, 어쩌다 국가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쌀과 김치, 상비약과 같은 종류의 '생필품'만 사야 한다는 믿음, 그렇기에 안경과 한우 따위가 '사치품'이라는 믿음은 비인간적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믿음과, 그들의 소비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시선은 모두에게 해롭다. 하루 하루 확진자가 폭증하는 지금의 시기, 사람들을 선별해 재난지원금을 나눠줘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금 당장 사람들이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주장이기도 하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수치로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오랫동안 사보지 못한 영양제를 샀다는 사람들, 오래간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는 사람들, 낡은 안경을 바꾸고, 조금 비싼 식재료를 골랐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한 소비를 분석할 때 어디까지가 '생계지원'이고 어디까지가 '사치'로 볼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진짜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국경도, 종교도, 인종도, 가난과 장애도 상관없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모두가 과거에 비해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고, 실물경제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짜 가난한 사람'을 골라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그렇게 함으로서 '생계지원'만을 위해 사용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만큼 허황된 일은 없을 것이다. 복지를 윤리의 차원에 두려는 시각이야말로 '정치 공학적 표 계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투기의 대상이 된 부동산은 그래도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받아 안경과 한우를 사는 사람들의 행위가 비판받아야 한다면 그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금, 모두에게, 개인에게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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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 2차 대유행을 거치며 사람들은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K-방역이 성공적이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는 쉽게 소거되지는 않을 것이다. 1차 재난지원금 도입은 그래서 애초부터 1차에 끝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안한다. 확진자 수가 연일 400명을 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선포가 머지 않았음을 느끼는 지금,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 그리고 그 재난지원금은 노동 여부도, 소득 수준도 심사하지 않은 채 '모두에게' 지급돼야 한다. 잠시 멈춤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래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는 방역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어불성설이다. 코로나 2차 대유행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방역이기도 하지만 생계이기도 하다.

추가적으로 1차 재난지원금 도입 때 제안한 바를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 재난지원금이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지급되기를 바란다.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디에 쓸 것인지 개인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도, 세대주가 아닌 여성도, 결혼이주여성도 재난지원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세대주가 가족을 부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상상 아래 세대주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할 뿐더러 구시대적이다.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가족 내부의 권력이 어떻게 구성되고 분배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의 세대주가 남성으로 돼 있는 시기, 세대주에게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은 성평등하지 못하다.

이미 수차례 논의된 바 있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이야기들이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보편적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다시 선별성의 탈을 쓸 때, 우리는 어쩌면 매우 오랫동안 우리 자신을 증명해내기 위한 절차들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 고르기가 아니라 코로나 시대 고통 받고 있는 모두를 구제하기 위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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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신민주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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