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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이 코로나19는 아닌 것 같다며, 감기몸살약을 처방해주셨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19는 아닌 것 같다며, 감기몸살약을 처방해주셨다고 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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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태생적으로 약골로 태어났다. 삐쩍 마른 몸에 감기를 달고 살았고, 이곳저곳 몸이 아픈 곳도 많았다. 종합비타민과 홍삼을 꾸준히 먹고 있지만 불행히도 나에게는 효과가 없는 건지, 그거라도 먹어서 다행히 이 정도인 건지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약한 몸을 타고난지라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나는 남들보다 2배~3배는 더 조심하고 주의하며 사는 게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껏 친구들을 직접 만나 수다를 떤 적도 없고, 회사 사람들과 점심 회식을 하려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몇 번을 제외하고는 음식은 늘 배달을 시키거나 포장을 해서 집에서 먹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정확하게 착용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으며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라도 옆에 있으면 대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갈고 닦은 메뚜기 경험을 살려 이곳저곳 좀 더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피신을 다니곤 했다.

지난 5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후에도 '나홀로 초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건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회를 격리하는 거다'라는 둥 '너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모범상을 받아야 된다'는 둥 친구들의 우스갯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만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또 시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되면서 우리 회사에서는 사무실 인원의 절반씩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빨리 확진세가 누그러지길 바라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보내던 중, 옆에 앉는 동료가 장염인 것 같다며 며칠 연가를 사용한다고 했다. 며칠 쉬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잘 쉬고 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3일 후 동료가 다시 출근했다.

한눈에 봐도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몸은 괜찮냐'는 주변의 물음에 아직 몸이 아프다며 약을 먹고 있단다. 병원에 갔더니 장염은 아니고 몸살을 진단받았다고 했다. 확진자가 200~300명이 나오는 이 시국에 몸살이라니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드는 궁금증 하나 '재택 해도 되는데 왜 출근한 거지?'  

의사 선생님이 동료의 증상을 들어보시고는 코로나19는 아닌 것 같으니 약을 먹고 치료해보자며 감기몸살약을 처방해주셨단다. 의사가 코로나19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니 괜찮겠지 싶었지만, 왠지 찝찝한 마음으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시간이 많아진 탓인 건지, 마음에 걸려 있던 게 폭발한 건지 그때부터 내 안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엔 걱정이 어깨를 무겁게 눌러 내렸다. '요새 코로나19는 무증상도 많고, 증상도 천차만별 다 다르게 나타난다는데 코로나는 아니겠지?'부터 시작해서 '아픈데 왜 출근을 한 거지' 화도 났다가, '그래도 괜찮겠지' 스스로 안심도 시켰다. 일반 몸살이라도 옮아서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가야 하나 1339에 전화해서 문의를 먼저 해봐야 하나, 이러면 어째야 하나 저러면 이렇게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서 회오리를 치고 있다.

하루가 넘게 쓸데없다면 쓸데없을 걱정과 근심으로 시간을 보내다 내린 결론은 '집어치우자'였다. 아직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미리 걱정과 근심으로 나의 가슴을 너덜너덜하게 헤집어 놓는 일을 그만 집어치우고, 집에서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차라리 멍을 때리든 마음을 비우는 일을 해야겠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니까.

아픈 데도 일을 하겠다고 출근하는 게 미덕인 시절은 끝났다. 만에 하나라도 증상이 있으면 나를 위해, 남을 위해 난 회사를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말이다. 나의 동료도 무사히 완쾌하고, 나도 무탈하게 건강한 시기를 보내길 간절히 바라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비타민하고 홍삼이나 퍼먹어야겠다. 오늘은 특별히 두 스푼 먹고 기운 내야겠다.

태그:#재택근무, #아프면 3-4일 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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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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