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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18층 카페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28일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18층 카페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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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치고는 퍽 귀여운 얼굴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업무를 수행할 때는 꽤나 진지한 얼굴(0_0)이었으면서, 일을 마친 뒤에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_<)으로 바람을 가르며 누구보다 빨리 사라지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미생'들의 모습이 비치는 듯해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커피 배달 로봇 '딜리타워'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마냥 로봇의 처지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인류가 만든 로봇이 거꾸로 인류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SF영화 <아이, 로봇>을 본 뒤부터 생겨난 께름칙함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로봇의 발전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로봇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에 선보인 미래 레스토랑 메리고키친(Merrygo Kitchen)의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와 우아한형제들 본사 각 층을 엘리베이터로 오가는 배달 로봇 딜리타워를 보며 느낀 소회다.

1분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워커 홀릭'이나 집 밖에 잘 나서지 않는 '집순이·집돌이'들에게 이들 로봇이 꽤 편리할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탄 채 눈을 깜빡이고 서 있는 로봇이 꽤나 귀엽다는 것도.

앞에 있는데 왜 치우질 못해... 딜리플레이트

지난 28일 방문한 메리고키친의 겉모습은 여느 인기 레스토랑의 풍경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10개가 넘는 테이블은 모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테이블 위로는 윤기 흐르는 파스타·스테이크 등 양식이 차려져 있었다.

없는 건 종업원뿐이었다. 전체 홀을 통틀어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지만 그는 관리자에 불과했다. 테이블에 앉으면 물과 메뉴판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그는 계산대 앞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대신 4개의 쟁반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통로를 바쁘게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딜리플레이트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제조사 푸두(PUDU)와 협업해 운영 중인 서빙로봇으로 지난해 11월 렌탈 프로그램 방식으로 상용화를 시작했다.

동그란 눈망울의 로봇 얼굴(0_0)과 그가 배달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는 손님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그제야 테이블 옆쪽에 놓인 메리고키친 주문방법 안내판과 큐알(QR)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배달의민족 앱에 접속해 큐알코드를 스캔한 뒤 메뉴를 선택하라는 안내 문구에 따라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28일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메리고키친 내부에서 서빙하고 있는 모습.
 28일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메리고키친 내부에서 서빙하고 있는 모습.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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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지 20분쯤 지났을까. 딜리 플레이트가 가까이 다가와 테이블 옆쪽에 섰다. 앉은 채로 첫 번째 쟁반 위에 놓인 음식을 집어 들었다. 딜리 플레이트의 얼굴인 스크린 위로 '수령 후 확인을 눌러 달라'는 문구가 떴다. 버튼을 누르자 몇 초 뒤 그는 몸을 돌려 주방쪽으로 향했다. 마치 자신이 오갈 길을 안다는 듯 일직선으로.

천장 위에는 로봇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센서들이 붙어 있었다. 로봇 머리쪽 RGB 카메라가 천장 센서를 인식해 스스로 위치를 조정하고 있었던 것. 딜리 플레이트는 아래쪽에 붙은 RGBD 센서를 통해 장애물 또한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기능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했다. 식사 중 물을 모두 마셔 새 물통을 받아야 할 때였다. 손을 들었지만 당연히 로봇은 오지 않았고, 관리자는 다른 업무를 보느라 바빠 결국 주방을 다녀와야 했다. 뿐만 아니다. 딜리플레이트의 역할은 아직 음식 전달에만 국한돼 있었다. 사람들이 먹고 나간 자리를 로봇은 청소하지 못한 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시범 도입 시점부터 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식당에서 로봇 종업원 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속도가 어찌됐든 딜리플레이트가 서서히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현재 전국 48개 매장에 약 65대의 딜리플레이트가 도입된 상태다. 또 배달의 민족과 MOU를 맺은 LG전자는 얼마 전 설치 환경에 제약이 적은 '딜리플레이트L01'과 소규모 식당 서빙에 용이한 '딜리플레이트K01'를 출시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전국 200개 식당에 300대의 딜리플레이트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8일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메리고키친 내부에 멈춰선 모습.
 28일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메리고키친 내부에 멈춰선 모습.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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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엘리베이터도 탄다고?... 배달 로봇 딜리타워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우아한형제들 본사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탑승 대기 공간의 바닥면과 건물 바닥 곳곳에는 흰색 동그라미 표시가 있었다. 그 위로 '딜리가 주변에 있을 땐 이곳을 딜리에게'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딜리타워'가 서 있을 수 있는 자리를 표시해둔 것.

딜리타워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0월에 사옥에 도입한 실내 주행 배달로봇으로, 아파트 앞으로 음식을 배달한 라이더가 직접 각 세대를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이동했다. 곳곳에는 딜리타워를 통해 카페 메뉴를 주문할 수 있도록 큐알코드가 붙어 있었다. 한 회의실 테이블 위에 놓인 큐알코드를 배달의민족 앱으로 스캔한 후 커피 세 잔을 주문하자 15분쯤 걸린다는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가 도착했다.

실제로 배달이 온 건 그보다도 10분 빠른 시점이었다. 주문하고 5분이 갓 지났을 무렵 '삐' 소리가 나더니 금세 높이 1m, 폭 50cm 크기의 타원형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딜리타워였다. 그는 주문한 공간 앞에 멈춰서더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에서는 '건물 8층에 배달로봇이 도착했으니 음식을 찾으러 나오라'는 신호음이 흘러나왔다.

스크린에 전화번호 네 자리를 누르자 딜리타워 아래쪽 공간이 열렸고 그곳에는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담겨 있었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몇 초 뒤 움직임을 알리는 소리를 낸 딜리타워는 기쁜 뒷모습(>_<)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28일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28일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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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 엘리베이터에 타 있다.
 28일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 엘리베이터에 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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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쫓아가보기로 했다. 딜리타워는 이미 18층에 위치한 카페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와 통신해 '위로 가기' 버튼을 누른 상태였다. 엘리베이터가 8층에 도착하자 앞으로 이동하더니 자체 센서로 사람이 꽉 찬 정도를 확인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자리는 넉넉했지만 딜리타워 자리(흰색 동그라미 표시)에 사람이 서 있자 '다음에 타겠다'는 신호음을 내며 엘리베이터에 오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경우 로봇이 양보한다는 '사람 퍼스트(First)' 철학은 마음에 들었지만 기술적으로 공간 내 밀도를 완벽하게 측정하지는 못하는 듯 보였다.

한 차례 엘리베이터를 보내고 기다리고 있자니 또다시 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딜리타워의 자리를 침범한(?) 사람은 없었고 그제야 딜리타워는 '가운데를 비워주면 감사하겠다'는 신호음을 내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와 교신을 끝냈는지 벌써 18층 버튼은 눌려 있었다. 딜리는 곧 카페 앞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딜리타워는 딜리플레이트보다도 움직임이 빠르고 정교해보였다. 딜리플레이트에서 요구됐던 추가 장치도 필요치 않아 설치에 드는 번거로움은 덜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꺼려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지난 4월 업무협약(MOU)를 맺고 딜리타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또 한화건설과 MOU를 맺고 내년 2월 한화건설의 신규 입주단지인 포레나 영등포에 딜리타워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우선 이들은 다음달 3일부터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단지 및 단지와 연결된 쇼핑센터 앨리웨이 상가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인 '딜리드라이브'를 선보이기로 한 상태다. 주문을 받으면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해 주문자가 있는 아파트 앞까지 배달하는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사람이 배달하기 어렵거나 번거로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라이더(배달부)가 아파트 앞에 서 있는 로봇 안에 음식을 두고 가면 로봇이 각 세대를 직접 방문해 배달하게 한 딜리타워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딜리드라이브의 다음 타자는 딜리타워와 딜리드라이브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딜리Z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던 '로봇의 일상화'는 우리도 모르는 새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 업무 마치고 퇴근하는 로봇의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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