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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요즘것들연구소 주최로 열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로또취업 성토대회’에서 익명을 요구하는 한 참가자가 발언자로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분들에게는 말 그대로 엄청난 행운이 되었을지 몰라도 다른 취준생들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요즘것들연구소 주최로 열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로또취업 성토대회’에서 익명을 요구하는 한 참가자가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분들에게는 말 그대로 엄청난 행운이 되었을지 몰라도 다른 취준생들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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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건 공정하지 않았어."

공공기관 시험을 준비하던 친구가 말했다. 내게는 많은 물음표를 띄우는 목소리였다. 내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지지나 '로또취업'이라며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규탄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미래통합당이 준비한 '인국공 로또취업 성토대회'(아래 성토대회)에 간다면 '분노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언론에서 흔히 보여주는 '취업준비생'의 이미지가 있다. 추리닝 차림으로 더벅머리에, 길거리 포차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떼우며, 자는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하는. 공무원 시험 철이 오면 늘어나는 자살률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들의 문제는 전혀 사소하지 않다. 필기시험, AI면접, 상황극 면접, 영어면접, 토의면접, 인성면접 등등.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채용과정을 따라잡기 위해 각종 스펙을 쌓기 바쁘다. 그런 와중에서도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난 6월 29일 성토대회에 온 청년들은 '일반의' '보통의' 청년을 자처하고 있었다. 한 익명의 발언자는 "저도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국공은 난이도가 높고 SKY(서울·고려·연세)대학 학생들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는 곳이다"라면서 그만큼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이번 정규직 전환이 '로또'라고 말한다.

한 익명의 메일에서는 "금수저 말고 제발 보통 청년들의 현실을 봐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로또 취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수저여서 정보를 가지고 미리 들어와 정규직이 되기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죽하면 그리 생각할까 싶지만, 14조 8교대로 3년 넘게 하루 12시간씩 일해 온 보안검색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추정에 근거한 모멸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성토대회에서 말하는 '일반' 청년, '보통'의 청년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그렇다면 분노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누구인가.

그 '시험'은 과연 공정한가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요즘것들연구소 주최로 열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로또취업 성토대회’에서 익명을 요구하는 한 참가자가 발언자로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분들에게는 말 그대로 엄청난 행운이 되었을지 몰라도 다른 취준생들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요즘것들연구소 주최로 열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로또취업 성토대회’ 현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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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느낀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청년들이 있다. 수많은 스펙들을 차마 넘보지 못하는 청년, 당장의 생계나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일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청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 못한 청년 그리고 분노가 조직되기 어려운 청년들. 이런 청년들의 이야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이들이 일반적 청년, 보통의 청년에 미달하기 때문인 것인가? 이들을 두고, 과연 '시험'은 공정한 기준인가.

"노력하는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가 돼야 한다. 이 문장에 대한 반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 받고 이에 따른 소득격차를 인정하는 게 건강한 사회의 표본이라고 본다."

위 발언처럼, 성토대회에서 청년들은 인국공의 높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증명하고자 애썼다. 그동안 사회가 얼마나 이들에게 노력을 강요하고, 그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했는지를 곱씹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청년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노오력'이라 칭하며 사회를 풍자했던 청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졌다.

애초에 그 노력은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것을, 몇 번의 시험과 면접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특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청년들에게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높은 문턱임에도 이를 공정한 기회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성토대회에서 청년들은 "결과의 평등이 아닌 과정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국공 정규직이 되기 위한 시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과정이 아닌 답이 정해져 있는 결과다. 이 시험은 비정규직에게 '그 동안 해온 너희의 노력으로는 정규직의 선을 넘을 수 없으니 보다 열악한 노동시장에 있으라'고 말한다.

이 선의 이름은 '동일 노력, 동일 임금'이다. 동일 노력이 아닌 너의 노력으로는 이 선을 넘을 수 없다고, 비정규 노동이라는 노력은 비정규직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것이 계급을, 그리고 노동의 이중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은 아닌지. 노력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이고, 그 노력의 다른 이름은 시험인 것인지.

이것은 왜 노력이 아닌가?

'공정'. 이번 논란뿐만 아니라 청년관련 이슈에 늘 같이 등장하는 단어였다. 분노한 청년들이 공부를 하는 시간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하고 업무경험을 쌓았다.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해, 정규직에 준하는 일을 하면서 그 만큼의 돈은 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근로를 해온 것이다. 공정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면, 왜 이것은 노력이 아닌가.

"서른 넘어서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 없다. 그런데 굳이 최저임금씩이나 줘야 하냐?" 얼마 전 최저임금에 대해서 한 점주가 청년유니온에 항의전화를 해서 한 말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면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형벌에 처해야 한다는 뜻일까? 애초에 제대로 된 사람은 무엇을 뜻하나? 이 말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노동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분노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역시 분노했다.

유명 웹툰 <송곳>에서는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라고 말한다. 현재 청년이 서 있는 곳의 풍경은 어떠한가. 어릴 때부터 같은 책을 읽으며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험을 보고 자란 우리들은 공정이 그 곳에 있다고 믿었다. 공정은 시험지 위의 점수 숫자로만 표현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실 밖의 세상은 넓고 단순하지 않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 모두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하자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잃는다는 제로섬의 세계여서는 안 된다. 노력에 대해 줄 세우고 평가하며 상대적으로 노력이 부족하니 그런 삶을 살아도 싸다고 말 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청년이 정규직에 이토록 목을 매도록 만든 노동시장의 공고한 이중구조이다. 중심부로 진입하는 경쟁의 룰에 국한된 논쟁은 그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만일 청년의 목소리에 진정 반응하고 싶다면, 진정으로 '노력하는 꼰대'가 되기로 했다면 청년들의 분노를 조직하여 정권 비판에 이용할 것이 아니라 현재 청년이 보는 풍경에 대해 앞 세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래통합당 청년문제 해결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 소속 김웅, 김병욱, 박민식, 이성권, 이준석, 임이자, 하태경,  허은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발대식에 참석해 제1호 법안인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청년문제 해결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 소속 김웅, 김병욱, 박민식, 이성권, 이준석, 임이자, 하태경, 허은아 의원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발대식에 참석해 제1호 법안인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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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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