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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청이 남목시장 공영 주차장을 만들면서 주민들에게 설명도 없이 인근 남목원룸 건물의 언덕을 모두 깎아 입주민들이 붕괴위기를 느낀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 동구청이 남목시장 공영 주차장을 만들면서 주민들에게 설명도 없이 인근 남목원룸 건물의 언덕을 모두 깎아 입주민들이 붕괴위기를 느낀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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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청이 남목시장 공영 주차장을 만들면서 주민에게 설명도 없이 인근 원룸 건물 언덕을 모두 깎았다. 주민들은 붕괴 위기를 느낀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기사 : 황당한 울산 동구청, 주민 모르게 언덕 깎은 이유가 코로나 때문? http://omn.kr/1nvuf)

급기야 울산시 신문고위원회 중재로 동구청이 지난 22일 설명회를 갖고 "안전진단 결과 이상이 없다"라며 공사 강행 뜻을 밝히자 주민들이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해당 남목원룸 주인은 26일 아침 울산 동구청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정천석 동구청장과 마주쳤다. 주인은 "해당 원룸을 동구청이 매입하든지 아니며 주민들 포함 피해 보상을 하라"라고 요구했지만 구청장은 "안전하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으니 피해 보상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대응하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주민들 "원래 설계대로 되돌려놔라"

앞서 울산시 시민신문고위원회는 전문가에 의뢰해 남목원룸 안전진단을 진행했고, 지난 22일 남목원룸 마당에서 사면(언덕을 깍은 부분)구조안전검토 결과 등 설명회를 했다.

이 자리서 전문가는 주민들에게 "오해 없길 바란다. 기술적으로만 말하겠다"면서 "옹벽을 설치하고, 사면안정을 위한 흙 채움 공정이 진행되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구청은 이를 근거로 주민들이 이날 호소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관련 언급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주민들이 "원래 설계대로 되돌려놔라"라며 반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해당 원룸 주민들은 "지난 수개월 간 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고, 원룸 주인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남목원룸 가치가 공사로 인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라며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원룸 주인은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40여 년 간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퇴직금을 미리 정산받고 빚을 얻는 등 전 재산을 들여 원룸을 매입했다"면서 "조만간 퇴직하면 원룸을 팔고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려 촌으로 가려고 했지만 위험성이 알려진 원룸을 누가 매입하겠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동구청 측이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 없이 공사 강행의 뜻을 밝히자 26일 원룸 주인이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를 한 김아무개씨는 "그동안 동구청이 아무 설명 없이 공사를 진행할 때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원룸 언덕까지 모두 깎길래 항의하자 오히려 '무슨 피해가 있나'라는 등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평생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던 주부가 이렇게 나선 이유가 바로 동구청의 이런 무책임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동구청의 직무유기에 거세게 항의하니 비로소 '깎은 언덕을 대신해 옹벽을 쌓겠다'고 한다"면서 "이는 주민들이 투쟁해서 얻은 결과일 뿐이지 동구청의 자발적 의지도 아니지 않느냐. 피해보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전통시장 활성화" 붐에 엉뚱한 주민만 피해
 
6월 26일 오전 8시 20분쯤 울산 동구 남목원룸 주인이 동구청 현관 앞에서 남목원룸을 동구청이 매입하고 피해를 보상하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6월 26일 오전 8시 20분쯤 울산 동구 남목원룸 주인이 동구청 현관 앞에서 남목원룸을 동구청이 매입하고 피해를 보상하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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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남목원룸 붕괴위기 사태는 한마디로 성과 위주의 행정이 빚어낸 전시 행정의 민낯이라는 분석이다.

근래 들어 전국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시장 주차장 건설붐이 일면서 동구청도 그 일환으로 남목시장 공영주차장 건설을 계획했다. 설명회 때 주차장 건설 이유도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지역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였다.

현장 확인 결과, 해당 남목공영주차장은 남목시장입구에서 70~80m 가량 고개를 올라 가야 있다. 시장을 보러온 손님이 이곳에 주차를 하고 장을 본 뒤 짐을 들고 다시 걸어서 주자창까지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차라리 이 부근 주민들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었다. 인근 동부아파트 한 주민은 "이 지역은 주차난이 심각한 곳으로 이번 남목공영주차장 건설은 동부동 주민들의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예산 배당명목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 효과는 이 지역 주민의 주차난 해소에 기여하는 셈이다. 중소상인들의 호소로 전통시장을 살리자며 국가와 울산시의 예산 50억원을 투입한 당초 의도와는 다소 차이나 보인다.

울산 동구청은 현재 3917㎡규모로 주차면수 91면의 외부주차장을 조성중이다. 공시지가 확인 결과, 동구청이 토지보상공고를 낸 2019년 1월 당시 해당부지인 동구 동부동 산168-4번지는 ㎡당 47만 1600원이었다.

동구청 담당부서 교통행정과는 "절차에 따라 해당부지를 감정평가사에 감정을 의뢰했고 모두 28억여원이 소요됐다"면서 "부지외 전체 건설비는 12억원으로 잡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8억원을 3917㎡로 나누면, 동구청은 공영주차장 부지 매입비로 야산이던 이곳을 ㎡ 당 71만4천여원에 매입한 셈이다.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동구청은 전통시장 상인들 의견만을 반영해 진입로 설계를 변경해 공사를 강행하면서 변경지역 주민들에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언덕을 깍으면서 결국 영문도 모르던 엉뚱한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언론 보도 등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동구청은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호소를 '안전성 진단 결과'만을 토대로 "이상이 없으니 보상할 수 없다"라며 공영 주차장의 빠른 준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민들 반발을 불렀다. 

'공영주차장 건설' 성과에 주력하는 행정이 지난 수개월 간 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항의를 묵살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그:#울산 남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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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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