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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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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차기 대선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코로나19 시대의 민생 정책으로 각자가 밀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을 놓고 9일 맞붙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폭우가 쏟아지면 우산 쓰는 사람도 있지만, 비를 쫄딱 맞는 사람도 많다"면서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똑같은 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로 이 지사를 비판했다.

그동안 박 시장의 지적에 대응하지 않던 이재명 지사는 9일 오전 CBS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지금 인공지능(AI) 등 기술혁명 때문에 생산은 늘어나는데 고용이 없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이고 피할 수가 없는데 자꾸 일자리를 만드는 데 매달린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책이 못 되는 거다. 일자리를 못 만드는 걸 보완하는 것은 그냥 나타난 현상에 대한 대책이다. 문제는 더 근본적인 대책,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 경제 시스템에서 어떻게 선순환이 가능하게 만들 거냐다."
 

서로의 허점 파고드는 박원순과 이재명

이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 글에서 탄소세(환경오염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 데이터세(국민이 생산하는 데이터로 만든 이익에 과세), 국토보유세(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 로봇세(일자리를 잠식하는 인공지능로봇에 과세) 등의 새로운 재원조달처를 예시했다. 일단 연 20만 원으로 시작해서 수년 내에 연 50만원을 거쳐 경제활성화 효과를 봐가며 연 600만 원까지 늘리자는 제안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어떻게 하면 가능하냐, 재원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두는 것을 전제로 정치인들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미래통합당 김종인 대표와 김세연·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상대로 지목했다. 최근 이 논쟁에 참여한 박원순 시장과 이낙연 의원 등 당내 대선후보 경쟁을 해야 할 사람들의 이름은 빠졌다.

새로운 복지 정책이 논의될 때 항상 따라붙는 문제가 재원이다.

이 지사가 장기 목표로 제시한 월 50만 원(연간 6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300조 원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정부 총예산(512조 원)의 60%에 가깝고,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180조 5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비용이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하려고 하냐'는 현실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지사는 이 문제를 단계적 증액으로 풀어가려고 한다. 연 20만 원 지급 비용은 10조 원으로, 이 정도면 일반회계예산 조정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증세가 없으니 조세저항의 부담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10조 원을 특정 재벌기업들 넘어지는 데, 부실기업 지원하는 데 쓸 거냐? 전 국민에게 줘서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 소상공인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냐? 선택은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연 20 → 연 50 →연 600까지 단계적 접근론... 문제는 재원

그러나 기본소득 도입에 비판적인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금액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일단 제도가 시행되면 되돌리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의미의 기본소득이 시행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6배가 넘는 면적을 자랑하지만, 인구가 70만 명에 불과한 이곳은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알래스카주는 지난 1982년부터 자원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천연자원 수출 대금을 1인당 300~2072달러씩 지급하고 있다. 국가 단위에서는 핀란드가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월 560유로(74만 원)를 2년 동안 지급했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고 실험을 중단했다.

이 대표는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핀란드의 경우 소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하다가 중단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려면 관련법도 만들어야 하고 말 그대로 제도의 도입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비라는 기본소득의 대전제에도 이 대표는 부정적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정치는 안 된다. 일자리가 줄어들기보다는 일자리의 구성이 바뀌게 된다고 봐야 한다.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모두 그랬다. 없어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고임금·고숙련 일자리와 서비스 쪽의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자동화된 생산 체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능력을 키워줘야지, 일자리 감소를 전제로 기본소득 나눠줄 궁리를 하면 안 된다."
 

상대적으로 비용 적게 드는 전국민 고용보험... 그래도 추가 재원 필요

전국민 고용보험은 기본소득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수혜 대상이 줄어든다.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일정 비율씩 분담하는 보험료로 재정이 충당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부담도 기본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핵심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자영업자, 비정규직들을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폭이다. 

박 시장은 자영업자에게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4조 원과 저임금 청년 대상의 근로장려금 EITC 1조 원을 돌려서 5조 원의 초기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고용보험에 지출하는 예산은 8조 원이 조금 넘고, 그나마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고용보험의 혜택을 못 받는 미가입자들을 포괄하는 제도가 완성되려면 추가재원 확보가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놓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하면서도 "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 이유다. 그러나 박 시장은 "대통령도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당장 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전면실시를 주장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문 대통령이 화두 던지고 → 박원순 시장이 이어받고
[기본소득] 이재명 지사가 선점 →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관심


전국민 고용보험 전면실시론에는 금융 위기로 근로계층이 실직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1997년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이같은 주장은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한 기본소득과 달리 고용보험에 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본소득의 경우 이 지사가 2015년부터 의제화를 위해 노력했고,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여기에 관심을 보였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재차 주장하면서 이슈로 부각됐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 후 박 시장이 논의를 이끌어보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고용보험 관련 로드맵을 발표하면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준비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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