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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 문제. 이주노동자들은 자가 격리할 주소지가 없는 것도 문제요, 있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 숙소는 집단 감염 위험만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코로나가 우리사회 민낯을 드러냈다.[기자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시설 또는 자가 격리를 실시하면서 이주노동자쉼터에는 한동안 자가 격리를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특별히 4월초에 유학생들이 자가 진단앱이 깔린 휴대폰을 자가 격리지에 두고 외출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했다가 강제 추방된 이후 이주노동자 본인이나 고용주만 아니라 공항 방역당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연락이 왔다. 

그 중 코로나19 국내 확산 초기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출국하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던 한 시설재배 농장주는 이주노동자쉼터에 거의 명령조로 외국인 거주증명서 발급을 요구했다. 이주노동자가 입국 후 자가 격리에 필요한 주소지 증명을 하라는 말이었다.

그는 이주노동자쉼터가 민간 시설로 세금 한 푼 지원받지 않는 단체인데도 마치 '공공기관이니 누구나 이용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는 투였다. 누군지 밝히지 않던 그는 고용 예정인 이주노동자를 위해 숙소를 제공할 경우 일어날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자가 격리 대상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쉼터를 이용해 본 적도 없는 이의 거주 증명을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고용주는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동료가 쉼터에 있다는 핑계를 대며 거주 증명서 발급을 요구했다. 쉼터에서 자가 격리 후에 고용할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 그런 사람이 없다 해도 "이주노동자 쉼터가 뭐하는 곳이냐, 외국인들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며 막무가내였다. 

그런 연락이 올 때마다 쉼터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고, 독방 사용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화장실과 주방을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 격리지로 쓸 수 없다고 분명하게 뜻을 전달하곤 했다. 

고용주들의 전화와 달리 이주노동자들은 대체로 인정에 호소했다. 특별히 쉼터 대표와 언어가 통하는 인도네시아들은 자신이 이주노동자쉼터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떤 도움을 받았던 누구의 친구이며, 언제 쉼터에 왔었는지 등등 조곤조곤 털어놓으면서 자가 격리 기간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무슨 이유인지 4월 13일은 그런 전화가 미어터졌다. 당시 조카 장례식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 있었는데, 인도네시아인들과 한국인 통역, 방역 당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관계자 등 누구의 사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쉼터 형편을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했고, 그들을 도우려는 한국인들에게는 도우려는 뜻은 알겠지만, 쉼터는 집단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전했다. 

그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인도네시아어 통역으로부터 온 전화는 자가 격리 주소지가 없어서 귀국 항공편을 알아보던 중 도움을 요청한 경우였다. 그는 뜻하지 않게 입국 거부될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국내 체류 중 일시 귀국했던 이주노동자들은 자가 격리할 마땅한 주소지가 없을 경우 임의로 자가 격리지를 적기도 하고, 없다고 사실대로 밝히기도 한다. 이럴 경우 입국 불허 대상이 된다. 자가 격리할 주소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형편이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갖고 호소했다.

장례가 끝나고 비행기 탑승 때문에 잠시 핸드폰을 꺼놓을 때까지도 전화는 쉴 틈 없이 울렸다. 비행기 탑승 전 대기 시간부터 자가 운전으로 귀가하기까지 세 시간여 동안 찍힌 부재 중 전화는 무슨 사연인지 묻지 않아도 뻔했다.

열외 시민, 일류 시민

그렇게 세 시간 동안 전화를 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쉼터에 나타났다. 일시 귀국 후 재입국한 C국 출신 이주노동자 S였다. 방역당국이 정한 자가 격리 원칙에 따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S가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소와 시청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은 S에게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쉼터에서 자가 격리하고 있는지 물었다. 시청 입장에서는 비상 상황이 터진 셈이었다.

쉼터에 있음을 확인한 후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S가 쉼터에 온 첫 날, 보건소 담당자가 직접 찾아왔다. 그는 식기는 혼자 사용할 것과 화장실은 사용 후 반드시 소독할 것 등 자가 격리 중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 체온기, 쓰레기봉투, 일회용 장갑 등 방역 물품을 전달했다. S가 쉼터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에는 햇반을 비롯한 생필품을 보내왔다.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를 통해 감염이 확산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용인시 보건 당국은 2주 동안 S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감염 방지를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때부터 쉼터 관리자들 또한 자가 격리자 아닌 자가 격리 대상자가 되어야 했다. S에게 발열이 있는지 하루에 두 번씩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에 보고해 달라는 요청을 시청 관계자에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보건소와 코로나 담당 시청 직원이 S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선불카드를 다 썼기 때문이었다. 재충전하려면 카드 종류를 알아야 하는데 S는 가게에서 해 주는 대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카드를 쓰는지 몰랐다. 그렇다고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결국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하기로 했다. 
 
발열 확인 기록 S는 하루 2회씩 체온을 확인하고 기록하여 문자로 보고했다.
▲ 발열 확인 기록 S는 하루 2회씩 체온을 확인하고 기록하여 문자로 보고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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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시간이 됐는데도 체온 측정 기록이 오지 않으면 S가 묵고 있는 방 앞에서 '사진 보내 주세요'라고 직접 요구해야 했다. 그런 날이면 S는 뭔가를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창살 없는 감옥 같은 방에서 음료와 사탕은 빼놓지 않는 그의 부탁 품목이었다. 그나마 무료함을 달랠 위안거리였던 모양이다. 

27일 S가 보낸 마지막 문자가 도착했다. 

'내일 나는 14로긌나다. 갑사합니다.'

'내일 (자가격리) 14일이 끝난다. 감사합니다'라는 뜻이었다.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쉼터에 있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를 위한 특별식을 부탁했다. 특별하다고 해서 푸짐한 식탁은 아니었다. 그가 고향에서 먹었을 법한 음식이었을 뿐이었다. 접시를 받아들며 그는 "스페셜"이라고 소리치며 기뻐했다. 마스크를 하고 있어도 환하게 웃고 있음을 알 수 있던 그는 눈시울을 글썽했다. 
 
자가 격리 후 특별식 캄보디아 전통음식
▲ 자가 격리 후 특별식 캄보디아 전통음식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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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 격리자 수용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 그 대상자인 이주노동자를 2주간 가까이서 지켜보며 이 사회가 사회 취약층,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고 도움을 주려는 이들조차 세심함이 부족했다. 쉼터라면 무조건 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르다 보니 선의가 피해를 끼치는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긴급을 요하는 지원에서 늘 뒷전인 열외 시민이었다. 사람을 노동력으로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등급을 매기는 일조차 아무렇지 않게 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민낯 중 하나는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 차별과 배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공적 마스크 판매 정책이 딱 그랬다. 정부 당국은 체류 자격과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핑계로 절반이 넘는 이주민들을 사회안전망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겼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할 때 이주민들은 불안감에 떨면서도 마스크 구입은 딴 세상일이었다.

재난기본소득 역시 그렇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외국인은 제외라고 못을 박았다. 비록 총선이 끝날 즈음 이재명 지사가 "내용보다 속도가 중요해서 깊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재난기본소득 배분에 있어서 외국인 배제로 인한 문제점을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나 난민 등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생활하며 직·간접세를 내는 도민인데도 말이다. 세금이 있는 곳에 권리가 있다는 말은 이주민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이주민 대상 마스크 분배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며칠 사이라고, 격세지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공적 마스크도 여유가 생기면서 뒷전이던 이주민들에게 늦게나마 눈길을 주는 점은 고마우나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그동안 이주민은 우리사회에서 '열외 시민'이었는데 이제야 생색내는 꼴이다. 

열외 시민이 있는가 하면 일류 시민도 있다. 마스크 구입을 못해 불안해하는 이주민들이 있다는 소식에 발끈하고 나서서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아들 등교할 때 사용하려고 사 둔 마스크를 내놓은 이, 바쁜 선거운동 일정에도 귀 기울여준 후보, 주위 지인들을 독려하며 마스크를 모으고 갖다 준 이, 비서실을 통해 살짝 보내준 이도 있었고, 직접 재봉틀을 돌린 전업주부·언론인·평화활동가, 교인들로부터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모아 보내 준 교회들, 마스크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며 방역해 준 이, 꼭 필요했던 손 소독제를 박스로 보내준 이, 익명을 요구하며 다량의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발송해 준 기관 등등 정말 많은 이들이 세상이 눈 감을 때 이주민들을 돌아봤다.

이주민도 우리 사회 공동체 일원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이들은 세계 시민이며, 일류 시민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안전망 체계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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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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