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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울리는 소리에 폰을 열어보니 북클럽과 에세이 수업을 하고 있는 배지영 작가에게서 온 카톡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5월부터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 시작합니다. 작은 서점에 첫 번째로 초대한 분은 김설원 작가님.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내게는 홍시뿐이야>로 작년에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셨어요. 2002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원고 청탁은 들어오지 않았대요. 포기하려다가도 계속 써서 이번에 큰 상을 받았지요. <내게는 홍시뿐이야> 희망도서 대출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카톡을 보고 "야호" 소리가 나도 몰래 나왔다. 반가웠다. 지난해 2월부터 우리 동네 한길문고에서 시작한 작가와 함께 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은 문체부 주체, 한국작가 회의 주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15개 서점이 선정되어 진행 중인 사업이다. 

나는 북클럽 정보를 동네 뜨개방에서 알게 되었고, 한길문고를 찾아가서 배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내 나이 76세, 망설이는 나를 배 작가님은 용기를 주며 다독였다. 76세에 시작해 101세까지 그린 그림으로 세계를 감동시킨, 삶을 사랑한 화가, 모지 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을 권해 주며 친절하게 배려해 주었다.

그렇게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새 삶이 시작되었다. 북클럽도 하고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 것이 내게는 참 신나는 일이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 소녀적 꿈이 시인이 되고 글을 쓰고 싶은 문학소녀였다.

마음은 항상 막연히 문학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가슴에 안고 살고만 있었던 것이다. 가정사의 일상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현실은 쉽게 허락지 않았다. 사느라 바쁘고 결혼해서는 아내로, 엄마로서 사는 동안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새롭게 꿈을 찾은 지금,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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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라도 꿈꾸던 문학의 세계에서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글을 쓰면서 보낸 시간들은 또 다른 나를 찾게 되는 다른 세상이었다.

가슴속 묻어둔 나의 인생을 풀어내고 다독여도 주고 치유받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깊은 통찰을 하며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은 나이 들어올 수 있는 허무와 외로움을 잊게 해주었다. 젊은 세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은 나를 젊음으로 다시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찾게해주었다.

글을 쓰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다. 송고한 글이 채택됐었을 땐 나도 몰래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눈시울을 뜨거워졌다. 내 자존감이 높아지며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음이 감사하다. 내 삶이 더 단단해졌다. 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었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여유 있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서 갇혀 지낸 몇 개월, 지루한 마음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날만을 기다려 왔다.

언제가 될까 막연히 기다고 있었는데, 오늘 카톡을 받으니 마음이 환해지며 설레기조차 한다. 물론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다시 만나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를 희망해 보며 담담히 기다린다.

코로나19는 고통이었지만,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다고 한다. 그동안 잊었던 삶의 근원을 다시 생각하고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감사한지 가슴 깊이 기억하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 브런치에도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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