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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백색의 하얀 꽃잎이 창문 앞을 환히 밝히고 봄바람에 은은히 풍겨오는 꽃내음이 집안에 가득 퍼질 때 행복감은 극치에 이른다
 유백색의 하얀 꽃잎이 창문 앞을 환히 밝히고 봄바람에 은은히 풍겨오는 꽃내음이 집안에 가득 퍼질 때 행복감은 극치에 이른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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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시인 박목월의 시에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인 '4월의 노래'는 학창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다. 긴 생머리에 목덜미가 하얬던 음악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따라 불렀던 봄노래는 반세기가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목련이 필 때면 늘 생각이 난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 앞에서 며칠째 탱탱하게 꽃봉오리를 앙다물고 있던 목련이 하룻밤 사이에 마치 폭죽이 터지듯이 피어났다. 이파리 하나 없는 유백색의 하얀 꽃잎이 창문 앞을 환히 밝히고 봄바람에 은은히 풍겨오는 꽃내음이 집안에 가득 퍼질 때 행복감은 극치에 이른다. 아파트 저층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봄을 대표하는 봄꽃의 귀족, 목련(木蓮). 이른 봄 하얗게 피는 꽃이 마치 ‘나무에서 피는 연(蓮)’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을 대표하는 봄꽃의 귀족, 목련(木蓮). 이른 봄 하얗게 피는 꽃이 마치 ‘나무에서 피는 연(蓮)’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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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대표하는 봄꽃의 귀족, 목련(木蓮). 이른 봄 하얗게 피는 꽃이 마치 '나무에서 피는 연(蓮)'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눈보라와 찬바람을 견디며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목련은 단아 하면서도 화려한 빛깔의 꽃을 피운다. 새하얗고 커다란 꽃잎은 결코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기에 고결한 기품이 돋보인다.

목련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옥같이 깨끗한 나무라 해서 옥수(玉樹)라 하고 꼭 오므리고 있는 꽃망울의 모습이 붓을 닮았다고 해서 '목필(木筆)'이라 부르기도 한다. 백목련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고 '영춘화(迎春花)'라고 하며, 보라색의 자목련은 봄이 끝나갈 무렵에 핀다 하여 '망춘화(亡春花)'라 한다.

대부분의 꽃들이 태양을 바라보며 남쪽을 향해 피는 것과는 달리 목련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꽃봉오리의 아랫부분에 남쪽의 따뜻한 햇볕이 먼저 닿으면서 세포분열이 반대편보다 빠르고, 튼튼하게 자란 탓에 자연스럽게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하게 된다고 한다. 목련의 이런 특성 때문에 생겨난 북쪽 바다만을 바라보고 있는 '하늘나라 공주의 전설'도 애틋하다.
 
 목련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목련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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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과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봄의 전령. 눈 부시도록 하얀 목련을 소재로 한 시와 노래도 한없이 많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경희대학교 총장 조영식이 작시하고 음대 학장 이었던 김동진이 작곡한 태너 엄정행의 '목련화'는 방송국의 봄맞이 음악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국민 애창곡 중의 한 곡이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 앞에서 며칠째 탱탱하게 꽃봉오리를 앙다물고 있던 목련이 하룻밤 사이에 마치 폭죽이 터지듯이 피어났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 앞에서 며칠째 탱탱하게 꽃봉오리를 앙다물고 있던 목련이 하룻밤 사이에 마치 폭죽이 터지듯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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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얗고 커다란 꽃잎은 결코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기에 고결한 기품이 돋보인다
 새하얗고 커다란 꽃잎은 결코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기에 고결한 기품이 돋보인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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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순결한 목련과 봄의 정감을 주제로 한 많은 노래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노래가 한 곡 있다. 이맘때 가장 많이 듣고 부르게 되는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슬로 고고 리듬에 4분의 4박자로 느리게 흐르는 노래에서는 봄날의 슬픔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원로 작곡가 김희갑이 작곡하고 양희은이 직접 작사한 이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애청하고 애창하는 이유는 양희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백목련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고 ‘영춘화(迎春花)’라고 한다
 백목련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고 ‘영춘화(迎春花)’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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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의 봄, 30대 초반의 양희은은 3개월 시한부 난소암 판정을 받는다. 투병 중에 친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오늘 너와 똑같은 병으로 세상을 뜬 사람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넌 잘 살고 있니? 싸워서 이겨"라고 적혀 있었다. 양희은이 병실에서 간절한 기도를 마치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거기에 하얀 목련이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었다.

양희은은 복받치는 감정으로 단숨에 노랫말을 써내려 갔다. 유서처럼 쓴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노래, '하얀 목련'은 작곡가 김희갑에게 넘겨져 '불후의 명곡'이 됐고, 양희은은 기적처럼 소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지 두 달이 다되어 간다. '그 날이 그날' 같았던 소소한 날들마저도 몹시 그리운 요즘이다.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이 피고, 아픈 가슴들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피어나 평범한 일상이 소생하길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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