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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총선 종로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에 등록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을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1대 총선 종로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에 등록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을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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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종로 출마 선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 황교안, 종로 출마 선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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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종로는 이낙연과 황교안이라는 거대 잠룡들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싸움터로 주목받게 되었다. 두 사람이 각각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전직 국무총리였다는 점, 차기 총선이 정권 심판이냐 보수 야당 심판이냐는 구도에서 가장 상징적인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서울 종로가 이번 선거에서 가지는 무게는 더 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 승부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직접 종로 출마를 제안했고, 한국당 내부에서도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황교안 대표가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컸다. 황교안 대표는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루다가 결국 한국당 내부 의견에 따라 종로 출마를 결정했다. 덕분에 원래 종로가 가지고 있던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더 주목받는 선거 구도가 완성되었다.

언론에서는 '종로 대전', '예비대선'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선거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종로로 주소를 옮기고, 현장 행보를 강화하는 등 종로에서의 결판을 위해 준비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그들이 호명하는 사람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의 '서민 코스프레'가 이어지고 이는 많은 비판을 받고는 한다. 종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전 총리는 1월 24일 지하철 개찰구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황교안 대표는 떡볶이 꼬치를 젓가락처럼 사용하여 어색한 상황을 연출해 마찬가지로 네티즌들에게서 좋지 못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색한 서민 코스프레를 해야하는 이유는 그들이 대변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미덥지 않지만, 선거철만 되면 다양한 방식들로 호명된다. 서민, 청년, 여성, 노동자, 학생 등등. 정치권은 끊임없이 여러 주체를 호명하고 자신들이 그들을 위하는 진정한 대변자라고 외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비록 호명만 된다고 할지라도 호명 자체에 있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국 사태로 확산한 청년 담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정치권은 청년을 호명하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한 많은 논의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청년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청년은 호명되었고, 이전보다 더 나아질 하나의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호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만, 적어도 호명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 하나는 찾을 수 있다.

호명되지 못한 사람들
 
 2017년 10월, 정의당성소수자위원회가<창덕궁 앞 도성한복판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과 관련해 현수막을 게시했다.
 2017년 10월, 정의당성소수자위원회가<창덕궁 앞 도성한복판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과 관련해 현수막을 게시했다.
ⓒ 정의당성소수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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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에 대한 이런 이야기는 역으로 생각하면 호명되지 못하면 관련 문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존재들이 많다. 존재하지만 호명되지 못해 차별과 억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들. 종로에는 특히 성소수자가 그 예에 속한다. 

종로는 예전부터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일종의 아지트 같은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종로의 한구석에서 성소수자들은 자신들만의 구역을 구축해오고는 했다. 그곳에서는 사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여겨왔던 성소수자들의 인생이 보편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성소수자들의 사랑 서사가 그곳에서 지금도 피어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가 당연한 한국에서 종로에서 낙원상가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그들에게 '낙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재생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종로 일대의 성소수자의 역사는 지워지기 시작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표한 '역사인문재생계획'에 '귀금속 특화 공예창작거리', '송해길' 같은 종로의 특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사업이 계획되어 있지만 성소수자의 역사는 아무런 언급도, 고려도 되지 않았다. (친구사이 웹진 참조https://chingusai.net/xe/newsletter/497310)

더욱이 종로 일대 성소수자 밀집 지역이 '힙'한 지역이 되자, 이성애자 유입이 늘어났다. 그러자 '성소수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 경제 <[르포]"이렇게 밀려나네요"…종로 낙원동, 모습 감추는 '성소수자' 인용>https://www.asiae.co.kr/article/2019021210333178843 인용 ) 사회의 눈치를 보며 쫓겨난 성소수자들에게 또다시 쫓겨남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 언론은 '정치 1번지'라는 종로를 주목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에서도 그런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혐오 발언이나 실언을 하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정치가 호명해야 할 사람들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 연분홍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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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은 종로를 장악하고 완전한 그들의 도시로 만들 생각이 없다. 그저 자신들이 안전하게 있을 공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원할 뿐이다. 이런 작은 소망을 지금 종로의 대표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에게서는 보장받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종로의 대표자가 되겠다고 나왔고, 전 국민을 아우르는 대통령까지 넘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진정 그런 의지로 정치를 하는 것이라면, 성소수자들을 호명하고 기억해달라는 요구가 결코 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누가 종로 대전에서 승리하던 그가 정말로 종로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그 종로에 '성소수자'가 포함되기를 바란다.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포용국가', '자유대한민국'와 같은 이상향을 유세장에서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그렇다면 호명되지 못하던 종로의 성소수자를 호명하여,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혐오를 해결할 실마리를 먼저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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