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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9월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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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독점했다. 저만 아니라 당시 모든 언론이 그렇게 지적했다. 핵심 포스트를 윤석열 친위대가 장악했다. 그래서 이른바 제왕적 검찰총장의 시대가 저는 열렸다고 본다. (중략) 정치검찰의 상징이었던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어렵게 폐지했는데, 지금은 검찰 전체가 중수부가 된 것 같다. 어디에서 어떤 검사가 수사를 하던 간에 검찰총장의 재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져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 검찰은 안 보이고 윤석열 총장만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30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윤석열 검찰'을 향해 '제왕적 검찰총장의 시대'라며 강한 질타를 날렸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추 후보자에게 "기형적 인사는 정상화해야 한다"며 "부임하면 장관으로서 단호하게 인사권을 발휘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추 후보자는 "검찰인사 뿐만 아니라 모든 인사는 공정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 인사여야 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추 장관은 또 현재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형사부나 공판부의 강화를 포함한 "조직 재편의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법무부장관으로서 인사권을 적극 발휘하겠다는 제스처이자 '윤석열 사단'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형사부나 공판부에서 중노동에 버금가는 밤샘 수사를 하고도 미제사건에 허덕이는 일선검사들의 노고와는 전혀 다른 역방향으로 나날이 국민 신뢰를 잃어가는 검찰을 보면서, 이것을 지휘 감독하는 자리에 제가 간다면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방향을 조속하게 찾아내겠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그리고 이날 오후, 추 후보자도 5선 의원으로 표결에 참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처리 직후,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기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최근 류근 시인에게 "검찰은 새해 선물로 저에게 기소를 안겨줄 것이고, 언론은 공소장에 기초하여 저를 매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조 전 장관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된 다음날인 31일, 검찰이 조 전 장관을 12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이다.

이미 조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 등 수사와 기소 시점 등 정치적 일정이나 언론 보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윤석열 검찰'다운 2019년의 마지막 날에 벌어진 일이었다.

2019년 마지막 날
 
영장실질심사 받는 조국 전 장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청와대 감찰 무마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청와대 감찰 무마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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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위조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위조교사...!!! 법정형으로 5년 이하, 10년 이하... 이런 범죄들이 무려 11개(실제 12개)인데, 검찰은 구속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한 걸까요? '인디언 기우제'라고도 하던데, 기우제를 사막에서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법무법인 에이블 양지열 변호사가 31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양 변호사의 지적대로, 27일 새벽 법원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지 4일 만에 정 교수의 14개 혐의에 버금가는 방대한 혐의를 적용한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해당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윤석열 검찰'이 앞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나 '정경심 재판부'와의 갈등, 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와 추미애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의 시점을 감안, 여론을 염두에 두고 우선 기소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혐의는 입시 비리 관련 혐의 6개(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혐의 2개(뇌물수수,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 2개(공직자윤리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 조작 관련 혐의 2개(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 총 12개다(관련 기사 : '가족 비리' 조국 결국 기소... 딸·아들도 '공모자'로 적은 검찰).

당초 기소 여부에 관심을 모았던 조 전 장관 아들과 딸은 입시 부정과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의 공모자로 적시됐다. 또 사모펀드 비리 등과 관련해 정 교수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눈여겨볼 혐의는 뇌물수수와 추가된 업무방해 등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3회 600만 원)을 뇌물로 보고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청탁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벌써부터 향후 재판에서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법조계 의견도 나온다.

"억지 기소" vs. "검찰의 책무 완성"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입구를 빠져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입구를 빠져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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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최종 목표로 정해놓고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총력을 기울여 벌인 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결과입니다.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입니다. 기소 내용도 검찰이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끝에 어떻게 해서든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겠다는 억지 기소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입시비리, 사모펀드 관련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조 전 장관이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내용을 모두 알고 의논하면서 도와주었다는 추측과 의심에 기초한 것입니다. 조 전 장관이 증거은닉과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와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이 뇌물이라는 기소 내용도 검찰의 상상일 뿐입니다."


이날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가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그간 신중함을 보였던 것과 달리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조 전 장관의 무죄를 밝혀나가겠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훨씬 단호해진 어조였다.

같은 날 조 전 장관도 이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소셜 미디어 활동을 이어갔다. 전날 조 전 장관이 공수처 법안 통과에 대한 소감을 남긴 것도 지난달 11일 정 교수의 구속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 27일 구속영장 기각 후 조 전 장관 측이 '윤석열 검찰'에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허나 이보다 더 주목할 글은 윤석열 총장이 2020년 1월 2일 대검찰청 신년다짐회에 앞서 이날 배포한 '검찰 가족 여러분'에게 보내는 신년사였다. 전직 검찰총장들 역시 신년사를 미리 배포했지만, 공수처 법안 통과 다음날 조 전 장관의 기소가 이뤄진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민을 위한 변화의 노력을 멈출 수 없습니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로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제도적인 개혁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
 
“We'll be back~ 최후통첩”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전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 수호 검찰개혁” “We'll be back~ 최후통첩” "검찰개혁 적폐청산"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19년 10월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전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 수호 검찰개혁” “We"ll be back~ 최후통첩” "검찰개혁 적폐청산"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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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윤 총장이 7월 취임사에서 이미 언급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란 표현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조국 수사나 패스트트랙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과 보수야당과의 거리를 떠올려 보자.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라는 표현에 뒤이은 "부여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합니다"라는 주문 역시 검찰이 조국 일가족 수사와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의 주체'임을 강조하며 지금과 같은 수사를 계속할 것이란 다짐처럼 느껴진다. 이를 증명하듯, 윤 총장은 "어떤 사사로운 이해관계도, 당장의 유·불리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라면서도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언급했다. 그 의중을 두고 의견이 분분할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해입니다. 금품선거, 거짓말선거, 공무원의 선거개입 등 선거범죄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선거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하여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윤 총장이 천명한 정치적 중립이 왜 20대 국회가 저지른 패스트트랙 사건엔 적용되지 않는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이를 두고, 단순히 내년 총선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도 예외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중립의 메시지로만 받아들여도 될까.

이어 "(검찰 조직의) 한정된 역량을 올바르게 배분하지 못한다면, '과잉수사' 아니면 '부실수사'라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라고 한 대목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천명한 "조직재편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처럼 들렸다. 그러나 윤 총장은 조국 일가에 대한 과잉수사나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이나 책임론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과연 이 신년사를 그저 검찰총장이 검찰 구성원들만을 위해 내놓은 메시지라 일축해도 될까. 도리어 시점으로 보나 그간 '윤석열 검찰'의 '언론 플레이'의 전력으로 보나, 윤 총장이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이자 청와대와 정치권에 보내는 제스처로 봐도 이상할 것은 없다.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조국 일가족 수사 결과에 대한 일말의 언급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윤 총장의 신년사 자체가 언론플레이로 비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란 얘기다.

12월 31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두고 작심 비판을 쏟아내며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검찰이) 더 이상의 언론플레이는 하지 말길 바란다"며 "국민과 함께 최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산명동에 서일필 (泰山鳴動 鼠一匹)", 즉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라는 비유를 꺼내 들었다.

이 독한 비유를 새해를 맞은 윤석열 총장이 부디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공수처 설치와 추미애 장관 임명이 유력한 2020년에도 계속 '윤석열의 시간'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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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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