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수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수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대통합을 위해서는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국민들 뜻에 맞는 자유민주세력 통합을 이뤄갈 것인가' 그것이 목표고 이를 위한 희생을 해나가야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대표가 '보수 대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언제든지 날만 잡히면 만날 용의가 있다"라고 제안한 지 3주 만이다. 이전까지 황 대표는 보수통합 관련 질문에 "자유우파·자유민주주의 세력들이 하나 되어야 한다"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황 대표는 6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광장의 민심은)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반드시 심판해달라는 것이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범자유민주세력이 분열하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염원이었고 또 명령이었다"라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의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우파 감정의 골 깊게 패여... 미래로 향하자"

황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이전까지 그가 고수했던 원론적인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경제'와 '안보'를 내세우며 총선 승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특히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수가 분열되고, 정권을 내주고,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서 자유우파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정치적 상처가 생긴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감정의 골도 깊게 패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선적이고 무능한 좌파정권 막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자유우파 정치인 모두는 이 정치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성찰적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라며 "분열의 요소들을 정치적 대의의 큰 용광로 속에 모두 녹여내는 실천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통합 논의를 늦출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황교안 "유승민·우리공화당 등과 직간접적 소통해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황 대표는 유승민 전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아래 변혁) 의원들과 우리공화당 모두를 끌어안겠다고 이야기했다. "유승민 전 대표와도 직간접적인 소통을 해왔다"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적인 논의들을 나눈 바 있다"라는 식이었다.

특히 유승민 전 대표가 ▲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자 ▲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자 ▲ 낡은 집을 헐고 새 집을 짓자 등 만남을 위한 세 가지 요구를 한 데 대해서도 "탄핵에서 자유로운 분들은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과거를 넘어서 미래로 가야한다는 말씀도 드렸다"라며 동의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보수통합 논의를 위해 당 안과 당 밖에 두 개의 통합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의(大義) 아래에서는 그런 여러 가지 논의, 더더구나 소아(小我)라고 하면 내려놓을 수 있다"라며 "당내에 이와 관련된 기구를 만들고, 또 우리 당 밖에 범자유민주 가치를 가진 범정치권과의 통합을 위한 협의기구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합을 위해 '자유한국당'이라는 간판을 바꾸는 방안도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본인의 당대표 자리 또한 "대통합을 위해서는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우리의 대의를 이루고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자유우파세력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논의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를 낮추는 협의도 필요하다"라는 이야기였다.

황 대표는 통합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며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그 시기가 늦으면 통합의 의미도 많이 감퇴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에 대비하기에 충분한 조기통합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 대의를 위한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통합을 완결짓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지만, 진작부터 통합의 당위를 외쳐온 사람으로서 통합과 쇄신의 두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돕겠다"라고 추켜세웠다.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회의적 반응도... 우리공화당은 반발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든 것이 최근의 분란을 수습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천 가산점 부여 등을 두고 소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정국을 거치며 반등했던 지지율도 다시 주저앉고 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론을 지적하며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내 중진 중 하나인 김태흠 의원이 전날(5일) 기자회견을 연 것도 보수통합 움직임의 신호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3선 이상 중진 용퇴론'과 '험지출마'를 거론하며 "보수우파 대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는 보수 대통합을 넘어, 중도까지 아울러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라는 것.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김 의원의 선언을 계기로 오는 7일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관련 기사: 한국당에서 터진 쇄신요구... 김태흠 "황교안, 험지 선택해야"

장제원 의원 또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의 문제에 발목잡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라며 "개혁보수와 정통보수가 통합하여 큰집을 지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이처럼 당내 목소리에 '등 떠밀려' 보수통합 카드를 뒤늦게 꺼낸 모양새를 보이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으로서는 그 좋은 호재인 조국 파동에도 제 역할을 못하고 헛발질이나 하고, 총선 앞두고 또 박근혜 정권을 망하게 한 십상시들이 날뛴다면 1985년 2월 12일 총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당은 명심해야 한다"라고 혹평했다.

홍 전 대표는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 대통합을 발표하기 보다는 보다 진심을 갖고 열정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라"라며 "그것이 야당이 살 길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유상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잇따른 헛발질로 수세에 몰린 형국을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며 "미래를 향한 통합, 혁신을 위한 통합이라는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올드보이들끼리 모여서 세몰이를 해보자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통합의 대상 중 하나로 지목된 우리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파 대통합을 말하는 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법조작사기 탄핵으로 무너진 대한민국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복구부터 하는 것이 첫 순서"라면서 "한국당에는 답이 없다. 미래가 없다. 우파 대통합이 없다"라고 폄훼했다.

태그:#황교안, #자유한국당, #보수대통합, #변혁, #우리공화당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