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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철 경희대 교수,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 김창록 경북대 교수,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철 경희대 교수,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 김창록 경북대 교수,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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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거짓말쟁이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군사동원과 노동력 동원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간 것이며, 강제노동과 성노예는 없었고, 민족차별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며, 식민지배의 결과로 한국이 문명사회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도 한다. 바로 지난 7월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반일종족주의> 얘기다. 이 책에 대한 학술적 비판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에 참석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일종족주의>에 대해 "성매매 역사가 보편적이라고 하면서 할머니들이 성노동자였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소거된다. 사실상 여성이 그 상태에서 어떤 경험을 했냐 하는 것은 고노 담화에도 나와 있지 않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피해자가 아니라 주변인에게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하다고 가해자가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계속해서 "사실 적시가 없고,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안 했고, 적법한 배상을 하지도 않았다고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해왔다"면서 "국내에 성노동자 지지자가 많은데, 이것은 식민지배와 가해 남성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노예제를 부정하고 본질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지독한 여성차별주의이자 인종차별주의적인 책"이라고 평했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도 "책은 위안부 동원에서 '유괴'나 '취업사기'는 있었지만, 노예사냥(군인이 총칼로 위협해 끌고 가는 것-기자 주)과 같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서 "유괴와 취업사기도 본인 의사에 반한 불법적인 강제동원"이라고 반박했다. 

일본 우익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일제강점기에 합법적으로 운영됐던 '공창제'로부터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강성현 교수는 이날 군위안소 제도가 완전히 새로운 발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고 식민지 공창제를 모델로 하되, 더 억압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는 점, 여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동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위안소제도가) 공창제라서 무조건 합법이 아니라 전전 일본 형법과 당시 국제법으로도 불법이라는 점, 위안소 운영과 위안부의 생활이 성노예와 같았다는 점, 더 나아가 식민지 공창제뿐 아니라 일본 본토 공창제 역시 성노예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영훈씨는 자본가 계급에 가장 충실한 이데올로그"

토론회의 또 다른 이슈는 강제동원(모집·관알선·강제징용령)이었다. 김민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강제동원과 강제노동, 민족차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언과 공식자료들은 차고 넘친다. 역사부정론자들은 이것들을 모두 무시한다"면서 "심지어 일본 사법부와 국제노동기구가 인정한 사실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민철 교수는 일제강점기 민족간 임금차별, 노동동원의 강제성과 폭력성, 민족차별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일본 정부와 조선총독부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2004년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포괄적인 역사 청산을 시작하면서 (보수가) 정치권력을 빼앗기고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면서 "여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배계급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전면적으로 역사 공격을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영훈씨는 자본가 계급에 가장 충실한 이데올로그다. 지금 이 책은 그걸 넘어서서 더욱 병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청구권 협정에 한일 양국과 그 국민이 어떤 청구권 주장도 할 수 없다고 명백히 규정돼 있다'는 주익종 박사의 주장을 논파했다.

김 교수는 "1965년 단계에서 한국 정부가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 그에 관한 국가의 외교 보호권만이 해결된 것이라는 의미임이 한일 양국 정부 및 양국 법원에 의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은 '영토의 분리'에 따른 권리문제일 뿐이며, 식민지 지배는 그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협정은 식민지 지배 책임 문제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한일협정을 폐기하지 않고도 한국은 그 문제의 해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일종족주의', 대중의 호응 타고 계속 퍼질 수도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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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민문연 연구실장은 "책의 필자들은 대부분 뉴라이트로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역사전쟁'의 핵심인물이었다"면서 "이들이 주도한 역사교과서는 함량미달로 폐기됐기 때문에 이들이 기댈 곳은 이제 학계가 아니라 대중들, 그중에서도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보수층"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실장은 "이들은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모임'이라는 일본 극우세력)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궁극적으로 극우 보수세력이 집권하는 것,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 의도일 수 있다"고 봤다.   

조경희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움직임으로 위안부 부정론을 여성 정치인이 적극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유엔(UN) 로비활동, 소녀상 철거운동, 국제 여론전에 적극적이다. 여성주의를 가장한 역사수정주의다"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런 현실에서 한국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소녀상을 조롱하는 청년들처럼 역사수정주의나 혐오를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반일종족주의'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대중의 호응을 타고 계속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1990년대 일본에서도 일어났다는 것. 당시 일본 주류 학계는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으나 서브컬처에서 끊임없이 소비·확산돼 왔다.

참가자들은 이같은 선례를 참고삼아 전문가들이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고 역사수정주의를 논박하는 내용의 책을 출판하는 등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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