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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은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방대한 규모의 예술품들이 가득한 곳이다. 수많은 방들이 있는데 각 방마다 외우기 쉽고 친근감 있는 이름을 붙였다. 사실 바티칸 박물관 관람은 정문을 출발하여 마지막 성 베드로 광장까지 구경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인파에 밀리듯 그냥 앞 사람만 따라가면 된다.

우리나라 유물들과 비교해 본 촛대의 방

그리스 십자가 방을 마지막으로 한층 더 올라가니 촛대의 방이 나온다. 이름대로라면 촛대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상 및 화병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품들 사이로 제법 큰 촛대들이 보인다.

바티칸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각 방마다 펼쳐지는 작품들을 보고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 등과 비교도 많이 해본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촛대는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촛대는 대부분 목재, 도자기, 그리고 놋쇠로 만든 유기 제품이 많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만든 길쭉한 유기 제품 촛대의 윗부분은 나비 모양으로 많이 만들었다. 불을 붙이면 나비가 날아다니듯 역동적임 움직임을 보여준다. 촛대 밑 부분에는 각종 문양 등으로 장식해 놓은 것이 많다. 그러나 여기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촛대들은 대리석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조각을 해놓은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그리고 양쪽 벽면에 전시된 조각품들 외에 천장에는 성서 이야기가 담긴 화려한 모습의 프레스코화가 장식되어 있어 이목을 집중 시킨다. 촛대의 방은 19세기 말 교황 레오 13세에 지시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 태피스트리의 방,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시고 3일 만에 무덤에서 부활하여 걸어 나오는 장면을 묘사한 모습
 바티칸 박물관 태피스트리의 방,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시고 3일 만에 무덤에서 부활하여 걸어 나오는 장면을 묘사한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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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색깔의 씨실을 이용해 만든 태피스트리 방

태피스트리(융단)의 방에 들어오니 대형 카펫에 여러 가지 무늬를 넣어 벽면에 걸어둔 느낌이다. 태피스트리는 여러 가지 색깔의 씨실을 가로 세로로 짜넣어 다양한 무늬와 그림을 넣어 만든 것을 말한다. 이 방 양쪽 벽면에는 여러 가지 태피스트리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예수의 일생을 그린 작품과 교황 우르바누스 8세의 일화가 담긴 작품이 유명하다.

태피스트리(융단)의 방 천장을 보면 분명 그림인데도 무슨 조각을 부조해 놓은 것 같이 보인다. 이 기법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마치 조각을 해 놓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트롱프뢰유(trompe-l'oeil) 기법이다. 천장에 있는 그림 하나에도 관광객들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바티칸 박물관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떠오르는 지도의 방

양쪽 벽면에 걸린 이탈리아 지도보다는 천장에 있는 화려한 황금색 천장화에 눈길이 먼저 간다. 여기 천장화는 바티칸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바티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도 많이 사용한다. 여기 지도의 방 천장에도 사각형의 액자들을 붙여 놓은 듯 입체감이 살아 있는 듯한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바티칸 박물관 지도의 방, 바티칸 대표적 이미지로 많이 사용하는 천장화의 모습
 바티칸 박물관 지도의 방, 바티칸 대표적 이미지로 많이 사용하는 천장화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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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지도의 방은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교황이 지배하고 있던 40개의 성당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지도를 만들 것을 이냐치오 단티 신부에게 요청한다. 교황의 요청을 받아들인 단티는 1580년부터 1583년까지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도의 방에 들어오니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만든 조선시대 지리학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교황 율리우스 2세를 위한 라파엘로의 방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브라만테를 통해 20대의 젊은 화가 라파엘로를 소개받는다. 그리고는 <서명의 방>에 그림 하나를 그리게 한다. 율리우스 2세는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을 보고 그의 탁월한 솜씨에 감명한다. 감명을 받은 율리우스 2세는 자신이 기거하는 4개의 방에 벽화를 전부 라파엘로에게 완성하도록 명한다.

1509년부터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1520년까지 율리우스 2세를 위해 4개의 방에 벽화를 그렸다. 라파엘로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서명의 방, 엘리오도로의 방, 보르고 화재의 방, 콘스탄티누스의 방을 모두 벽화로 장식했다고 한다.

라파엘로가 그린 네 곳의 방 중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곳이 서명의 방이다. 서명의 방에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의 네 주제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시와 문학에 더 관심이 많은 율리우스 2세의 취향을 반영해 '의학'의 자리를 '문학(예술)'이 대신하도록 했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서명의 방> 모습

1509년 서명의 방 왼쪽 벽면에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성체논의> 작품이다. 서명의 방에 구현된 네 가지 주제 중 신학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금색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율리우스 2세가 황금빛 가득한 이 그림에 크게 만족했다는 작품이다.

라파엘로만의 창조적인 화면 구성으로 상하 2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위쪽은 천상세계 아래쪽은 지상세계를 나타낸다. 라파엘로는 공간과 잘 어울리는 구조의 그림을 완성함으로써, 하나의 이상적인 교회를 표현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작품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은 바티칸 박물관 피냐정원 모습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작품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은 바티칸 박물관 피냐정원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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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의 방에는 철학을 주제로 한 아테네 학당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라파엘로가 당시 지척에서 작업하던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참조하여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의 자세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소크라테스 등 54명의 수학자, 철학자, 천문학자 등 유럽 역사에 이름을 널리 알린 사람들이 모두 그려져 있다, 바티칸 박물관 입장권에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림이 바로 여기 아테네 학당 중앙에 있는 그림이다.

문학(예술)을 주제로 그린 파르나소스는 시와 음악의 신인 아폴론과 뮤즈가 사는 언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벽에는 문이 있는데 그 문의 튀어나온 부분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라파엘로는 그곳에 파르나소스 언덕을 그려 넣어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서명의 방 네 가지 주제 중에서 법학에 해당하는 '정의' 그림이다. 창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유스티아누스 황제의 명을 받아 법전 완성에 힘을 쏟은 법학자 트리보니아누스(Tribonianus)로부터 법전을 받아 들고 있다. 오른쪽에는 교황의 교령을 교황 그레고리오 9세에게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림의 상단에는 믿음, 희망, 자비의 세 가지 덕을 표현한 여신들을 그려 넣은 작품이다.

프레스코화는 빛에 쏘이면 변색이 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여기 라파엘로의 방에서부터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여기서부터는 눈으로 구경만 하는데도 벽면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전혀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참고문헌]
김영숙 <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지선 <바티칸 박물관 여행>

태그:#바티칸 박물관, #지도의 방, #태피스트리의 방, #촛대의 방, #라파엘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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