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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문제가 터지면 피해자는 100% 여성이다. 영상을 찍고 유포한 사람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늘 그렇다. 그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다.
 리벤지 포르노 문제가 터지면 피해자는 100% 여성이다. 영상을 찍고 유포한 사람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늘 그렇다. 그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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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 구하라씨의 전 남자친구 최아무개씨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두 사람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구씨를 협박했다는(리벤지 포르노) 이유였다.

그런데 최씨의 대응은 의아했다. 그는 자신이 전 여자친구에게 동영상을 보낸 것은 협박이 아닌 '추억의 공유'라고 했다. 정말 이 말을 한 게 맞다면 둘 중 하나다. 최씨가 판단력이 낮거나 거짓말쟁이거나.

사건 당시 두 사람은 서로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아 있었다. 이들은 쌍방폭행 시비가 불거졌고 진실공방과 경찰수사 등 시끌벅적한 이별을 진행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한쪽이 성관계 동영상을 보내면, 상대방이 그걸 '추억의 공유'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구씨를 협박하려 했으나 이 사실이 드러나자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쪽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게다가 최씨는 협박 사실이 드러나자 여자친구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가 먼저 찍자고 했느냐'가 아니다. 두 사람이 합의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동영상을 빌미로 당사자와 언론사에 접촉했고, 결국 구씨를 무릎 꿇렸다.

'리벤지 포르노' 문제가 불거지자 그의 법률대리인은 8일 보도자료를 내 "사건 당일 구씨에게 당한 상해에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그에게) 영상을 전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 본인은 9일 SBS <본격연예 한밤> 인터뷰에서 언론사와 접촉한 일 역시 "화가 나 제보 메일을 보냈지만 실제로 제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직접 말했다.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리벤지 포르노 문제가 터지면 피해자는 100% 여성이다. 영상을 찍고 유포한 사람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늘 그렇다. 그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다. 부모는 여전히 딸이 죽은 진짜 이유를 모르는데, 죽은 딸의 동영상은 여전히 야동 사이트에 남아있다. 피해자는 죽어서도 편안하지 못하다.

이번 사건 역시 동영상이 퍼지면 그 피해자는 구씨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씨는 휴대폰으로 전달받은 동영상을 확인하자마자 두려웠을 것이다. 수치심은 물론, 본인이 쌓은 사회적 지위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에 무릎 꿇었을 것이다.

문득 두려웠다. 남성인 나는, 내 친구들은 얼마나 결백할까. 물론 나는 이번 사건 같은 경험이 없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와 내 주변에선 그런 일이 없는데 왜 사회적으로는 공공연하게 리벤지 포르노 문제가 일어날까. 우리가 그렇지 않으면 정말 괜찮은 것인가. 이 현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태그:#리벤지포르노, #성폭력처벌법, #피해자, #2차피해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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