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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오렌지 등의 과일과 싱싱한 야채를 많이 먹었습니다.  오렌지 맛은 참 좋았습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오렌지 등의 과일과 싱싱한 야채를 많이 먹었습니다. 오렌지 맛은 참 좋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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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들 잘 드셨어요? 지금 먹은 음식이 '바깔라우'라는 현지식이에요. 입맛에 맞으셨는지?"

가이드가 묻는 말에 표정들이 시큰둥합니다. 맛이 별로였다는 반응입니다. 우리 입맛과 다르고, 아무래도 낯선 음식을 대하다보니 그렇고 그런 것 같습니다. 염장 저장한 대구(바칼라)를 튀겨서 나왔는데, 퍽퍽하고 좀 짰습니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은 아내는 함께 나온 감자튀김만 먹었습니다. 우리 표정을 두루 살핀 가이드가 딴 데로 이야기를 돌립니다.

"오늘도 식수는 기사님한테 사드세요. 기사님께서 시원하게 해가지고 왔네요. 장거리를 뛰어야하는 기사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합시다. 다같이 '그라시아스!'"

우리는 '그라시아스!'라는 인사말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보다도 운전기사입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듬직한 체격의 기사님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운전을 합니다.

규정속도를 지키고, 난폭운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거운 여행가방도 일일이 짐칸에 실어주고, 여행길에서 최대한 동선을 줄이려고 애씁니다. 기사님의 수고로 우리는 그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깁니다.

오렌지의 고장 발렌시아, 맛이 다르다

"그런데, 오렌지 맛이 참 괜찮죠? 지금 우리가 이동하는 곳은 오렌지의 고장 발렌시아예요. '유럽속의 아랍'이라는 그라나다로 가는 길목에 하룻밤 묵어갈 예정입니다. 발렌시아까지 꽤 오랜 시간을 달려야하니까, 쉬시면서 차창 밖 풍광을 구경하세요."

우리는 안토니 가우디가 남긴 위대한 유산과 그의 건축 세계에 깊은 감명을 받은 바르셀로나를 뒤로 발렌시아를 향해 달려갑니다. 고속도로가 붐비지 않습니다. 막힘없이 뻥 뚫린 도로를 기사님은 규정속도 120km를 잘 지켜나갑니다. 단속구간만 지키다가 그곳을 벗어나면 속도를 높이는 우리네 운전습관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꼭 본받아야 할 운전문화입니다.

발렌시아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하얀 집의 마을과 산 위의 성곽이 인상적입니다. 오렌지의 고장답게 오렌지 과수원이 드넓게 펼쳐졌습니다.
 발렌시아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하얀 집의 마을과 산 위의 성곽이 인상적입니다. 오렌지의 고장답게 오렌지 과수원이 드넓게 펼쳐졌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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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평원이 낮게 펼쳐집니다. 하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과 언덕 위의 성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평화롭습니다. 파란 하늘과 상쾌한 공기 그리고 넓은 평원, 거기에 줄맞춰 심어진 오렌지나무가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우리는 경치에 넋을 잃고 차창 밖을 주시합니다.

발렌시아 근교의 오렌지나무 과수원. 드넓은 땅에 줄을 맞춰 심은 과수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발렌시아 근교의 오렌지나무 과수원. 드넓은 땅에 줄을 맞춰 심은 과수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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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노란 오렌지가 눈에 띄는 오렌지나무.
 여름에도 노란 오렌지가 눈에 띄는 오렌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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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가까이 달려 스페인 3대도시 발렌시아에 드디어 입성. 시내 도로 가로수에도 오렌지나무가 많이 눈에 띕니다.

"여긴 여름에도 오렌지를 수확하나 봐요?"
"아니에요! 오렌지 수확은 11월에 시작하여 이듬해 유월에 끝나지요. 가로수에 달린 건 따지 않아 여태껏 매달려있는 거죠."


가로수에 달린 노란 오렌지가 색달라 보입니다. 오렌지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걸 보면 오렌지의 고장임을 실감합니다. 일 년 중 300일 이상 뜨거운 태양이 비춘다는 스페인. 발렌시아에는 지중해의 푸른 바람과 태양이 만나 황금빛 열매 오렌지가 맺혔습니다.

한 해의 절반은 오렌지를 키우고, 절반은 오렌지를 수확한다고 합니다. 발렌시아 농부들은 이 축복의 땅에서 태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태양을 닮은 오렌지를 심고 가꾸는 것 같습니다.

"오렌지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지 아세요? 아랍어 '나랑하'에서 왔다고 해요. 8세기초 이슬람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오렌지나무를 가져와 심은 게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오렌지가 지중해를 건너온 이슬람국가의 작물이라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오텔식으로 나온 스페인 과일들. 나는 특히 오렌지를 많이 먹었습니다.
 오텔식으로 나온 스페인 과일들. 나는 특히 오렌지를 많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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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중에는 맛있는 오렌지가 있고, 무슨 오렌지가 있을까요?"
"맛없는 오렌지!"
"그렇지 않아요. 오렌지는 맛있는 오렌지와 더 맛있는 오렌지가 있어요. 제 말 이해하죠?"
"그럼, 맛없는 오렌지는 없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가이드의 넉살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립니다. 오렌지는 다 맛이 있는 데, 더 맛있는 오렌지가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오렌지 중에는 흔히 보는 오렌지보다 붉은색을 띠는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가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 말로는 당도가 아주 높고, 과즙이 풍부하여 블러드 오렌지가 더 맛있다고 합니다. 특히, 발레시아에서 나오는 블러드 오렌지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것입니다.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발렌시아 과학예술종합단지

오렌지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우리는 어느새 발렌시아 과학박물관에 도착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고색창연한 건물을 보다가 현대적인 건축물을 보게 되니 딴 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이곳은 과학과 기술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까지 갖춘 과학예술복합공간이죠!"

스페인 발렌시아 과학박물관은 발렌시아 해변과 투리아강의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과학관을 비롯하여 오페라하우스, 아이맥스 영화관, 아쿠아리움, 그리고 야외정원으로 단지처럼 조성해놨습니다. 예술품 같은 건물들은 유럽 최대 규모의 과학복합예술단지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입니다.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에서 마치 미래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발레시아 과학예술복합공간입니다.
 한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발레시아 과학예술복합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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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태양아래 수상레저시설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따가운 태양아래 수상레저시설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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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과학예술복합단지의 모습. 독특한 형태의 건물들이 아름다웠습니다.
 발렌시아 과학예술복합단지의 모습. 독특한 형태의 건물들이 아름다웠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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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볼수록 신기합니다. 건물마다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현대 건축자재인 콘크리트, 철골, 타일을 주재료로 지은 건축물들은 삼각형 구조의 아름다움을 곡선과 직선, 조개모양을 형상화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건물이 수면과 맞닿아 있어 물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묘한 느낌을 줍니다.

아내가 눈앞에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을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저 박물관, 생선뼈가 연상되지 않아요?"
"고려등뼈를 모티브로 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것 같네!"


펠리페 왕자 과학박물관, 고래의 뼈를 모티브로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펠리페 왕자 과학박물관, 고래의 뼈를 모티브로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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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과학박물관은 스페인의 최고 건축가 산띠아고 깔라뜨라바가 설계한 건축물이라는데, 건물외관이 독특해 보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쪼이는 단지에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에메랄드 빛 물 위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한가해 보입니다. 비닐 공주머니 안에서 노는 사람들의 모습은 익살스럽습니다.

잘 가꾸워진 야외정원은 산책하기 알맞게 조성되었습니다.
 잘 가꾸워진 야외정원은 산책하기 알맞게 조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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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야외정원을 거닐어봅니다. 정원에는 발렌시아 고유의 식물들이 식재되었습니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때문인지 따가운 햇살인데도 산책하기 좋습니다.

저녁 식사에 어김없이 오렌지가 나왔습니다. 오렌지의 고장 발렌시아여서 그런지 맛이 좋습니다. 다른 데서 먹는 것보다 훨씬 달고 맛있습니다.

스페인에서 먹은 오렌지는 달고 과즙이 많아 맛이 참 좋았습니다.
 스페인에서 먹은 오렌지는 달고 과즙이 많아 맛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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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세상을 읽는 독서라는 말에 비유합니다. 나는 오렌지의 맛과 더불어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발렌시아에서 행복한 여행의 한 페이지를 넘깁니다.


태그:#스페인, #발렌시아, #오렌지, #과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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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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