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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조 스님의 단식 농성장 모습.
 설조 스님의 단식 농성장 모습.
ⓒ 이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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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망각 MBC는 불교파괴 중단하라"

서울 인사동 조계사 일주문에 걸린 대형 현수막 글귀다. 조계종 총무원은 최근 MBC <PD수첩>이 방영한 '큰 스님께 묻습니다' 편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주문을 지나쳐 바로 옆 우정공원 쪽으로 가니 분위기가 딴판이다. 조계종 총무원을 성토하는 피켓과 현수막이 내걸렸다.

"도박! 납치 폭행! 성폭력! 허위학력! 가짜 승려는 퇴진하라"

청정 도량이어야 할 이곳은 싸움터다. 자승 전 총무원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일이다. 지난해 8월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불교 적폐 청산'을 외치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그 자리에 1년이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단식 천막이 섰다. 이름만 자승 전 총무원장의 후임인 설정 총무원장으로 바뀌었을 뿐 현수막에 적힌 구호는 그대로다.

"불자들은 부끄럽다 총무원장 사퇴하라"

[88세 비구] 그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는 까닭

 조계종 총무원 옆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설조 스님.
 조계종 총무원 옆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설조 스님.
ⓒ 이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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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루 동안 곡기를 끊은 얼굴은 아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인사동 조계사 옆 농성 천막에서 만난 설조 스님의 낯빛은 담백했고 편안했다. 말을 할 때마다 들숨과 날숨도 조절했다.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숨소리까지 들리는 곳에 마주 앉았는데 그는 마이크를 들었다. 기력을 허투루 쓰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로 읽었다.

"이곳에 오던 날 부처님께 고별 예배를 드렸어요. 나를 화장한 뒤 재를 뿌릴 장소도 상좌에게 말했습니다. 표지석은 조그맣게 만들어 바위에 붙여달라고 했지요. 장례절차를 마쳤어요. 늙은 비구 몸뚱이를 재물로 바치러 왔습니다."

화려한 수식 없이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강한 결기가 전해졌다. 설조 스님은 지난달 20일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부의장으로서 종단 개혁의 주역이었던 그는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나이 88세. 그는 지금도 장맛비와 땡볕이 쏟아지는 길 위에 있다. 왜일까?

"<불교닷컴> 기사를 봤어요. 설정 총무원 집행부에 저항해서 한 스님이 1080배를 하더군요. 젊은 스님이 용기를 냈는데, 늙은이가 몸 사리면 되겠어요? 저는 가진 게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늙은 몸으로 나선 겁니다. 설사, (총무원 건물을 가리키며) 저자들이 제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많은 스님과 불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설조 스님이 단식을 결심한 건 <불교닷컴>이 5월 28일 자로 쓴 "불법문중 희롱거리 된 사태에 참회합니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MBC <PD수첩>이 '큰 스님께 묻습니다' 편을 방송한 지 한 달여가 지났는데, 참회하지 않는 조계종단의 각성을 촉구하려고 허정 스님 등이 묵언 정진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끔찍한 일] 큰 스님께 묻습니다

 조계종 총무원 옆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설조 스님.
 조계종 총무원 옆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설조 스님.
ⓒ 이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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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PD수첩>은 설정 총무원장의 학력위조·막대한 재산·은처자 의혹을 제기했다.(관련 기사 : 여승 성폭행, 불국사서 도박? 큰스님들의 추악한 민낯) 또 현응 교육원장의 성추행 의혹과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설조 스님도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이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이었다.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데, 저렇게 당당할 수 있나요? 더 참담한 것은 이런 죄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 교단의 지도자 스님들은 잠잠합니다. 우리에게는 설정 총무원장 문제보다 종단 어른들의 침묵이 더 큰 불행입니다."

설조 스님이 단식에 들어가기 전에 쓴 기자회견문의 제목도 "거룩하신 종정 스님 등 큰 스님께 올립니다"이었다. 우선 그는 기자 회견문에서 조계종 총무원의 집행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1980년 이후 적주(도적질로 비구계를 받은 사람)가 행정대표를 하면서 때로는 군화가 전국 사찰을 짓밟았으며, 때로는 민주를 자처한 정권의 경찰봉이 난무하여 총무원을 수라장으로 만들었으며, 때로는 노름꾼의 수괴가 많은 불자들의 존경을 받는 크신 선지식 스님을 종단 밖으로 내모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며, 근자에는 음주로 실성한 자가 살인을 하고 정재를 가로채고 그 악행의 유례가 없는 자가 종단의 행정대표가 되어도 거침이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PD수첩>에서 다룬 내용이다. 그는 이어 큰 스님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적주비구들은 본래의 신분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지금 점유하고 있는 교단의 자리에서 떠나라'고 어서 말씀하여 주십시오. 지금 쳐다보고 의지할 곳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큰스님들뿐이십니다. 큰스님들께서는 이 종단에 드리운 암흑이 걷히도록 어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고소-고발-협박] 은폐 시도

 설조스님이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설조스님이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이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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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PD수첩>과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응 스님도 방송 제작진을 고소했다. 설조 스님은 이를 의사와 중환자에 비유했다.

"의사인 <PD수첩>이 '당신은 중환자인데 치유하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없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 환자가 펄펄 뛰면서 '멀쩡한 사람 잡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죠. 불교의 죄상을 지적하면 '해종'이고 '훼불'인가요."

이뿐만이 아니다. 그도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했다. 단식 8일째였던 지난달 27일이었다. 

"호법부장 진우 스님이 '단식을 중단하고 법주사에 내려가 계시면 대종사와 원로의원으로 예우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나의 잡다한 비리를 호법부에서 조사하겠답니다. 저는 까발릴 게 있으면 조사하라고 했습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총무원장이 된 것은 이를 막지 못한 내 죄이기도 합니다. 교단에 죽을죄를 진 사람인데 속죄하는 심정으로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진우 스님은 최근 <불교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연세가 많으신 스님이 걱정돼 인간적으로 방문해 30~4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호법부장이 어떻게 대종사나 원로의원을 주겠다고 할 수 있겠냐"라고 부인했다.

[돈] 부패의 근원

 조계종 총무원 옆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설조 스님.
 조계종 총무원 옆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설조 스님.
ⓒ 이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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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 스님에게 <PD수첩>에 비친 조계종 수뇌부의 타락상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부처님이 잡보장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돈의 재앙은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의 살갗을 찢고 정진을 잘하는 사람의 뼈를 녹이고 도인의 골수를 녹인다고 하셨습니다. 1994년 개혁회의 때 종헌을 개정하면서 재정의 투명성과 관련된 조문을 넣으려는 데 80명의 개혁위원 중에 제가 주장하는 개정안에 찬성한 분이 18명이었습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는다면 부패를 면할 수 없습니다. 돈을 멋대로 손안에 쥐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죠. 그 돈은 스님이 여법하게 수행하라고 신도들이 부처님께 올린 성금입니다. 이 성금을 맘대로 쓰면 당사자를 타락시키고 조직도 부패하게 만듭니다. 신도들이 부처님의 곁을 멀리 떠나게 하는 재앙을 초래합니다."

그는 "1994년 종단개혁 때에도 부패의 정도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종헌을 개헌했다면 눈먼 돈을 마구잡이로 써서 사회의 지탄을 받고 교단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조 스님과 인터뷰 하면서 서산대사가 선가귀감(禪家龜鑑, 서산대사가 불가의 요어(要語)를 간추려 엮은 불교개론서)에서 말한 "말세에는 가사 입은 도적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진짜 승려는 세속에 머문다"는 죽비소리를 떠올렸다.    

"중도 아니요, 속인도 아닌 것은 '박쥐 중', 혀를 가지고도 법을 설하지 못하는 것은 '벙어리 염소 중', 중의 모양에 속인의 마음을 쓰는 것은 '머리 깎은 거사', 지은 죄가 무거워 천도(해탈)할 수 없는 것은 '지옥 찌꺼기', 부처님을 팔아 살아가는 것은 '가사 입은 도둑'이라 한다."  

설조 스님에게 '과거에도 지금 불교계의 모습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는 소수였죠. 특히 조선시대의 스님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일반 서민 대중을 감싸고 선도했어요. 왕실과 벼슬아치들은 자기를 박대했지만 나라 변란이 있을 때에는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백성을 보호했습니다." 

[대청소] 대중이 일어나는 데 불쏘시개 되겠다

 단식농성 천막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설조스님.
 단식농성 천막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설조스님.
ⓒ 이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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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의 이런 난맥상은 자승 전 총무원장 시절부터 이어졌다. 설정 총무원장은 자승 전 원장이 지지했던 후보였다. 불교계의 난맥상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불교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을까?

"해결 방법이 없어서 단식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가장 유력하고 유일한 마지막 수단을 선택한 겁니다. 늙은 몸뚱이로 선량한 대중의 마음에 불을 지피려고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가 힘이 없어서 유치장에 간 건 아니지 않습니까. 유약한 다중의 함성에 박근혜가 물러났습니다. 저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잠자는 다중이 깨어나기를 촉구하는 단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불교를 걱정하는 사부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를 물었다. 

"공간을 점유하는 건 우리의 체적만큼이죠. 우리 몸의 크기만큼 공간을 차지합니다. 부처님을 향하는 우리 마음의 크기만큼 우리가 불교를 수용하고 있는 겁니다. 부처님 말씀을 후대에게도 변함없이 전해주자면 교단의 체제를 정립해서 다시는 무뢰배들이 불교를 유린하는 일이 없도록 사부대중이 분발해야 합니다.

대청소를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운명해서 그 상황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큰 보람으로 알겠습니다. 오늘의 법난을 잘 치유해주시기 바랍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고 하죠.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제가 불쏘시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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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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