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츠헤타 '스베티츠호밸리 성당'

즈바리 언덕의 거센 바람에 머리가 띵했다. 주차장 인근의 트럭 카페에서 파는 터키식 샌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리고 스베티츠호밸리성당으로 출발했다. 창밖으로 가지마다 헝겊조각들이 매달린 나무가 스쳐 지나갔다. 이곳 사람들은 성스러운 지역의 나뭇가지에 천을 매달면 아이를 못낳는 여자들도 임신을 한다고 믿는다. 성당이나 수도원 근처에서 천을 매달아 놓은 나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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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식 샌드 커피 즈바리 성당 주차장 트럭 커피에서 파는 샌드 커피로 바람에 띵해진 머리를 진정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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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 정도 달려 므츠헤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차를 세우고 성당까지 걷기로 했다. 시골 농가들과 상점들을 지나쳤다. 오래되고 낡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성당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에는 게스트하우스, 호텔, 와인 바,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골목길이 끝나자 넓다란 광장과 성벽에 둘러싸인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눈에 봐도 위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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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츠헤타의 골목길 성당 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 호텔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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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베티츠호밸리성당 조지아 성당 중 가장 아름다운 성당인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이 성벽에 둘러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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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은 트빌리시의 사메바 성당과 함께 조지아 정교의 총본산이다. 왕의 대관식이나 장례식같은 국가의 중대한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으며, 조지아 왕들과 주교들도 이곳에 묻혀 있다. 현재는 트빌리시와 므츠헤타의 대주교이자 조지아 총주교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성당 본당 지하에는 예수가 처형당할 때 입고 있던 겉옷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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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베티츠호밸리성당 조지아 최초의 성당인 스베티츠호밸리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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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안 3세는 자신처럼 죄가 많은 사람은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에 거하거나 다닐 자격이 없다며, 자신을 위한 작고 검소한 성당을 새로 짓게 할 정도로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을 성스럽게 여겼다. 그에게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은 '성당 중에 성당'이었다.

조지아 최초의 성당인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은 4세기에 조로아스터교 사원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성당 건립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가 전해진다. 미리안 3세는 성녀 니노에게 성당 건립을 명한다. 이에 성녀 니노는 '시도니야'의 무덤 자리를 성당 부지로 정한다. 시도니야는 예수가 처형당할 때 입고 있던 옷을 만지자마자 급사했는데 그녀의 무덤에는 예수의 성의가 함께 묻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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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베티츠호밸리성당 쿠라강과 아그라비강의 합류점에 세워진 조지아 최초의 성당인 스베티츠호밸리 성당. 살아 있는 기둥, 생명을 주는 기둥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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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는 시도니야의 무덤에서 자라는 삼나무를 잘라 성당 기둥을 세우고자 했다. 그런데 성당 중앙에 세워야 할 기둥이 좀처럼 세워지지가 않았다. 성녀 니노는 밤새 기도를 드렸다.

아침이 되자 천사가 나타나 나무기둥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정확하게 성당 중앙 예수의 성의가 묻힌 곳에 세웠다. 그 후 나무기둥에서는 액체가 흘러나왔는데 모든 질병을 낫게 하는 기적을 행하였다고 한다. '스베티츠호밸리'라는 성당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 스베티츠호밸리는 '살아 있는 기둥 혹은 생명을 주는 기둥'이란 뜻이다. 19세기 러시아 화가가 그린 성화에 이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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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기둥의 전설을 담고 있는 성화 러시아의 화가가 그린 성화에 스베티츠호밸리 성당 건립 전설이 잘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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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니노가 세운 목조 성당도, 천사가 세웠다는 나무기둥도 현존하지 않는다. 현재의 성당은 11세기(1010-1029)에 건축가 아르수키제에 의해 십자형 돔 양식으로 재축조된 것이다.

카르틀리와 카헤티의 왕인 에라클 2세와 고르가살리 왕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에라클 2세의 석관 상판에는 '1720-1798'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다. 검을 든 용사의 모습이 새겨진 무덤이 바흐탕 고르가살리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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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탕 고르가살리의 무덤 석관 상판에 칼을 들고 있는 바흐탕 고르가살리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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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새겨진 아르수키제의 끌을 쥔 팔과 손의 모습, "신의 종, 아르수키제의 손, 그의 죄를 용서하소서"라는 글귀, 남쪽 문에 새겨진 황소 두 마리, 성당 건립 일화가 새겨진 비문, 17세기 주교의 주거지터 등 성당 안팎에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것들이 스베티츠호밸리의 역사만큼이나 많다. 찬찬히 둘러보아야 할 이유이다.

삼타브로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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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타브로 수도원 바그네티 산에서 바라본 삼타브로 수도원, @ 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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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안 3세는 자기 같은 죄인이 성스러운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에 다닐 수 없다며 작은 성당을 새로 지었다. 그 성당이 바로 '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삼타브로 수도원이다.

4세기 수도원이 세워질 당시 이곳은 성벽 끝 해자와 맞닿는 계곡으로 왕실 정원사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성녀 니노도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가시덤불 지역에 세워진 새로운 성당은 '윗 성당'이라고 불렸다.

미리안 3세는 죽기 전에 '내가 감히 스베티츠호밸리 기둥 앞에 내 무덤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팔 수는 없다. 그러니 나의 무덤은 기둥의 눈에서 멀리 떨어져 있되, 부활의 날 조금이라도 신의 은총을 입을 수 있는 '윗 성당'에 만들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성당 입구 왼편 코너에서 미리안 3세와 왕비 나나의 석관을 볼 수 있다. 석관 뒤에는 미리안 왕과 왕비 니나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출입문에도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지하에 성녀 니노의 성당이 있다.

아르마지치헤 – 바그네티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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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라강 연안 쿠라강 맞은편 바그네티 산에 조지아의 고대도시 아르마지치헤 유적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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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츠헤타 맞은편 쿠라강 연안의 바그네티 산에서 발견된 아르마지치헤 유적지에서는 므츠헤타보다 먼저 형성된 고대 도시 '아르마지'의 왕궁터, 와인 저장고, 목욕탕, 석묘 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기원전 4세기에서부터 6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여러 문화 지층이 묻혀 있는 이곳은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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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츠헤타의 골목길 수많은 유적지와 전설로 가득한 므츠헤타가 여행자의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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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조지아의 수도 므츠헤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적지들로 가득하다. 폐허가 되어버린 수많은 성당과 수도원들, 땅 속에 잠들어 있는 고대 도시들, 쿠라강과 아라그비 강 연안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역사의 파편들, 연대기에 미처 기록되지 않은 고대 조지아 왕들의 영웅담과 성인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므츠헤타가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