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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을 이야기하는 세상이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그게 누구건 '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티비에서도, 강연에서도, 서점가에서도 당신의 꿈대로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꿈 꾸는 것에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약간의 상상력과 살짝의 안이함, 그리고 조금의 게으름만 있으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꿈 꿀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꿈'만' 꿀 수 있다.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출근이 즐거운 직장인'이 어디 가당키나 한 얘기일까. 지금 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 내 어렸을 적 꿈이었을 리 없다. 그러나, 우리는 꿈을 좇지 않는다. 위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 그러며 사는 거지, 안 그래?". 다들 불평 불만 늘어놓다가도 달마다 때되면 들어오는 월급에 또 안도하고, 카드값을 막고, 또 앞으로의 한 달 동안 적당히 즐기며 살고.

지금은 조금 그 열기가 식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속 누군가가 꾸고 있는 꿈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누군가의 성공에 기뻐하고, 다른 이의 낙망에 아쉬워한다. 그런다고 돈이 든다거나 피해 입을 일은 없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사시나무 떨 듯 떨었을 거야, 예선에서부터 탈락했겠지."

그러나 여기, 자신이 꿈 꾸는 대로 삶을 하나씩 그려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지금껏 좌충우돌한 그녀의 삶 그 자체를 담고 있다. 어찌보면 화려하거나, 빛나게만 보일 수 있는 그녀의 삶 뒷편, 어느 그늘에 대한 이야기다. 꿈을 좇고 살기에, 나 역시 한 발 한 발 힘겹고 무서웠으며, 지금도 여전히 서툴다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책에서 아방 작가는 삶을 살아내는 자신만의 솔직한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치열하고 때론 고민 많은 그런 20대를 지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힘 내라는 백마디 위로보다, 그녀의삶 자체가 위로가 된다.
▲ 인생은 고양이처럼 책에서 아방 작가는 삶을 살아내는 자신만의 솔직한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치열하고 때론 고민 많은 그런 20대를 지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힘 내라는 백마디 위로보다, 그녀의삶 자체가 위로가 된다.
ⓒ 이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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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부터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도전에 위험이 따르는 것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때문에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자족하며 사무실로 출근을 계속할지, 아니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매달 찍히는 월급의 유혹을 뿌리칠지, 인생의 갈림길에서 사람은 이렇게 두 분류로 양분된다.

저자인 아방작가는 후자를 택한 사람 중 하나다. 그녀는 자신이 그간 삶아온 짧다면 짧은 인생을 책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냈다. 나 역시 두렵고 막막하기 그지 없었고, 나 역시 순간순간 걱정과 염려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그녀는 자신의 삶을, 그리고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다른 20대들이 저 높은 자신들의 이상에 맞지 않는 현실에 불평하거나, 혹은 도전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신세한탄만 늘어놓는 그 시간 동안에 말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만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다. 잘 가고 있다 싶을 때도, 때론 이 길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던 때도, 걸림돌이 너무 커서 넘을 여력이 없을 때도 어느 순간 방향을 틀 이정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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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양이처럼 中


책은 그녀가 겪은 세월을 따라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그녀가 여러 경험들을 통해 느낀 통찰들이 중간중간 나열되어 담겨 있다. 남들과 비슷한 길을 겪으며 회사에 입사했던 상황부터 이후 본인의 꿈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 또 그 이후 런던에서의 좌충우돌한 역경들까지 책을 통해 그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동경할 수도 있는 삶과 커리어지만, 책을 통해 알 수 있는그녀의 내면과 속내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걱정과 고민 없는 삶이 가당키나 하겠냐마는, 그녀 역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녀는 그녀의 삶을 오롯이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아닐까,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통해 그녀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림에 대한 감각이나 개성을 그녀가 가진 재능으로 보겠지만, 책을 통해 난 그 '자신이 꿈꾸는 바를 삶에 관철시키는' 의지야말로 그녀가 가진 가장 빛나는 재능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녀는 본인이 원하는 바를 삶에 투영시킨다. 이제 갓 서른이 된, 아직은 연약해 보일지 모를 그 의지건만, 그 뿌리는 누구보다 깊게 내린듯 보인다.

그녀 자신이 때론 아파하며 때론 굳세게 넘긴 그 여러 순간들을 그녀는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섣불리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책을 읽는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독이려 들지 않는다. 30대를 앞둔 본인이 경험한 일과, 꿈, 그리고 연애에 대해 느낀 바를 담담히 서술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 사실, 그거면 된다.

여러 가지 일로 흔들리던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남이 입혀주는 옷, 남이 씌워주는 타이틀, 남이 쥐어주는 돈은 그들이 다시 가져가면 그만인 것들이야. 다른 사람들이 입혔다 벗겼다 하는 것들에 휘둘리지 말고 너만의 뿌리를, 기둥을 잘 다지는 데 집중해 봐."

원래부터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남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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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양이처럼 中


가슴 속 꿈을 좇아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라고 충동질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을 가진 사람은 때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10년, 20년 뒤 후회할 가슴 속 찌꺼기를 남기지 않으려거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내 마음 속 꿈의 크기에 대해서 말이다. 그럴 땐, '이 길을 택한 걸 후회 안할 자신 있나?" 보단, '후회하더라도 다시 그 길을 택할 것 같은가'라고 물어보는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함이 맞지만, 사실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조금의 후회도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설렘과 도전의 연속이었다가도 체념, 우울, 좌절과 포기의 연속이기도 하다. 새삼스레 지독한 사춘기를 다시 겪고 있는 지금, 타이어를 끄는 달팽이처럼 날짜는 더디게만 흐른다. 생각이 오고 가나 어느 것 하나 마주치지 않고 제각기 지나쳐 대답없이 물음만 무더기로 남았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나, 어떻게 그려야 하나, 누굴 위해 그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인정받으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나, 이따위 질문들이 나를 초조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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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양이처럼 中


생각대로 사는 건 결코 쉽지않다. 현실이라는 벽에, 또 나의 게으름 탓에 늘 생각과 현실의 간극은 점점 멀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짜릿한 삶, 꿈과 모험 가득한 삶을 동경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긴 싫은 이 시대의 직장인들이 읽는다면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을, 그런 책이다. 더불어 어느 시대보다 힘든 청춘을 살아가고 있을 지금의 20대들에게도 곱씹을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둥, 힘든 건 비단 청춘들만이 아니기 때문에 앓는 소리 말라는 둥, 그런 게 다 인생이라는 둥. '어른인 척' 하는 꼰대들의 잔소리나 훈계를 듣는 것보다, 얼마 전까지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것만 같은 작가의 진실한 삶의 궤적 그 자체가 오히려 더 귀담아 들을 만하지 않을까.

결코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와 다른 엄청난 비범함이 있는 존재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든 생각 말이다. 단지 그녀는 꿈이 없는 일을 억지로 하려들지 않았고, 그것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온전히 다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삶에 관철시켰을 뿐이다. 이 사소하고 간단한 차이가 일으키는 결과는 그녀의 삶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다.

책을 다 읽고 다시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5년, 10년 뒤에도 후회가 적을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까'라고 말이다. 분명 곱씹어 볼 질문과 대답이므로,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고민의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아주 유용할 것이다. 여전히 안개 자욱한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고민이 많을 이 시대의 20대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생은 고양이처럼 - 일상을 낭만적이고 위트 있게 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아방 에세이

아방(신혜원) 지음, 북라이프(2018)


태그:#인생은고양이처럼, #아방, #AAAAABANG, #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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