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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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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 원에 처한다."

제1심판결 주문(主文)이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헌재 탄핵 결정만큼이나 역사적인 판결이다. 주권자로부터 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려 국가기강을 문란케 한 대통령에게 내린 준엄한 법의 심판이다. 한국의 법치와 민주주의의 승리다.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도 십수 가지의 범죄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다. 한국헌정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잃어버린 10년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퇴행시킨 무능하고도 정직하지 못한 국가지도자들이다. 입으로는 늘 국가와 국민을 말하면서 뇌물과 횡령 등 사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닮은꼴 지도자다.

책임정치는 실종되고 염치없는 정치인만 가득 

그러나 민주주의가 저토록 침식되는 데 일조했던 당시 집권여당의 정치인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군은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신하들은 여전히 꽃가마다. 모시던 임금이 몽매한 혼군(昏君)이 돼 화난 민심이 뒤집어질 때까지 방치한 부역자들 아니었던가.

'친이'와 '친박'도 모자라 진박감별사까지 등장해 당을 좌지우지하며 호가호위했던 계파 가신들은 변함이 없다.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라는 말뿐이었지 그에 걸맞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권좌에 오른 주군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칠 듯하더니 탄핵당하고, 구속되고, 유죄판결을 받아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다. 국회의원직을 내던져서라도 충성심을 보일 법한데 아직 의원직을 건 이도 없다. 야3당이 탄핵을 추진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던 당시 집권여당의 대표는 찍소리도 없다. 집권여당의 책임이 적어도 반절 이상이건만 책임지는 자는 한 명도 없다.

처절한 반성을 입밖에 내뱉는 이도 없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자도 없다. 자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저 지경인데 당내 인적 청산을 거론하는 이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환골탈태와 보수의 재구성을 기대했건만 적당히 당을 쪼개고 갈라서는 선에서 면피하려는 양 간판만 바꿔 달았다. 염치없는 정치인들이다. 책임정치의 실종이다.

적폐청산,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필승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공개하고 있다.
▲ 한국당의 슬로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필승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공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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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덜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삼권분립이 작동하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때로는 대통령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여당 국회의원 아니었던가. 부역자들은 그대로 남아 적반하장만 일삼는다.

자신들이 모시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자 역사는 반복된다며 다음은 너희 차례라고 협박이나 날린다. 23년 만에 동시 수감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수적으로 거대한 제1야당으로 건재하면서 여전히 시대착오적 색깔론과 종북 프레임으로 무장한 채 사회주의 좌파개헌이라며 개헌도 저지하고 남북대화에도 딴죽을 건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치부하며 정치개혁에도 미적거리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선결과제인데 민의가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바꾸려 해도 그들의 거부로 난망이다. 대한민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촛불정부의 훼방꾼이 그들의 민낯이다.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에 친박과 올드보이, 반탄핵파들로 채우는 뻔뻔함이 그대로다. 모두 반개혁적 인사들이다. 색깔론과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구태 정치를 고수하는가 하면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일삼고 있다.

그들의 안중에 대한민국 바로세우기는 없나 보다. 나라가 어디로 가든 내 안위에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다음 총선에서 자리보전하기 계산만 있을 뿐이다. 그런 무책임한 정치인들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은 답보 상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하태훈님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입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입니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새누리당, #책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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