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억하시는지요? 지난해 11월 18일 세월호의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 신항 세월호 '곁'을 떠났습니다. 그토록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랐지만 단원고 고 남현철·박영인 학생, 고 양승진 선생님, 아빠 권재근·아들 권혁규 부자는 끝내 유가족이 되지 못하고 '미수습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참담함으로 관통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잊지 않고 행동하는 이들이 세월호 '곁'에서 연대하도록 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 '곁'에 시민들이 있었기에 덜 외로울 수 있었고, 유가족 '곁'에 시민들이 있었기에 덜 허허로울 수 있었습니다.

걷지 않고서는 길에 대해 얘기할 수 없듯이, '곁들'의 발자국 발자국은 진상규명의 길을 만들어 나갔고, 그 거리에서 연대가 잉태됐습니다. 누군가는 불순하다던 그 '곁'과 '곁'들이 모여 더 큰 연대를 이뤄내, 마침내 광화문에서 촛불로 타오르며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안산을 비롯 전국에서 미수습자·유가족과 함께 한 '곁'들의 4년간의 기록을 담은 특별전  '세월호 그 곁에선 사람들'과 '세월호 아이들의 꿈'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산시 화랑유원지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옆 대공연장 인근에서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립니다.

세월호 특별관 [곁] '곁'에 있다는 것은

"고마워요, 지난 4년간, 떠난 이들의 행복과 우리 모두의 행복을 가슴 깊이, 간절히 바랐을 그대가. 2016년 광화문광장을 울렸던 그 함성 속에 그대의 목소리가, 그대의 촛불이 있었던 게 고맙습니다. 그 누구도 의심치 못할, 우리의 소리로 만들어낸 희망이었어요. 오늘의 이야기는 그대의 곁에 있겠다는 약속이며,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고백입니다."
- 세월호 특별관 [곁] 전시소개 중에서


곁이 곁에게 말합니다. 그대가 곁이고, 존재만으로 곁이 될 수 있다고. 참사 이후 함께 마음 썼던 그대가 온전한 곁이라고. 그 곁들이 세월호를 가슴에 안고 살아 온 4년, 세월호 곁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13일 오후 늦게 찾은 전시관은 비가 올 것에 대비해 천막을 쳤습니다. 전시 '곁'은 '참사 그 후, 안산의 시간', '마음이 다 곁이다', '곁이라 부르고 싶은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참사 그 후, 안산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5분 첫 조난 신고 "살려주세요" 이후 6월 22일까지 67일간의 타임라인으로 이웃들의 시간표를 재구성했습니다. 16일 당일 단원고에 가족들이 모이면서 세월호 참사 후 첫 시민촛불이 단원고와 중앙역 앞에서 동시에 발화되었습니다.
세월호에 마음을 내어 준 안산의 곁 그들의 이야기와 안산의 시간을 대표적인 단체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 세월호 안산 타임라인 세월호에 마음을 내어 준 안산의 곁 그들의 이야기와 안산의 시간을 대표적인 단체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그들은 세월호 생존학생들의 쉼터 '꼬두물정류장'에서부터 심리치유센터 '치유공간 이웃', 와동 공동체 희망거점 '와리마루',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 매주 월요일 중앙역을 지켜 온 '엄마의 노란손수건',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 경기지부, 안산시 희망마을사업추진단, 안산온마음센터 그리고 416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 416안산시민연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세월호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를 놓지 않고 그 곁에서 내내 지켜 왔던 안산시민, 그 곁들의 이야기와 활동, 여정 등은 인터뷰로도 준비됐습니다. 그 곁들은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진상규명이 안 됐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어요?"

서울에서 대구, 광주,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곁들의 활동과 이야기를 들어 본다.
 서울에서 대구, 광주,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곁들의 활동과 이야기를 들어 본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마음이 다 곁이다'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세월호에 마음을 내어 준 '곁들'의 이야기로 전시했습니다. 세월호를 곱씹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던 경향 각지의 사람들. 그들의 활동과 이야기들은 인터뷰로 다시 기억을 소환해 낼 수 있습니다.

대구가 말합니다. "그 자리에 제가 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광주가 응답했지요.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자 양천이 고백합니다. "세월호는 저를 성장시켜 줬어요." 정읍이 위로합니다. "이렇게 함께 있는 것 그게 곁이잖아요." 제주가 매듭을 짓습니다. "관계는 그물코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곁이라고 부른 이웃들의 기억 물품으로 함께하고 위로한다. 그대를 곁으로 부르면서.
 곁이라고 부른 이웃들의 기억 물품으로 함께하고 위로한다. 그대를 곁으로 부르면서.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곁이라 부르고 싶은 사람들'은 곁과 곁이 함께 하며 나눈 시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입니다.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우리의 곁들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웃 곁의 활동을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등 서명 시민(4,877,979명), 합동분향소 다녀간 시민(727,022명), 진도 목포 등 다녀간 시민(276,000명), 416생명안전공원 등 서명 안산시민(47,805명), 함께 길을 걸은 시민(20,924명).

이웃들이 고이 간직해 온 손때 묻은 물품들도 전시했습니다. 그 물품들을 매개로 기억과 마음을 나누어 보기 위해서. 손때 묻은 노란 배지부터 팔찌, 고래 그림, 손수건, 운동화, 다이어리, 티셔츠 등이 갖가지 사연을 기록한 채 곁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곁이 곁에게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PC에 손을 가까이 갖다 대면 자동으로 화면이 켜지며 곁들의 인터뷰가 화면을 채우며 말합니다. "우리 손을 맞잡고 곁이 되어요"라고. 곁이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메모지에 곁들에게 하고 싶은 글을 쓴 후 스탬프를 찍어서 '곁이 곁에게' 게시판에 걸어두면 됩니다.

"그대가 곁입니다"

세월호 특별관 [꿈] 하늘의 별이 된 '꿈'

그 곁이 있기에 '세월호 아이들의 꿈'은 하늘의 별이 되어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곁] 전시가 열리는 대공연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세월호 특별관 [꿈]도 전시 채비를 마쳤습니다.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꿈과 친구들 곁으로 떠난 친구 1명의 꿈을 모듈로 프린팅해 전시한 ‘꿈’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꿈과 친구들 곁으로 떠난 친구 1명의 꿈을 모듈로 프린팅해 전시한 ‘꿈’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의 꿈은 모듈로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하지만 모듈의 수는 모두 251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단원고 학생들은 모두 250명입니다. 뇌종양 수술로 세월호를 타지 못했던, 경찰관이 꿈이었던 한 친구가 2015년 6월 먼저 떠난 친구들 곁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모듈에는 아이들의 이름과 꿈 그리고 특기사항이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미수습자인 현철이의 꿈은 영어선생님입니다. 영인이의 꿈은 축구선수입니다. 단원고 친구들의 꿈은 참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공무원부터 경찰관, 군인, 변호사, 간호사, 작가, 의사… 별이 된 아이들은 여전히 하늘에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단원고 미수습자 고 남현철 군의 꿈은 영어선생님, 고 박영인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 우리 꿈을 아시나요? 단원고 미수습자 고 남현철 군의 꿈은 영어선생님, 고 박영인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박민선씨의 '아이들의 꿈' 퀼트작품도 전시합니다. 대전에 사는 박씨는 참사 이후 아이들의 사연을 한 명 한 명씩 기억하며 바느질더미를 끌어 당겼습니다.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박씨가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천을 조각낸 다음 솜과 뒷감을 대고 손바느질로 완성한 퀼트에 1~10반까지 250명 아이들의 꿈을 인형과 소품으로 형상화한 후 한 명 한 명 이름을 새겨 넣어 만든 것입니다.

노란 나비로 만든 모빌. 엄마들은 행여나 아이들의 꿈이 사라질세라 오늘도 자장가를 부른다.
 노란 나비로 만든 모빌. 엄마들은 행여나 아이들의 꿈이 사라질세라 오늘도 자장가를 부른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모빌'도 전시됐습니다. 흔히 모빌은 엄마아빠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면서 아름다운 꿈을 꾸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기 눈동자에 맞춰 머리 위에 매달아 줍니다.

전시관의 모빌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4월의 대지를 방금이라도 훨훨 날아갈 듯 온통 노란 나비입니다. 그리고 이 노란 나비 모빌들은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볼 수 있도록 지면에서 시작하는 모빌입니다.

4월의 봄날, 노란 나비의 기억이 우리들 마음속에 잊히지 않고 여전히 자리하고 있듯이 가슴에서 아이들을 보내지 못한 엄마들의 자장가는 바람에 살랑대는 모빌과 함께 나직이 읊조립니다.

"자장자장 잘 자라 우리 아가 좋은 꿈 꾸려무나…"


태그:#세월호 참사 4주기 행사, #세월호 특별전시 곁, #세월호 특별전시 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