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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5일장 풍경이다.
 구례 5일장 풍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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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구경은 불구경 싸움구경이라지만, 전통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이에 못지않다. 구례 5일장 구경하고, 아련한 추억의 수구레선지국밥도 먹고... 우리 함께 전남 구례로 떠나보자. 산수유마을에서는 노란 산수유꽃소식도 들려온다.

봄맞이 구례 여행에서 전통시장의 맛있는 음식도 결코 빼놓을 수가 없다. 구례 5일장의 대표먹거리는 천연 발효로 만든 피아골 우리 밀 호떡과 수구레선지국밥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야 더 맛있다. 

장구경도 재밌고 맛난 먹거리도 좋지만 진짜 재미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 마음속에 꽃이 피어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

전통시장 장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구례 5일장의 밥통, 뻥튀기다.
 구례 5일장의 밥통, 뻥튀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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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미난 장구경이다. 뻥튀기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뻥 소리에 한 아주머니가 놀라 귀를 막는다. 구례 사람들은 뻥튀기를 밥통이라고 했다. 백열리에서 무말랭이를 튀기러 왔다는 한 아저씨(67. 이영호)가 말하기를 구례에서는 튀밥 튀기러 갈 때 밥통 튀기러 가자고 한다고 했다.

"구례에서는 밥통 튀러 가자~ 그래요. 보리차같이 물에 넣어 끓여 먹을려고 무말랭이를 튀기러 왔어요."

튀밥의 재료도 아주 다양해졌다. 지난 가을에는 주로 밤을 튀기더니 요즘은 무말랭이와 둥굴레를 튀기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뻥 소리에 놀란 한 남자가 뻥튀기 아주머니에게 타박을 하며 지나간다. 어제 저녁에 만들어놓은 자신의 자식이 떨어졌다며.

"워매~ 얘기 떨어져 부렀네, 엊저녁에 만들어 놨는 디 아짐이 우리 얘기 떨쳐 부렀소~."

살랑살랑 봄바람이 인다. 햇살도 따사롭다. 장터에 사람들이 벌 나비처럼 하나 둘 모여든다. 눈에 스쳐가는 다양한 물건들, 오가는 사람들, 정겨운 인사... 장날의 즐거운 풍경이다.

구례 5일장의 꽃가게다.
 구례 5일장의 꽃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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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클라멘, 제라늄, 매혹의 나나클로스 등 봄꽃이 예쁘게 피었다.
 시클라멘, 제라늄, 매혹의 나나클로스 등 봄꽃이 예쁘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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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에 내놓은 메주가 눈길을  끈다.
 노점에 내놓은 메주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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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에 성급한 사람들은 봄을 산다. 꽃가게 앞에서 시클라멘, 제라늄, 매혹의 나나클로스( (Ranunculus, 라넌큘러스)등의 예쁜 꽃을 산다. 이들 꽃들은 화사함 때문에 봄철이 되면 인기다.

돌미나리와 쑥부쟁이 나물도 있다. 바닷가 해변에 자생하는 방풍나물도 보인다. 이곳 구례에서는 방풍나물에 바닷물을 간간이 뿌려가며 재배했다고 한다. 억센 방풍나물은 삶아도 쉬 물러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나물에 비해 많이 삶으라고 한다. 나물 파는 구례 아주머니의 친절한 설명이다.

"매 삶아 드세요, 쉬 안 물러져요."

섬진강에서 잡았다는 참게가 대야 안에 무리지어 있다.
 섬진강에서 잡았다는 참게가 대야 안에 무리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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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에 갇힌 참게는 절대 도망가지 못한다.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밑에 있는 다른 참게들이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 끄집어내리기 때문이다.
 대야에 갇힌 참게는 절대 도망가지 못한다.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밑에 있는 다른 참게들이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 끄집어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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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잡았다는 참게가 대야 안에 무리지어 있다. 큼지막한 참게  한 마리의 가격은 1만 5천원이다.

"이건 잡사 본 사람들만이 사가요. 애호박이나 무 넣고 끓여먹으면 맛있어요."

대야에 갇힌 참게를 보고 있노라니 김인호 섬진강 시인의 <참게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참게 이야기
    - 김인호

섬진강 매운탕 집 뒤뜰에
큰항아리 가득 참게가 들어 있는데
그 항아리 뚜껑이 없어
다 도망가지 않을까 물으니

걱정 없지요
참게란 놈들 참 이상한 놈들이어서
한 놈이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밑에 다른 놈들이
꼭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
끄집어내려 놓고 말지요

아무리 뚜껑을 열어 놓아도
결국 한 놈도 지척인 강으로
못 돌아간다는,

참게들 이야기 듣다가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다
그만 섬뜩해집니다

구례 5일장의 별난 음식 수구레선지국밥

구례 5일장의 별난 음식 수구레선지국밥이다.
 구례 5일장의 별난 음식 수구레선지국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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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음식 수구레선지국밥이다. 가마솥에서 설설 끓고 있는 수구레선지국밥은 그저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돋는다. 수구레선지국밥에는 제피가 잘 어울린다. 제피가루를 넣어 먹으면 은은한 제피향이 입맛을 돋워준다. 한번 맛보면 다시 생각나는 음식이다. 세월이 흐른 다음에도 다시 먹고픈 그리운 음식이다.

남도에서 수구레국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구례 5일장의 수구레선지국밥이 유일하지 않을까싶다. 수구레는 소의 목덜미 살코기와 껍질 사이의 부위다. 수구레는 갖은 양념에 볶아먹거나 국밥 또는 해장국으로 끓여내면 맛있다. 부드러운데다 쫄깃한 식감이 유별나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수구레가 2kg 남짓 나온다. 아교질 성분으로 귀한 부위다. 지금은 사라진 음식이지만 옛날 제주도에서는 수구레에 한천을 넣어 묵을 만들어먹기도 했다.

뚝배기에 담아낸 뜨끈한 수구레선지국밥이다. 구례 5일장에 가면 수구레선지국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장날 다음날만 쉬고 매일 문을 연다. 주말에는 장날 다음날에도 영업을 한다.

조금은 낯선 이름, 수구레는 뭘까. 주인아주머니에게 그 해답을 들어보자.

"수구레는 소의 목덜미 특수부위 살이에요. 손질해서 삶아 갈무리해두고 사용해요."

그렇다면 수구레국밥에 선지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수구레선지국밥을 보다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뭘까. 

"수구레와 선지가 궁합이 잘 맞아요. 저도 수구레선지국밥을 자주 먹는 편이에요. 국물은 가마솥에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계속 끓여요. 대파도 듬뿍 듬뿍 넣어줘요. 그렇게 7~8차례 끓이면 맛이 점점 더 깊어져요. 국밥에 제피를 넣은 다음 파김치 배추김치 등과 같이 먹어야 진짜 맛있어요."

국밥에 제피를 살짝 넣었더니 제피의 독특한 향이 정말 좋다. 밥 한술을 말아내니 진짜 별미다. 수구레에 선지가 더해져 훨씬 맛이 더 풍부해졌다. 소의 목덜미 수구레를 사용해 살이 도톰하고 제법 먹음직스럽다. 소박한 서민 음식인 수구레는 단백질 보충에 좋으며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많아 관절기능 개선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련한 추억이 담긴 수구레선지국밥이다.
 아련한 추억이 담긴 수구레선지국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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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선지국밥은 가마솥에서 정성으로 끓여낸다.
 수구레선지국밥은 가마솥에서 정성으로 끓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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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5일장(3, 8일)이 열리는 날, 장터에서 맛본 수구레국밥은 참 별난 음식이다. 구례 장날이면 장을 보러온 사람들과 장꾼들이 모여들어 수구레국밥에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그리움과 추억이 서린 정겨운 풍경이다.

"사람들이 원체 없어"
"구정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사람들이 오겠는가?"
"다들 돈이 없어."

장꾼들의 대화 속에서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순천의 강경자 아주머니는 옛날 아버지 따라 시골 장에 가서 맛봤던 국밥 맛을 아직도 못 잊고 있다며, 수구레선지국밥이 아련한 추억의 맛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례 5일장, #봄, #수구레선지국밥, #참게,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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