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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가 지난해 7월 5일 보도한 <23명이 한몸…우린 못 나눠요>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채널A가 지난해 7월 5일 보도한 <23명이 한몸…우린 못 나눠요>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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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뉴스특급>이 지난달 26일로 전격 폐지됐다. 최근 불거진 '조작 방송'에 따른 처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채널A 측은 "채널A는 뉴스특급이 지난달 17일 다룬 '남북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 관련 토크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인사위원회가 열렸으며 보도본부장, 담당 CP, 앵커에 대해 징계 결정과 함께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뉴스특급> 김종석 앵커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단일팀 논란과 관련 "이들(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엄수연 선수와 한도희 선수의 의견을 내보냈다. 한도희 선수는 "그냥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토로했고, 연수염 선수는 "저희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운동하는 선수들을 한 번 생각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한참 이슈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어느 시청자 누구라도 최근 인터뷰라 여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채널A가 지난해 7월 5일 <23명이 한몸... 우린 못 나눠요>라는 제목으로 이미 방송한 화면이었다. 제작진, 앵커들은 물론, 장면 안에 지난해에 촬영한 것이라는 언급이나 고지는 전혀 없었다. 또 이 화면을 내보낸 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 패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의도적인 '인터뷰 조작'이요, 악의적인 왜곡이라 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논란을 두고 정부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인터뷰 조작'이란 '방송 윤리 위반'으로 번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고, 이를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 결과, 채널A가 <뉴스특급>를 폐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뻔뻔한 '왜곡'보도는 또 나왔다.

'대형 인공기'? 카자흐스탄 국기는 안 보였나

2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에 올라온 인공기 관련 기사.
 2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에 올라온 인공기 관련 기사.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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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강릉 선수촌 804동에 입주한 북한 선수단은 2일 오전 15층~17층 등 3개 층에 걸쳐 북한 국기인 대형 인공기를 내걸었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은 대형 인공기를 발코니에 내걸기 위해 오전부터 인공기 양 끝을 창틀에 묶는 작업을 했다. 북한이 내건 인공기는 다른 나라 선수단이 외벽에 건 국기 중 가장 크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 선수단은 한 개 층만을 국기로 덮었고, 이탈리아 선수단의 경우 조그마한 국기 3개를 각 층에 하나씩 내걸었다."

<중앙일보>의 지난 2일자 <북한, 선수촌에 3개층 규모 참가국 중 최대 인공기 걸어>라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이 기사는 북한 선수단의 '대형' 인공기가 다른 나라 선수단이 외벽에 건 국기 중 "가장 크다"고 썼다. 이어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평상시 인공기 게양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사항이라 불가능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북한의 국기를 게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기'에 유독 관심이 많은 건 <중앙일보>뿐만이 아니었다. <중앙일보>보다 한발 빨리 <[올림픽] 북한 선수단, 강릉 선수촌에 '대형 인공기'>란 기사를 포털에 송고한 건 <연합뉴스>였다. <연합뉴스> 역시 아래와 같이 인공기를 두고 '가장 규모가 크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내건 인공기는 지금까지 선수촌에 들어온 나라들이 외벽에 건 국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인공기를 제외하면 1개 층을 뒤덮는 크기의 카자흐스탄 국기 정도가 선수촌에서는 눈에 띄는 규모다."

 2일 오전 평창동계올림픽 강릉 선수촌 내 북한 숙소에 인공기가 내걸리고 있다.
 2일 오전 평창동계올림픽 강릉 선수촌 내 북한 숙소에 인공기가 내걸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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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연합뉴스>의 다른 '포토뉴스'였다. <입촌 신고, 선수촌에 걸린 북한 '대형 인공기>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가 쓴 '포토뉴스'를 보면, 누가 봐도 북한의 인공기보다 훨씬 큰 크기의 카자흐스탄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못 본 것인지, 보고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인지, <[올림픽] 북한 선수단, 강릉 선수촌에 '대형 인공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쓴 <연합뉴스>의 고동욱 기자는 "인공기를 제외하면 1개 층을 뒤덮는 크기의 카자흐스탄 국기 정도가 선수촌에서는 눈에 띄는 규모"라고 적었다. 의도적인 축소 혹은 왜곡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해당 <연합뉴스> 기사 이후 <중앙일보>와 <채널A>도 '대형 인공기' 뉴스를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대형 인공기'라고 강조한 시각을 <중앙일보>와 <채널A> 역시 그대로 '받아쓴' 형국이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연합뉴스>의 '포토뉴스'를 바탕으로 <중앙일보>의 팩트 왜곡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채널A가 폐지한 '뉴스특급' 정도의 왜곡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팩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뉴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관해선 강릉에 거주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역시 '팩트'를 체크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선수촌 최대'라는 인공기, 강릉시민이 직접 가서 봤더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러한 왜곡, 편파보도가 난무하는 중이다. 왜 그럴까. 답은 빤하다. '평양올림픽'이란 수사에서 그 의도를 찾을 수 있다. 

'평양올림픽' 장사, 그 빤한 의도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제대학원 초청특강에서 "한국의 보수 야당들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부르면서 집중포화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북한의 행동과 마인드셋을 바꿀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문 특보의 강연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는 보수 진영에서 어떻게든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를 간파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해결책까지 내놓고 있다. 문 특보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끌어내고 대외적으로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와 더불어 북한의 국내 정치적 목적도 있다"면서 "한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의도를 이미 잘 알고 그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문 특보는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지뢰(위험요소)가 많지만, 외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교류를 늘리고 신뢰를 구축하려고 한다.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평화 구축을 염두에 둔 장기 플랜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평양올림픽'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거시적 관점을, 즉 문 특보의 표현대로 "그동안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양쪽의 윈윈을 통해 긍정적 모멘텀을 창출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 이들에게 그런 장기 플랜이, '윈윈' 게임이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채널A의 '조작 방송'도, <연합뉴스>나 <중앙일보>의 의도적 왜곡 역시 같은 범주라 할 수 있다. 어떻게든 '평창올림픽'도, '평화올림픽'도 아닌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남북갈등'은 물론 '남남갈등'까지 조장하고픈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IOC에 남북단일팀 반대 서신을 보낸 나경원 의원이나 '평양올림픽'론에 '올인'한 자유한국당, 3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평양올림픽을 반대한다'며 인공기를 훼손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에 해당한다.

인공기만 해도 그러하다. 특별할 것이 없다. 2014년 아시안게임 때도 똑같이 선수촌 외벽에 걸려 있던 것이 바로 그 인공기다. 박근혜 정권에서나 문재인 정권에서나 '인공기'는 '인공기'일 뿐인 것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평창올림픽에 침을 뱉고 재를 뿌려도 평화를 위한 제전, 평창올림픽 한반도 평화 열차는 출발한다. 남북단일팀 한반도 깃발이 휘날리는 평창으로 가자.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을 응원한다. 우리는 하나다."

4일 정청래 전 의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 역시 '평화올림픽'일 뿐이다. 이참에 누가 '평화'를 가로막고, IOC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그 '평화올림픽'을 이용하려 하는지 똑똑히 봐 둘 일이다. 과연 누가 '평화올림픽'에 훼방을 놓는지.


태그:#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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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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