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순자 전 인하대학교 총장.
 최순자 전 인하대학교 총장.
ⓒ <시사인천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조양호 이사장, 한진 회장)이 '인하대학교 기금 130억원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순자 총장을 지난 16일 해임했다.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최 총장을 해임했다.

'130억원 손실' 사건은 인하대가 한진해운의 경영 부실이 현저하게 드러나던 2015년 6월과 7월에 매입한 사채 80억원과 그전에 매입한 사채 50억원을 합친 130억원어치가 지난해 2월 한진해운 파산으로 휴지조각이 돼버린 사건이다.

인하대는 기금을 금융상품 등에 투자할 때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투자 관리지침서 규정도 지지키 않았다. 또한 지난해 한진해운의 부실이 현실화될 때도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인하대를 감사한 교육부는 9월에 최 총장과 전ㆍ현직 사무처장, 전ㆍ현직 재무팀장 등의 중징계, 나머지 직원들의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인하대가 재심을 신청했지만 교육부는 지난 11월 원안대로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 뒤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12월 학교법인 3명, 학교 3명, 외부인사 1명 등 총7명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징계위는 12월에 당사자 소명을 들었고, 16일 오후 최종 징계위원회를 열어 최 총장 해임을 확정했다.

정석인하학원은 사무처장과 당시 재무팀장도 해임했다. 당시 재무팀장과 같이 일했던 전 재무팀 부팀장과 직원은 감봉에 처해졌다.

최순자 총장 해임으로 인하대는 4대 연속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조양호 이사장이 해임으로 최 총장에게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잇단 인사 실패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2년 3월 취임한 최 총장 전임 13대 박춘배 총장은 임기가 2016년 2월까지인데 2014년 12월 사퇴했다.

박 전 총장은 송도 5ㆍ7공구의 송도캠퍼스 부지를 학교구성원과 합의 없이 11공구로 변경해, 교수회와 총학생회는 물론 총동창회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또한 교수연봉제 도입, 단과대학 책임경영제, 단과대학 통폐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사퇴여론이 고조됐다.

박 전 총장 전임은 2009년 취임한 12대 이본수 총장이다. 이 전 총장은 등록금 인상 반대 학생총회에 직접 나와 대화를 시도하고, 인하대의 숙원이던 송도캠퍼스 부지를 확보하면서 교수와 학생, 직원들로부터 신뢰도가 높았다. 학내에선 연임 요구가 높았으나, 이 전 총장은 3년만 하고 그만 뒀다. 학내 여론과 달리 정석인하학원은 11대 총장의 잔여 임기 3년만 채우게 했다.

11대 총장은 홍승용 전 총장이다. 2002년 3월 10대 총장에 취임한 홍 전 총장은 연임 중이었다. 그러나 홍 전 총장은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서 발생한 조양호 회장 일가의 '막말 사건'으로 2008년 12월 사퇴했다. 당시 이사회 때 조현아 이사가 홍 전 총장을 향해 서류를 집어던지고 막말을 퍼부어 모멸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번에 14대 총장인 최순자 총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해임되면서 인하대는 4대 연속 총장이 중도에 그만두는 파행을 겪게 됐고, 이는 조양호 이사장의 '4연속 인사 실패'나 다름없다.

최 총장 해임으로 인하대는 새 총장을 뽑아야 한다. 절차는 정석인하학원이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정석인하학원 이사 5명, 인하대 교수 4명, 인하대 총동창회 1명, 지역사회 1명으로 구성된다.

정석인하학원이 5명이고 인하대 구성원이 5명이라 균형을 이룬 것 같지만, 지역사회 몫은 사실상 대한항공에서 추천하는 사람이라 결국 대한항공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3월 입학식을 총장 없이 치를 순 없는 노릇이라, 이르면 1월 중 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를 거쳐 2월 중 새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 물론 새 총장 선임이 3월로 늦춰질 수도 있다. 문제는 조양호 회장이 잇단 인사 실패를 어떻게 쇄신한 것인가가 핵심이다.

한편, 정석인하학원이 최 총장을 해임함으로써 130억원 손실에 대한 책임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130억원을 보전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 교육부는 중징계를 요구하면서, 130억원 보전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당사자인 총장이 해임된 만큼 정석인하학원이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조양호, #한진, #정석인하학원, #최순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