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국제빙상연맹


'러시아의 피겨 투톱'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와 알리나 자기토바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유럽선수권에서 몸을 풀 전망이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지난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1월 중순에 열리는 유럽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그 가운데 러시아 대표로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와 알리나 자기토바, 마리아 소츠코바가 이름을 올렸다.

메드베데바는 지난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이후로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 발등에 미세골절이 있다고 진단을 받았기 때문. 이후 그는 그랑프리 1,4차 대회를 모두 우승으로 장식해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진출했지만, 결국 부상으로 인해 파이널 대회를 기권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알리나 자기토바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자기토바는 그랑프리 3,5차 대회에 출전했는데 모두 1위에 올라 파이널 무대에 섰다. 그는 파이널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자기토바의 기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4일 막을 내린 러시아 선수권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을 앞두고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고 볼 수 있다.

메드베데바는 시니어 3년차를 맞는 선수로 러시아 피겨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다. 모든 점프를 타노점프(한 손이나 두 손을 들고 뛰는 점프)로 구사하고 대부분의 점프를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에 배치해 철저히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선보인다.

여자 피겨에서 독주하던 메드베데바, 최근 급부상한 자기토바

 알리나 자기토바

알리나 자기토바 ⓒ 국제빙상연맹



자기토바는 올해 시니어로 데뷔한 신예다. 지난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후 시니어로 올라와 빠르게 평정해 나가고 있다.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점프 구성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프 모두 후반부에 배치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이대로 유럽선수권에 참가할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마지막 실전무대가 될 전망이다. 유럽선수권은 4대륙선수권 대회와 함께 올림픽 전 여러모로 의미가 큰 대회다. 선수들이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올림픽의 메달리스트와 대략적인 점수도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대표로 유럽선수권에 출전했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이 대회에서 점수를 후하게 받았고, 본 대회였던 소치에서도 점수 상승폭이 매우 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 역시 평창을 앞두고 비슷한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평창에서는 모두 개인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 러시아대표팀이 도핑 조작 파문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평창행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 러시아 측은 발표 직전 보이콧을 시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향을 급 선회하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당초 "러시아 국기 없이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며 평창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기토바는 러시아선수권이 끝난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관객들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두 안다. 평창에서 러시아 국기 없이 출전하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 두 시즌동안 시니어 여자피겨는 온통 메드베데바의 세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2연패로 장식하며 완전히 독주 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평창을 코 앞에 두고 부상과 함께 후배 자기토바가 치고 올라오면서 입지가 다소 불안해졌다.

올 시즌 아직까지 두 선수는 한 대회에 나란히 출전한 적이 없다. 유럽선수권은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첫 대회이자, 동시에 평창을 앞두고 불꽃 튀는 금메달 경쟁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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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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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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