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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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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성과가 없는 외교였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국빈 방문의 성과를 이렇게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낙제점'이라 평가했다. 그에 앞서 나 의원은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이 뭉개진 일"이라고 혹평했다. 

"여러가지 홀대 논란이 있었고요. 결국 공동성명,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고 또한 기자단 폭행이란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정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 자존심이 뭉개진 일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기이하다. 아니, 그럴 만 하다. '외눈박이' 눈으로 세상을 보는 '보수'와 '극우'의 시선에선 그런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를 애초부터 포기한 이들 말이다.

판에 박힌, 오로지 공을 깎아 내리고자 혈안이 된 정치적 공세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닥치고 비판', '닥치고 깎아내리기'랄까. 언론과 당시 여당이 '용비어천가'를 불러댔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중 외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를 떠올린다면 '유구무언'이어야 할 이들이 마이크 볼륨을 한껏 올린 형국이다. 

불행은 국민들의 몫이다. 만약 다수의 보수 매체와 폭행 피해를 입은 기자들이 속한 매체가 쏟아낸 '악의'에 찬 기사들만 접했다면 그리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홀대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난 주말과 오늘(18일)까지 온갖 미디어를 뒤덮었다. 설상가상으로 수행단 사진 기자 두 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이른바 '기자단 폭행' 사건이 일파만파 파장을 낳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자단 폭행' 논란은 유감스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포함, 실제 방중 성과과 그 파장은 향후 차분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둘러싼 미디어들의 섣부른 호들갑과 이에 바탕을 둔 야당의 비판은 그 자체로 '사건'이자 '분석 대상'이라 할 만 하다. 먼저 문 대통령 국빈 방문을 수행하고 돌아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자.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폭행 당하는 한국 사진기자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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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정'까지 불사하는 보수의 '홀대론' 프레임

"이 방문의 시기와 배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고요. 잘 알다시피 박근혜 정부 최근 1년 동안은 한중관계가 완전 수렁에 빠진 최악의 관계였습니다. 그 수렁에 빠진 양국관계를 건져내는데 그 과정에서 약간 묻은 신발의 흙을 보면서 왜 양탄자에 꽃신을 신고 가지 않았느냐 비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고요. 이번은 막힌 것을 뚫고 수렁에 빠진 한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아주 의미 있는 실리외교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18일 나 의원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이번 문 대통려의 중국 국빈 방문을 수행한 여당 의원 중 한 명이다. 단순한 여야의 시각차일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해도, '전제'라 할 수 있는 배경은 확실히 새기는 것이 우선이고, 순리다. 한중 관계를 최악으로, 악화일로로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인가. 바로 박근혜 정부와 정부여당 아닌가.

국정 농단 사태는 벌써 잊었다는 듯이, 한중 외교의 책임을 잊었다는 듯이, 출당시켰으니 '피고인 박근혜'와는 다른 DNA를 가졌다는 듯 발언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왜, 어째서 그 어떤 일말의 책임도 통감하지 못하는가. 하필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기간에 일본 아베 총리와 회담을 가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머리를 조아린 듯한 사진을 두고 '굴욕 외교' 논란이 일자 홍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를 작은 나라, 중국을 대국이라면서 알현, 조공외교를 해서 나라의 국격을 손상시킨 세력들이 외국 원수 만나 의례적인 목례를 한 것을 굴욕외교 운운하다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송영길 의원 역시 박 의원과 같이 '전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사드 문제로 정말 양국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도 제대로 못 치른 그런 상황에서 무거운 부담감을 안고 가는 정상외교의 길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중국 입장에서도 사드 배치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해 왔는데 결국 그걸 관철시키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들어간, 어떻게 보면 중국 내부에서 '굴욕 외교가 아니냐' 라고 비판이 나올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서 역시 이번 중국 방문을 수행한 송 의원은 이와 더불어 보수 언론 중심으로 조성된 '홀대론 프레임'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오히려 사드 배치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까지 인정하는 양상이 된 이번 국빈 방문과 정상 회담 자체가 "(중국 입장에서) 굴욕 외교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혼밥' 논란도 그렇다. 이미 청와대 측이나 수행한 의원들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는 사안이지만, 논란 자체가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공동 성명 등 자잘한 딴죽들도 이와 대동소이한, 지엽적인 수준의 딴죽이라 볼 수 있다.

'난징 대학살' 추모 기간인 중국과 중국 인민들의 상황과 정서를 고려한 문 대통령의 '서민' 행보를 그렇게까지 힐난하는 저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오히려 시기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정서를 고려한 '이미지 정치'의 일환이라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인 만두(샤오롱바오), 만둣국(훈둔), 꽈배기(요우티아오), 두유(도우지앙)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 유탸오는 밀가루를 막대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꽈배기 모양의 빵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식감이 특징이다. 중국식 두유인 더우장에 적셔서 먹는 중국 일반 시민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다. 왼쪽은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
▲ 베이징 서민식당에서 식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인 만두(샤오롱바오), 만둣국(훈둔), 꽈배기(요우티아오), 두유(도우지앙)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 유탸오는 밀가루를 막대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꽈배기 모양의 빵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식감이 특징이다. 중국식 두유인 더우장에 적셔서 먹는 중국 일반 시민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다. 왼쪽은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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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청쓸신잡'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

여타 논란들도 따지고 보면 무리수에 가까운 흠집 내기에 가까워 보인다. 공감은 어렵지만 이해는 간다. 70%에 육박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이들이 막무가내로 '홀대론'을 퍼트리는 그 저의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지지율을 반등시키는데 빈번히, 노골적으로 활용해 왔다. 보수 언론의 경우, 온갖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며 해외 순방의 성과를 나열하는데 급급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지 않은가.

'박근혜의 패션 외교' 운운했던 기사들을. 이번 '기자단 폭행' 사건과 관련, '기레기는 맞아도 싸다'란 비난의 목소리가 커진 것 또한 소셜미디어 상에서 '홀대론'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즉각적으로 비교의 대상에 오른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이해를 하고자 해도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것 한 가지는 바로 한국 보수 언론과 보수층의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보는 비뚤어지고 왜곡된, 자기 이익과 반하는 스탠스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야말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간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온 세력 아니었던가.

'한한령'을 비롯한 중국의 경제 제재는 어떤가. 한국과 중국 간의 경제 교류를 복원시키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나 대중 수출 정상화야말로 '보수=경제' 프레임에 걸맞은 주장들 아니었는가. 사드 추가 배치까지 해결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 이러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빈을 방문한 것을 두고 '홀대론' 프레임을 통해 의도적인 흠집 내기에 나선 보수 언론과 이에 편승한 보수 야당은 과연 어느 나라 언론이요, 어느 나라 정당인가.

태극기 집회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트럼프"를 연호하던 이들처럼 오로지 "미국, 또 미국"이어야 하는 건가. '홀대론'을 퍼트리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깎아내리는 세력의 '자기 부정'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재론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 중국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이란 1면 제목을 뽑은 '환구시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그 '환구시보'가 "한국 언론은 자책골을 넣지 말라"고 일갈한 대목은 한국 보수 언론과 보수층이 만들어낸 아주 씁쓸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에 관한 쓸데없는 신비로운 잡학사전> '청쓸신잡'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님의 진행, 윤영찬 국민수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이 출연해 쏘쿨하고 솔직한 순방 뒷얘기를 들려드립니다. 12.20(수)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개봉박두."

청와대 소셜미디어가 18일 오후 올린 게시글이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이러한 '홀대론 프레임'을 정정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청와대는 소셜미디어 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번 '홀대론 프레임'이야말로 청와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사활을 걸고 프레임 수정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니, 그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홀대론'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나 봤던 보수 언론의 '진보' 대통령 죽이기의 인상이 강하다. 더군다나, 국빈 방문 상대 국가는 '혈맹 미국'이 아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었다. 사드 배치도, 경제 교류 정상화도 나 몰라라 하는 보수 언론이 프레임을 짜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고 볼 수 있다.

'홀대론'을 이겨내고 뛰어 넘어야 할 문재인 정부. 이번 국빈 방문 중 얻은 소득 중 하나가 있다면, 이러한 '자기 부정'도 서슴지 않는 보수층의 맨얼굴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리라. 언제나 상대를 이기려면 '지피지기'가 우선 아니겠는가.


태그:#문재인, #홀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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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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