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유영 ⓒ 박영진


'피겨 신동' 유영(13·과천중)은 연기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에서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영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 챌린지 2차 대회에서 197.56점의 국내 대회 역대 최고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유영은 올해도 석권해 2년연속 정상의 자리를 자켰다. 유영은 자신의 장점인 빠른 스피드와 고난이도 점프, 표현력까지 3박자를 갖춘 프로그램으로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유영은 2016년 1월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로 내셔널 챔피언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당시 '피겨여왕' 김연아(27)보다도 어린 나이에 우승을 차지해 피겨계를 놀라게 했던 그는 매 시즌마다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신동의 가장 뛰어난 점은 모든 것을 즐길줄 안다는 것이었다.

기술+표현력, 모든 것이 향상됐다

유영의 최대 장점은 기술과 표현력 어느 곳에서도 흠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유영은 현재 여자싱글 선수로는 최고 난이도 점프를 수행하고 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매끄럽게 성공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두 차례 러츠 점프, 더블악셀-트리플토루프 점프를 구성했다. 유영은 이러한 계획된 요소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모두 해냈다.

유영은 올 시즌 이번 대회에 앞서 지난 10월에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출전했다. 올 시즌 주니어로 데뷔한 그는 두 번의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4위, 5위로 선전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쇼트프로그램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수하는가 하면, 프리스케이팅의 더블악셀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넘어지는 등의 모습도 있었기 때문.

그러나 유영은 이 대회가 끝난 후 한 달 사이에 이를 모두 수정해 왔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프리스케이팅 점프 배치 등을 바꿔 보다 깔끔한 연기를 선보였다. 유영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주니어 그랑프리 때는 점프를 고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흔들렸는데, 이제는 거의 고쳤고 그래서 연기가 잘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유영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랫동안 전지훈련을 해왔다. 유영의 우상인 김연아가 이 곳에서 훈련하기도 했으며, 현재 '남자피겨 새별' 차준환(16·휘문고)도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캐나다는 전통적인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최상의 시설과 전용 훈련장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유영 역시 이 곳에서 훈련을 거치면서 많은 성장을 해왔다.

유영은 "선수들의 스케이팅이 매우 빠르고 유명한 선수들도 많아 분위기가 다르다"며 "무엇보다 링크장이 따뜻하고, 선수들이 모두 잘 타다보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표현력도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쇼트프로그램의 경우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하게 할만큼 매력적이면서도 깜찍한 연기로 은반 위를 자유자재로 누볐다. 반면 프리스케이팅에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절도 있는 모습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을 온 몸으로 그렸다. 이러한 기본 바탕에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도 모두 표정으로 나타냈다.

즐기는 것보다 위대한 건 없다

 지난 11월 1일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의 첫 주자로 나섰던 피겨 신동 유영

지난 11월 1일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의 첫 주자로 나섰던 피겨 신동 유영 ⓒ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유영이 이러한 경쟁무대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유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

"저 자신을 되찾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회에 출전하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즐기면서 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쟁무대는 단순히 보는 것과 달리 상당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는다. 특히 만13세에 최연소 내셔널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유영으로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히려 즐긴다는 태도로 맞받아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내대회 역대 최고점이다.

기자는 지난해 5월 아이스쇼에서 유영을 따로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모든 말에 '(김)연아 언니'라는 말을 붙이며 선배를 무척이나 동경하는 귀여운 소녀와도 같았다. 물론 이번 공식 인터뷰에서도 유영은 김연아를 언급했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연아 언니가 우승한 모습을 보고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본 유영은 무척이나 성장해 있었다.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달라져 있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유영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설 수 없다. 올림픽 무대는 만15세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데, 유영은 아직 만 13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 동계올림픽인 2022년 베이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당장 한 달 뒤로 다가온 종합선수권에서 2년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이 대회에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권도 걸려있다. 유영은 주니어 그랑프리 첫 도전에 이어 이 경기에서도 나서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국내 피겨 대회에선 최근 계속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 임은수(14·한강중)가 우승했을 때 190점대를 돌파한 데 이어, 7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수 선발전에서는 김예림(14·도장중)이 193점대로 조금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에 유영이 197점대를 받으며 어느덧 200점 돌파를 코앞에 뒀다. 다가오는 종합선수권에서는 김연아를 제외하고 최초로 200점대를 받는 여자 선수가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평창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피겨계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평창 이후에도 한국 피겨의 열기는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평창에는 나설 수 없지만 다음 올림픽까지 최대한 열심히 훈련해서 (베이징 때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유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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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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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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