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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대통령 시정연설 듣는 서청원 의원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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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정치인 홍준표를 당에 놔두고 떠날 수 없다."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칼을 빼들었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고민을 했다. 비겁한 생존을 택할 것인가? 명예롭게 떠날 것인가?"라면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과 최경환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의 '탈당 권유' 징계를 놓고 거취 문제를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선택은 정면대결이었다.

그 양상은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처분을 놓고 왈가왈부했던 최고위원회의 내용을 거론하며 "확신을 가졌다"고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 제명 처분을 명분으로 삼아 당내 친박들을 모아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서 의원은 "홍 대표는 '통합'을 명분으로 삼아 독단과 독주를 하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통합'은 그들만의 '야합'이고, 그 결과는 보수진영의 '대분열'"이라며 "나는 이를 막기 위해 싸울 것이다. 마지막 사명이라 여기고 몸과 마음을 추스릴 것이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박근혜 제명' 끝난 거 맞아? 한국당 오늘도 '들썩들썩')

가장 주목되는 것은 '녹취록'의 등장이다. 서 의원은 앞서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면서 폭로전을 예고했던 바 있다. 현재 홍 대표가 관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서 의원이 '홍준표 흔들기' 과정에서 가장 높은 파괴력이 예상되는 녹취록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는 이날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이유' 중 가장 첫 머리에 이를 올렸다. 서 의원은 "첫째 (홍 대표는) 당을 지도할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홍 대표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다"라면서 "집권세력이 너무도 좋아할 상황이다. 그런 상황 자체가 도덕성이 최우선시 되는 야당대표로서 결격사유"라고 주장했다.

"돼지발정제·바퀴벌레 등 천박한 언행, 보수정당 대표 자격 없어"

서 의원이 제시한 두 번째 이유는 '홍 대표의 언행'이었다. 앞서 김태흠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홍 대표의 막말과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 당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멍에'라는 부정적 프레임 못지 않게 홍 대표의 막말이 당에 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 의원 역시 "(홍 대표는) 언행이 천박하다. 역대 보수정당의 지도자들은 품격 있는 언행으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해 왔다"라면서 "'돼지 발정제', '양아치', '바퀴벌레' 등 홍 대표의 천박한 언행은 품격 있는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말을 바꾸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도 저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등 바른정당 탈당파에 대해 한 말이 뒤집혔음을 지적한 말이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대선 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부관참시하지 않겠다', '정치 이전에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가 이제는 나가라고 한다"라면서 "홍 대표 스스로 '살인범도 용서를 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당론을 깨고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고 나간 사람들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어 금의환향 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이유는 '사당(私黨)화'였다. 친박 성향의 당협위원장들을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홍 대표는) 사당화를 통해서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홍위병을 통해서 기자회견이나 시키고, 당무감사로 위원장을 회유, 협박하고 있다. 복당하는 사람들 자리를 위해서 당을 지키고 본인의 대선승리를 위해서 헌신한 동지들을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정치적 관행'이라 말하지만 원칙에 맞지 않는다. 당협위원장은 당원들이 당협운영위원회의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라며 "당의 개혁과 혁신을 외치면서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로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 등을 통한 '보수통합'에도 반대했다. 그는 "지금은 합당의 타이밍이 아니다. 지금의 합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 보수 가치의 실현과 거리가 멀다"라며 "진정한 보수통합을 위해서는 정당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무성 의원 등 9명의 바른정당 탈당파를 겨냥해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딴 살림을 차렸던 사람들이 반성도 없이 다시 유승민을 배신하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는 모습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면서 "'성숙한 보수대통합'은 지금의 방식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탈당파 흡수·차기 원내대표 경선, 승패 가를 분기점 될 듯

그러나 서 의원은 이날 '홍 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이유'만을 열거하고, 어떻게 맞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홍준표 대표의 결격 사유를 알리면서 여론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함께 '탈당 권유' 징계 결정을 받은 최경환 의원도 지난 3일 박 전 대통령 제명 처분과 관련,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의 무법적이고 안하무인격인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암시한 바 있다.

당장, 친박 측의 '홍준표 흔들기'는 김무성 등 바른정당 탈당 9인에 대한 입당 여부 논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이미 '박 전 대통령 제명 처분과 바른정당 탈당자 입당은 무관하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이 문제를 선결하지 못하면 앞서 당 혁신위 등을 통해 '보수통합'을 추진했던 홍 대표의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음 달에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이 주요한 '분기점'으로 예상된다.

당내 투톱 중 하나인 원내사령탑을 친박계에서 다시 차지하면 당내 주도권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서 의원 등 친박계에서 후보군 조정과 세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이주영·나경원·유기준·조경태·홍문종·김성태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태그:#서청원, #홍준표, #친박, #성완종 리스트,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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