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귀성 인파가 몰리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한바탕 전쟁이 펼쳐진다. 귀성길 기차표 예매 얘기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은 어떨까?
 귀성 인파가 몰리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한바탕 전쟁이 펼쳐진다. 귀성길 기차표 예매 얘기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은 어떨까?
ⓒ 코레일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귀성 인파가 몰리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한바탕 전쟁이 펼쳐진다. 귀성길 기차표 예매 얘기다.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리고, 순식간에 표가 사라지는 탓에 기차표 구매에 어려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은 어떨까?

시각장애인이 PC를 이용해 KTX 예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승차권을 구입하려면, 엑스비전의 화면 낭독프로그램인 '센스리더'를 이용해야 한다. 모바일의 경우 IOS 이용자는 보이스오버 음성지원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구글에서 만든 '보이스톡'을 쓰거나 삼성에서 개발한 '보이스 어시스턴트'를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음성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한 상태에서 코레일 예매를 진행할 경우 선택이나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코레일의 홈페이지 개선이 시급하다. 안드로이드나 IOS를 사용할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음성지원 프로그램을 켰을 때 오류가 잦아 이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음성 프로그램의 오류뿐만이 아니다. 코레일의 예매 페이지는 접속 시간이 3분으로 제한돼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 된다. 3분 안에 보이스오버와 보이스 어시스턴트의 소리를 듣고 원하는 메뉴를 찾아 결제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나 공공기관 주관 시험을 볼 경우,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비장애인에 비해 1.5배 긴 시간을 주고 있다. 이를 그대로 기차표 예매에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4분 30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최소한 10분 내지 15분의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연합회 중앙회 정책실 담당자인 김훈(남, 시각장애인 1급)씨에 따르면, 연합회는 지속적으로 코레일 측에 문제 제기했다. 이를 통해 사전에 추석 기차표 예매 날짜, 구간, 예매 수 등을 입력해 놓으면 당일 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 예매를 시도해본 결과, 접속이 매우 어렵고 사전에 입력한 부분에 에러가 생겨 예매할 수 없었다. 현재 코레일 페이지 디자인은 음성서비스 기능을 이용하여 예매를 진행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가령 표의 정보를 설명하는 칸이 표의 매수를 직접 선택하는 칸과 구분되어 있어 보이스 오버 기능만으로 선택 버튼의 위치를 찾는 게 매우 어렵다.

그나마 찾았다고 해도, 표를 선택하는 버튼이 보이스 오버 기능을 켠 상태에선 잘 읽히지 않는다. 클릭한 후에도 선택하는 게 어렵다. 앞으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어플을 제작할 경우,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모니터링을 거친 후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시각장애인 연합회는 '올해 말까지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코레일 측의 공문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피드백

필자는 얼마 전 시각장애인 연합회로부터 정수기 평가 모니터링을 요청받고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제품은 냉수, 온수, 정수가 나오는 정수기였다. 냉수가 가장 손닿기 편한 맨 밑에 있고 정수가 가운데, 온수는 맨 위에 있는 비교적 편리한 구조였다.

연합회 측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쉽게 정수기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이 정수기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위해선 비장애인의 설명이 필요하고 구조의 순서를 따로 외워야하다는 불편이 있었다. 때문에 필자는 점자가 있어야 시각장애인이 더 쉽게 정수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레일 측에서도 나름대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다. 시각장애인의 모니터링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자인 시각장애인이 미리 구축된 홈페이지에 접근하고, 모바일 어플을 사용해 피드백을 준다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다. 지금처럼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각장애인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홈페이지를 다시 수정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코레일 측에서도 나름대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다. 시각장애인의 모니터링이 바로 그것이다. 당사자가 의견을 내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코레일 측에서도 나름대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다. 시각장애인의 모니터링이 바로 그것이다. 당사자가 의견을 내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필자는 나눔장애인자립센터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나이가 있는 어르신은 물론이고 필자보다 젊은 시각장애인들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레일 기차표 예매를 알려주려고 하면 너무 어려워서 안 될 것 같다며 차라리 전화로 예매하겠단다. 사용하지 않기에 편리성을 모르고, 불편한 점도 지적할 수 없다.

이러한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는 것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강사인 필자가 직접 어플을 다운받아 결제 과정을 진행해보았더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로그인부터 난항이었고 날짜, 시간, 표 매수 등을 입력한 결과 5~10분은 금방 가버렸다. 더 큰 문제는 보이스 오버와 같은 시스템을 켠 경우에는 버튼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코레일만 문제인 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의 영화 어플도 마찬가지이다. 강사인 필자 역시 기차표나 항공권을 예매할 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아예 구매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혹은 비장애인 지인들에게 부탁한다.

비장애인에게는 간단한 문제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불편을 넘어서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참고]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 관할 역에서 복지카드를 등록한 뒤, 고객 센터를 통해서 전화 예약을 한다. 출발시간 20분 전까지 결제하면 이용 가능하다. ARS결제의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해야만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홈페이지 및 모바일 어플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


태그:#시각장애인, #KTX, #추석, #기차표, #예매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