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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태안반도에는 3개 수협과 89개의 어촌계가 있다. 전형적인 반농반어의 지역인 태안군은 다른 지역과 달리 행정리인 마을단위의 개념보다는 바다를 인접한 지역인 어촌계가 중심이 된 새로운 공동체가 있다.

바로 어촌계라는 조직으로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나 막대한 수익이 달린 어촌계의 입어권 가입은 새롭게 이사를 오는 귀농·귀촌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따라서 더불어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어촌계의 개방과 어촌계가 잘 운영되는 곳을 방문해 이들의 노력을 보도하려고 한다. - 기자말

태안남부수협에 속한 드르니 어촌계(계장 김정일,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2리) 69명의 계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드르니 어촌계는 안면도로 들어가는 입구 드르니항 주변 마을인 남면 신온2리(이장 오현근)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드르니 어촌계는 해삼 12ha, 굴 2ha, 바지락 17ha, 복합 30ha 등 61ha의 어장을 소유하고 있다.

드리니 어촌계원들이 어장에서 바지락을 채위하고 있다
 드리니 어촌계원들이 어장에서 바지락을 채위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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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니의 옛말 '들온이'는 다리가 없던 시절 맞은편의 안면도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신온항'으로 바뀌었다가 2003년에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과거 경치가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던 드르니항이지만, 안면연륙교가 만들어지면서 나루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어졌고, '비운의 지역'이 됐다.

이름이 독특해 한 번 들으면 확실하게 각인이 되지만, 바로 앞에 위치한 화려한 백사장항과 비교했을 때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이후 2013년 11월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잇는 250m 길이의 '대하랑꽃게랑' 해상 인도교가 건설되면서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다. 그 뒤 드르니항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주위의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바다 위를 걷는 신비함이 더해져 해상 인도교를 개통하자마자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부각됐다.

이어 태안해변길이 개설됐고 올해에는 그동안 지저분하던 드르니항을 아스콘으로 일제히 정비하고 주차장을 신설했다. 비로소 항으로써의 제 모습을 갖춘 드르니항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포구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굴항포 운하가 역사적 흔적 남아

원래 이곳은 안면곶이었다. 옛날 삼남지방의 조곡을 운반하던 조곡선들이 풍랑을 만나면  쌀과 곡물 등이 많이 유실됐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겨 조곡선의 난파가 심했던 지역인 태안반도의 안면곶을 굴착 섬으로 만들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조선 인조 16년 (1638년)에 안면곶을 착항해 지금의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의 창기리 서북단의 판목 불탄개, 옛지명 굴항포(掘項浦)를 착항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드리니항 전경과 대하랑 꽃게항 해상인도교
 드리니항 전경과 대하랑 꽃게항 해상인도교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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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는 육지와 이어졌던 태안군 남면 신온리의 마을 남단과 안면도 창기리의 판목 마을을 인공으로 잘라서 만든 인공섬인 것이다. 지금도 천수만 내쪽으로 운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촌계의 장벽 낮추기에 나선 드르니 어촌계

드르니 어촌계 김정일 계장은 ▲1가구 1계원, ▲가입금 500만원, ▲마을 거주 2년 이상 등 10년 전에 만들어진 가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려 한다.

드리니 어촌계 수산물 판매장
 드리니 어촌계 수산물 판매장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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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존 계원들을 설득해 거주기간을 없애고 기입금의 기준을 줄이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어 외지에서 귀농·귀어한 주민들에게 문호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정일 계장은 "기존의 계원들이 아직도 지역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 성향을 많이 보여 쉽지는 않다. 하지만 기존의 젊은 계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설득하여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주로 자율관리 공동체인 어선 어업을 하는 계원들이 많고 어장에서의 소득을 합하면 계원당 평균 1년에 3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어촌체험마을 지정이 숙원 사업

드르니 어촌계에는 주로 어선 어업을 하는 계원들이 많아, 사실상 어장 작업보다는 체험 어장으로 개발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일 계장은 그동안 수없는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충남도와 태안군에 어촌체험마을 지정을 신청하고 있다. 김 계장은 충남도가 어촌체험마을 지정을 꺼리고 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김정일 드르니 어촌계장
 김정일 드르니 어촌계장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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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충남도가 6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발주한 드르니항 주차장 및 어구 적치장 신설 등 드르니항 정비는 드르니 어촌계의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바지락 어장환경 개선 사업 과정에서 반입된 모래에 '흰발농게'라는 보호종이 딸려오면서 급격히 이상 증식되어  주차장 및 어구 적치장 신설 등이 사업이 중단 위기에 몰려있다.

김정일 계장은 "드르니항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반드시 주차장 신설과 어구 적치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깨끗한 환경 속에 관광객을 맞을 수 있는데 갑자기 보호종이 나타났다"면서 "설계까지 끝나고 발주된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항으로 사람이 먼저 아니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김 계장은 "유어장 갯벌체험을 위해 화장실, 샤워장, 안내실 등을 갖춘 어업인 복지회관의 신설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잘사는 어촌계를 만들려고 계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드르니항과 어촌계에 더 많은 관심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드르니어촌계, #태안, #대하랑꽃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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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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