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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동안 자녀 양육비로 매 달 60만 원 정도가 지급된다. 만약 여자가 출산과 양육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자 할 때는, 그 일이 임시직이라고 해도 1년간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게 된다. 또 그 아이가 25세가 될 때까지 자녀양육비가 한명 당 매달 25만 원씩 지급된다.
 독일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동안 자녀 양육비로 매 달 60만 원 정도가 지급된다. 만약 여자가 출산과 양육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자 할 때는, 그 일이 임시직이라고 해도 1년간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게 된다. 또 그 아이가 25세가 될 때까지 자녀양육비가 한명 당 매달 25만 원씩 지급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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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 3학기 첫 수업, 유독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여자인 나도 반할 정도로 조각처럼 예뻤다. 그런 그녀의 미모를 주변 남학생들이 몰라줄 리 없었다.

쉬는 시간에 남학생들은 그녀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서로 수군대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 한마디라도 붙여 보려고 옆에서 서성대기 일쑤였다. 얼마 후 그녀는 같은 과의 한 남학생과 사랑에 빠졌고, 강의시간에도 서로 입을 맞출 정도로 둘 사이는 급진전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이후 한동안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 교정에서도, 강의실에서도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유치원을 향해 열심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동거와 출산은 이곳에서 아주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녀가 조금만 친하다 싶으면 어느새 동거에 들어가고,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낳아 기르면서 학업을 이어 가는 것이 독일의 대학문화이다.

학교와 국가는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이 중단되는 여학생들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탁아소와 유치원을 학교에 마련해 놓고 육아로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돕는다. 여기에는 여성의 잠재력과 경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국가적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내가 다닌 대학교만 해도 교내에 탁아소 1곳, 유치원 2곳이 있었다.

독일은 보통 4살부터 유치원에 보낼 수 있고, 이때부터 의무교육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학생의 경우는 예외이다. 아이가 두 살이 되면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 출산 후 바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엄마들은 탁아소를 이용하면 된다. 엄마들끼리 빈 강의 시간을 이용해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학업을 진행해 나가기도 한다. 이 두 곳 모두 부모 한쪽이 대학생이면 이용 가능하다. 부부관계가 법적이든 실질적이든 그것은 따지지 않는다.

기분 묘한(?) 황당함

방금 샤워를 마친 여성이 보무당당하게 복도를 활보한다. 젖은 머리에 달랑 수건 한 장 걸친 모습. 어떤 시선도, 눈치도 살피지 않는 게 영락없이 자기 집 안방에서의 몸짓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다. 또래 친구들, 심지어 남학생들도 많다. 중국에서 온 왕(王)군도 있고, 이집트 유학생 모제스(Moses)도 있고, 폴란드 출신 필립(Filip)도 있다. 독일 대학의 기숙사에서 겪는 기분 좋은 황당함이다.

독일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숙사의 배치다. 여학생동과 남학생동의 구분이 따로 없다. 달랑 세 명이 사는 공동하우스도 마찬가지로 남녀 구분 없이 모여 산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완전한 성인(成人)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다 큰 어른들을 두고, 성별을 구분해 방을 배치하는 것이 그들 눈엔 어쩌면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독일 대학에서 남녀문제는 온전히 그들 몫인 셈이다.

사실 남녀 구분 없이 어우러져 사는 기숙사 문화에 충격을 받는 건 갓 도착한 외국인 유학생들뿐이다.

독일의 개방된 성문화

말 나온 김에, 독일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조금 더 살펴보자. 여기 학생들은 어느 정도 크면 동거에 들어가는 연인들이 많다. '어느 정도'의 시기를 고등학교 시절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독일에서 가사 도우미로 잠깐 일할 때였다. 일을 돕던 집에 고3 여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 방을 청소하러 들어가려던 참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야시시한 잠옷 차림의 그녀와 함께 트렁크 팬티 차림의 남자친구가 한 방에서 나서는 것이었다. 당황해하고, 놀라고, 민망해하는 것은 나뿐이고,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당황함도 없었다.

얼마 후 그 둘은 지하실에 신방을 차리고 동거에 들어갔다. 그런 청소년의 개방화된 성문화도 충격이지만, 그렇게 쉽게 서로의 성적 만족을 채우도록 허락하는 부모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출산보다 신중한 결혼

상황이 이러하니, 동거율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심지어 결혼보다 동거를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동거를 하다 마음이 맞지 않아 (아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그냥 헤어져 버리는 경우도 많고, 한참을 같이 살며 아이까지 낳아 키우다가 뒤늦게 결혼하는 부부도 있다.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은 법적·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 뒤에 이혼문제가 생기면, 어느 한쪽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떠안아야 될 테니. 이런 높은 동거율과 낮은 결혼률 때문에 독일의 이혼율은 실제보다 낮게 나타난다.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반 정원 15명 중에 대학생 미혼모는 절반 이상이었다. 초등학교 큰 아이의 반도 미혼모와 결손가정을 합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법적 미혼모의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미혼모가 누리는 법적 혜택 때문이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결혼유무와 상관없이 부모로서의 책임은 확실하게 분담한다는 점이다. 양육권은 1차로 엄마에게 주어지고, 양육비는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소득능력이 있는 쪽에서 매달 일정액을 지불한다. 자녀와의 만남은 부모의 권리이기 때문에 평일에는 엄마와 함께, 주말에는 아빠와 함께 지내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한다.

앳된 모습으로, 당당하게 유모차를 끄는 독일 엄마들

독일 시내에선 아주 앳된 모습의 소녀들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림잡아 15~16세 남짓이나 되었을까? 사실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당당하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독일에선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임교육을 철저히 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하여 아이가 생기면 낳는 것이 보통이다. 아마도 법적으로 철저하게 낙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일 게다.

이곳에서 철없는 나이에 부모가 되는 걸 그나마 덜 두렵게 하는 게 바로 자녀양육비 지원이다. 당장의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걱정한다면, 경제력이 없는 어린 부모들이 선뜻 아이를 낳지 않을 테니 말이다.

독일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동안 자녀 양육비로 매 달 60만 원 정도가 지급된다. 만약 여자가 출산과 양육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자 할 때는, 그 일이 임시직이라고 해도 1년간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게 된다. 또 그 아이가 25세가 될 때까지 자녀양육비가 한명 당 매달 25만 원씩 지급된다(보통 양육비는 18세까지이나 자녀가 아직 대학생이거나, 직업교육을 받고 있으면 25세까지 지급되고, 장애인의 경우는 나이 제한이 없다).

셋째 아이부터는 그 액수가 더 많아진다. 또 자녀수에 따라 세금감면이나 집을 지을 때의 국가보조금도 달라진다. 이쯤 되니, 아이가 없는 가정은 억울할 것도 같다. 독일 주민들 스스로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아이 없는 가정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이다. 물론 외국인도 독일에서 세금을 내면 이 같은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에 연재된 글의 일부를 기초로 하였습니다.



태그:#독일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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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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