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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9월,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박찬주 신임 2작전사령관(오른쪽)에게 부대기를 이양하고 있다. 박 대장은 대장 승진과 동시에 2작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
ⓒ 육군본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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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감사관실이 '갑질' 논란으로 전역지원서를 낸 박찬주 육군대장(2작전사령관)을 해당 부대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전역 공관병들에 대해서는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국방부 감사관실의 이번 감사가 '면피성 반쪽짜리 조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군인권센터가 박 대장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 뒤,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실제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감사관과 직무감찰과장 등 10여 명 이하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지난 2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2작전사령부에 내려갔다. 이들은 박찬주 대장을 비롯해 '갑질' 주체로 꼽히는 박 대장의 부인, 공관병 3명, 간부인 공관장과 운전관, 전속부관, 행정장교 등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관실, 어떤 조사를 하고 있나?3일 현재, 국방부 감사관실은 2일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찬주 대장은 지난 1일 전역지원서를 낸 이후에도 여전히 '정상업무를 보면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찬주 대장을 직접 만나고 온 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사령관은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만큼 모든 것을 조사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 대장의 아내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채, 3일 오후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소 7명 이상의 피해자들이 박 대장과 그의 부인에 대한 갑질 행위를 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달 31일 인권센터의 첫 번째 발표 이후, 박 대장이 3성 장군이던 육군 참모차장 시절 공관병들의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이를 정리해 3일 오전 박 대장과 관련된 네 번째 보도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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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주 대장(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2016년 전반기 육군 주요지휘관회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 육군본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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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방부 차원의 감사가 이틀째 이뤄지고 있음에도, 국방부는 '조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제보 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2작전사령부 관계자는 "관계자들 다 조사한다고 추적이 가능하겠냐"며 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감사관실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차후에 필요에 따라 조사가 더 이뤄지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따져보면 박찬주 대장과 그의 아내가 행한 '갑질'에 대한 제보자는 공관병과 조리병으로 일한 장병들이다. 군당국이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추적'해 조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박찬주 대장과 아내, '갑질끝판왕' 등극앞서 군인권센터가 3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박찬주 대장은 3성 장군이었던 지난 2015년 육군 참모차장 시절에도 '갑질의 끝판왕' 같은 모습을 온전히 보였다. 이 때문에 당시 공관병이었던 한 병사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제보까지 나온 상황이라고 인권센터는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병사가 박 대장의 부인이 지시한 물건을 찾지 못하자, 질책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며 "자살 시도 사건이 났음에도 육군은 사건에 대한 별다른 조사 없이, 해당 공관병을 타부대로 전출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뿐이 아니다. 박 대장은 육군 참모차장 재직 시절 '군기가 빠졌다'며 공관병들을 최전방 부대에 파견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공관병들은 1주일 동안 12사단에 파견돼 GOP 경계근무를 섰다. 박 대장이 공관병에 대한 가혹행위를 넘어 명백하게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박 대장은 참모차장 재임 당시부터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를 상시 착용하게 했다. 전자팔찌를 찬 공관병들은 수시로 울리는 호출벨에 맞춰 '물 심부름' 등 온갖 수발을 들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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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주 육군2작전사령관이 지난 1월 25일 육군37사단을 방문해 박신원 37사단장으로부터 사격술 예비훈련장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 육군본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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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박 대장과 그의 부인에 관한 갑질 제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박 대장의 공관병을 경험했던 제보자들의 증언은 디테일의 차이만 존재할 뿐, 원인과 장소 등은 모두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센터는 박 대장이 2011년 이후 사단장과 군단장까지 역임한 만큼 갑질 행위에 대한 제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보고 "해당 내용을 종합해 빠르면 이번주나 다음주 초 형사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일 시작된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는 언제까지 진행될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군은 "최대한 신속하게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