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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에 이언주 의원 발언 보고, 억울하고 분해서 잠도 못 잤어요. '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도 떠올랐습니다. 저희 요구는 단순합니다. 단지 '비정규직'이라서 당하는 차별과 무시, 우리 아들딸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용순옥(51세·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은 또 한 번 울먹이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다", "저도 스물넷 딸아이가 있다. 제 딸에게 더는 이런 고용불안, 모순된 구조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여 발음이 뭉개지기도 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밥하는 동네 아줌마” 발언에 대한 사과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던 도중,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들과 만나 항의를 받고 있다. 왼쪽 가운데가 이날 이 의원을 찾아가 항의한 용순옥씨(51세·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
▲ 이언주 의원 향해 사퇴 요구하는 학교급식 노동자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밥하는 동네 아줌마” 발언에 대한 사과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던 도중,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들과 만나 항의를 받고 있다. 왼쪽 가운데가 이날 이 의원을 찾아가 항의한 용순옥씨(51세·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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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순옥 지부장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과 만나 이 의원에 항의한 노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앞서 사과 기자회견을 한 이 의원을 찾아가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막말을 하나", "개인적 사과가 아니라 국민의당 정식 사과를 발표해달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현장] "잘 만났다" '밥하는 아줌마' 딱 마주친 이언주).

앞서 "(학교 조리사는)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이 의원은 이날 "저도 아이 둔 엄마로서 학부모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다소 격앙됐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용 지부장은 이 의원의 애초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이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용 지부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 의원 사과와 관련 "여론이 안 좋으니까 사과한 것뿐이다", "오전엔 '욕먹어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다'던데, 그렇게 말해놓고 오후에 잠깐 고개 숙인다고 해서 그게 사과인가"라며 국민의당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의 사과는 여론 악화를 무마하기 위한 '땜질 처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도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는 엄청나다. (이 의원) 사과 뒤에도 가라앉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현장을 전혀 몰라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이 직접 본인이 실수했다고 했으니, 급식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 10분 만이라도 와서 있어 보라고 하고 싶다"며 "그 열기와 현장 분위기를 보면 왜 급식노동자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아우성치는지, 파업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은 '국가 재정'을 언급하며 현실적 부분을 언급한 것이라 해명했다. 관련해 용 지부장은 "이건 의지가 먼저고 방법은 그다음 문제"라며 "돈보다도, 우리를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 인간으로서 먼저 대접해 달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용순옥 지부장과 나눈 인터뷰 요지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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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 이 차별과 서러움, 딸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 아까 이언주 의원이 직접 사과했다. 어떻게 봤나.
"사과를 하긴 했지만, 저희는 사과라고 보지 않는다.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의원님은, 인간으로서 제일 기본적인 부분을 건드리셨다. 그 발언에 저희 급식노동자 외에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분개하고 있다.

본인도 아까 사과하면서 '저도 아이 키우는 엄마다. 고생을 잘 안다.' 이렇게 얘기하시던데, 언행일치가 되지 않고 있다. 국민 혈세로 뽑힌 국회의원이 여성 폄하, 노동자 폄하가 담긴 막말을 내뱉은 것 아닌가. 그래놓고 지금 이 문제가 일파만파 퍼지니 사과하는 것이다."

- 이 의원 발언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봤나.
"대한민국 국민 중에는 노동자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낮은 노동 인식을 그대로 얘기할 수 있나. 얘길 들으면서 '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 발언까지 생각나더라. 급식노동자를 '밥하는 동네 아줌마, 교육만 좀 시키면 된다'? 이건 국회의원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 이 의원은 폄하 의도는 없었고, 현실적인 부분을 얘기한 것이라 해명했다.
"재정에 대한 부분, 얘기할 수 있다. 저희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솔직히 예산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다. 현재 1~2년 일한 사원과 20년 넘게 일한 사원이 똑같은 기본급을 받는다. 저희는 이 불공평한 임금 제도를 고치자는 거다. 이런 임금 구조 속에서는 미래가 없다.

비정규직 차별도 심각하다. 저희가 1년에 두 번 평가를 받는데, 여기에 따라 목숨 줄이 달려있으니 권리를 찾자는 말도 제대로 못 한다. 비인간적인 대접, 불공평한 업무를 떠맡겨도 반박할 수가 없다. 반박하는 순간 잘릴 수가 있는 탓이다. 그런데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의원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 이 의원은 '부모 마음'을 들어 해명했다. 혹시 학교 비정규직 파업을 응원하는 부모들도 있었나.
"학부모 중에도 응원하는 분들 많다. (학부모들이 속한)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아예 지지성명을 냈고, 직접 힘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일례로 서울에서는 1인이 200명 급식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런 걸 알리면 학부모들은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신다. 뒤늦게 알고 응원하는 거다.

무엇보다 저는 제 딸아이가 더는 모순된 구조에서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가 비정규적으로 살면서 당했던 비인간적인 대접, 딸아이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비정규직이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기계약직 2400여 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한 것, 국회(정세균 국회의장)가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꾼 것, 다 예산이 그렇게 크게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일 뿐, 방법은 그다음 고민이다."

-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이 있다고 보나.
"일단 이언주 의원이 본인이 실수했다고 하셨으니, 실제로 우리가 일하는 급식실에 와서 10분만 와서 있어 보라고 하고 싶다. 그 열기와 분위기를 보면 노동자들이 왜 이리 분노하고 파업하고 아우성치는지 알게 될 거다. 지금 현장의 분노는, 사과한 뒤에도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관련해 당의 입장도 나와야 한다고 본다.

또 아까 국민의당 공식홈페이지를 가보니 '국민 속으로 다가가겠다'라고 쓰여 있더라. 국민의당은 서민을 대변하는 공당 아닌가. 정말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당사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은 솔직히 국민 표를 바라는 분들 아닌가. 저희 입장은 '비정규직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는 거다. 노동자도 국민인데, 이렇게 서러움·차별·무시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


태그:#국민의당 이언주 막말, #이언주 국민의당, #막말 파문 급식노동자, #노동자 만난 이언주, #국민의당 이언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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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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