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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탈핵'을 선언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신규 핵발전소 계획 백지화, 수명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발표했다. 탈석탄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도 제시했다.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기 위해 태양광, 해상풍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 친환경 에너지 세제의 합리적 정비,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를 전환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의 탈핵 선언은 앞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핵발전 확대정책에 대전환을 예고하는 반가운 소식임은 틀림없다.

탈원전 정책은 갑자기 나온 정책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기존의 원자력 의존 중심에서 벗어나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제가 형성되었다. 이런 의제가 문제인 대통령 뿐만이 아니라 대선 후보 다수가 이 문제에 대해서 방향이 대체로 일치했다.

탈핵 선언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신고리 5호기와 6호기는 실제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최대로 발생해도 규모 5.0 이상을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설계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은 5.0을 넘었다.

우리나라 원전은 경주 대지진 발생 전과 후는 분명 달라야 한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진 최대 규모가 5.0 이상을 넘어서지 않으리라고 예상 했었기 때문이다. 모든 원전을 다시 점검해야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관련 논의는 더욱 더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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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소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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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고리 5·6호기를 포함 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으로, 신고리 5·6호기 뿐만 아니라 다른 원전도 추가적인 공론화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원자력학계·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명이 성명 발표하는 등 한편에선 전문가가 배제된 채 추진되는 일방통행식 '탈(脫)원전' 정책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있다. 기술적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사람과 조직이 운용한다. 설사 기술은 입증됐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과 조직, 자연재해는 입증되지 않았다. 사람과 조직에 맡겨졌을 때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과정을 결정하는 것에서 기술적 전문성은 필요조건이지만 기술적 전문가주의에만 입각해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지금까지 일부 에너지전문가들이 이러한 에너지 정책을 독점해오면서 기술적 잣대로만 에너지정책을 판단하여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수술할 의사를 결정할 권한은 환자에게 있는 것처럼 원전 정책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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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환경운동연합 노후원전 폐쇄퍼퍼먼스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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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는 전세계 최대의 핵발전단지가 이미 조성되어 있다. 현재 고리1호기를 포함하여 7기가 운영 중인데, 여기에 신고리 4·5·6호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세워 현재 건설 중이다. 기술이 좋아서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하고, 원전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이야기 한다. 기술만 믿고 이런 결정을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원자력발전소는 가동을 하는 순간부터 사용후 핵연료가 나오는데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처리방법이 없다. 고리1호기는 40년 가동했다. 기존 발전소는 설계수명이 30년이고, 신규원자력발전소는 설계수명이 60년이다. 고작 30~60년 사용하려고, 처리도 할 수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만들고 폐로하는데는 최소 10만 년 이상 소요되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게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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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찾아온 탈핵도보순례 모습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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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져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탈(脫)핵'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독일, 스위스, 대만은 원전을 포기했다. 일본도 2030년에 재생에너지 비율이 원전비율 20%를 추월하도록 되어 있다. 4월 30일 독인은 50기가 화력 중 8기가만 남기고 85%를 재생에너지가 공급했다. 재생에너지가 10%만 넘어도 전력 안전성이 없다는 원자력학계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이 입증된 사례다.

신규 원전의 건설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거기에 천문학적인 폐로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폐로 결정을 한 고리1호기 폐로 비용은 8000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적게 예측하여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처리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면 원자력의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경제성이 점점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재생에너지는 기술발전과 급격한 비용 하락으로 지속적인 확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대통령의 탈핵 선언 이후 한국 사회는 유례없이 치열하게 에너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이렇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좋은 기회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에너지정책과 핵발전에 대한 자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동시에 탈핵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탈핵 로드맵을 만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핵발전을 계속할 것인가?"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핵에너지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원의 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산업과 경제구조, 에너지 가격과 정책, 시민들의 인식과 소비 행태 같은 사회·경제·기술 시스템 전체를 전환해야 한다. 40년 이상 핵발전을 중심으로 구축해온 시스템을 개혁하는 도전적인 일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바와 같이 에너지전환위원회를 구성해 장기 탈핵 로드맵을 만들자. 탈핵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경로와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원자력계에서는 원전을 줄였을 당장 전기요금 인상이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내일 당장 우리가 원전을 벗어나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계가 과도하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탈핵을 선언한 나라 중 대표적인 곳이 독일이다. 전세계가 독일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2배 정도 비싸다. 1998년 탈핵을 선언하면서 전기요금은 17.11센트에서 현재 29.13센트로 두 배 가량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각 가정에서 내는 총 전기요금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이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효율이 좋아지면서 전기소비는 줄었고,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했을 때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독일은 1998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7%에서 2014년 25.8%로 16년간 다섯배나 증가했다.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독일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당시는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고가였기에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컸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3년전 태양광 100kw설치시 3억 원 정도 였는데, 지금은 2억 원 정도로 떨어졌다. 기술력은 높아져 생산되는 에너지는 많아지고 가격은 낮아지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발전설비가 전기 소비량보다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 신규·노후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폐쇄해도 남아있는 원전 25기와 석탄 발전소 59기, 그리고 쉬고 있는 가스발전소도 있어서 전기요금은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줄였을 때 전기료 인상 추진비용은 전기발전량을 20%를 가스연료로 전환했을 경우 2018년 1616원, 2022년 1652원 정도 상승 할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시대적 대세다. 지금 당장 변화에는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요즘 언론 상에 보도되는 전기요금이 몇 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과장이 심하다.

신재생에너지라고 해서 무조건 청정에너지인 것만도 아니고, 안정성에 대한 질문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덜 위험하고 안전한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한기 위해서는 지원제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하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주민민원과 피해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강점을 살려서 대규모 기업형 설비보다 지역공동체에 기반을 둔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자체별로 지역에너지센터 같은 것을 만들어서 에너지 잠재량을 찾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찾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변화가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40년간 지속적으로 들어 온, '원전없으면 전기는 어떻게 쓰나', '촛불켜고 살라는 얘기냐'는 협박으로 불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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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풍력발전단지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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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우리와 비슷하게 전기의 30%를 원전에 의지하던 독일은 5년 사이에 재생에너지 전기가 30%가 되었고 원전전기는 13%로 떨어졌다. 정부도 30년, 40년, 50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원전을 축소한다는 것으로 대체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다. 원전을 확대한다는 중국, 미국, 일본 조차도 재생에너지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대안을 찾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제 선택이 필요하다.



태그:#탈핵, #탈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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