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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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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있으면 남성가족부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가 중소벤처기업부는 만들지만 대기업부는 안 만들잖아요."


지난 8일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는 여성가족부의 존치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전원책 변호사는 "여성가족부가 있으면 남성가족부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양성평등 위원회가 있는데 왜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것이냐"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만들지만 대기업부는 만들지 않는다"라며 반박했다. 아직 성차별의 벽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논리적 비판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여성가족부를 굳이 없애는 것 자체에 의구심이 든다는 견해이다.

방송에서 3분가량 다루어진 이 짧은 대화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성가족부의 존재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여전히 사회 가운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성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뜨겁게 떠오르는 여성 가족부의 존치 문제, 어째서 이토록 시끄러운 것일까?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정체성 의문에서 시작

지난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한 후보는 이와 같이 주장했다. "여성가족부가 부처로서 독립된 위상이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들이 여성부가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여성의 근로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문제와 차별 등은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의 다른 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설명했다. 이 후보의 주장과 함께 정부 조직 관련 설문에서 축소·폐지 대상으로 상위권에 자주 거론되는 부서가 여성가족부라는 것을 미루어 볼 때 해당 부처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쉽게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주장은 해당 부처의 정체성 의문에서 시작한다. 기능 중심의 다른 부처와는 달리 대상 중심의 여성가족부는 여성, 가족, 청소년이라는 대상에 맞추어 정책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즉, 범점부적 성평등 정책을 총괄할 뿐 아니라 부처의 대상에 관한 정책 업무까지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해당 부처의 예산(2017년 기준)은 정부 전체 예산인 400조 5000억 원 중 0.18%인 7122억 원에 불과하다.

적은 예산에 광범위한 업무 범위를 가진 '미니부처'가 대상 중심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다른 부처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앞서 언급한 후보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틀린 것도 아닌 것이, 여성가족부가 근로 현장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경찰청과 법무부, 보건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가 도와주어야 한다. 이는 대상 중심의 정책이 본질적으로 기능 중심 정책의 도움을 필수로 하는 이원화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이래 설립(당시 여성부)된 여성가족부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의 지위 상승과 권익 향상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은 성차별 해소, 궁극적으로는 성평등에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이원화된 정책들은 성평등이라는 정체성을 상실시켰고, 더 나아가서는 이같은 국가 부처를 운영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범정부적 과제로서 성평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모순을 보여주었다. 결국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가족부가 여성을 위해 하는 일이 무엇이냐, 성평등에 기여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의 폐지? 성급한 판단... 인권 전체 아우르는 역할해야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미비하다고 하여 해당 부처를 폐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여성들은 여전히 유리천장이라는 사회적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비록 지난 과거와 비교하면 여성의 지위와 권익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여성은 폭력과 소비의 대상이며 사회적 약자이다. 성평등을 주장하기 전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먼저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성평등 정책 집행 기구인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끝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때이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의 성평등 정책 전반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위원회는 집행 권한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여성가족부에 대한 권한 강화와 함께 해당 부처를 명실상부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 성평등위원회가 조직 간의 한계를 고려하여 성평등 수립과 조정에 힘쓴다면, 실질적 정책 적용은 여성가족부를 통해 수행하는 새로운 체계가 요구되는 바이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명칭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정 성을 내거는 것으로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성평등이라는 정체성을 견지한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해당 부처의 정체성을 표출하고, 양성의 경계를 넘어 인권 전체를 아우르는 평등적 가치를 제시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는 공무원 임명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표명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간 여러 상황을 핑계 삼아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여성가족부가 새 국면을 맞은 지금 자신의 필요성을 사회 가운데 증명해야 할 때다. 성과와 복지의 기준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성평등 문제, 이것을 범정부적 과제로서 인식하는 새 정부의 태도가 여성가족부의 중요한 동력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태그:#여성가족부, #썰전, #여혐,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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