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야활동가이자 학자로 명망을 쌓은 박세길씨의 <한국혁명>은 새 정부가 감당하고 해소해야 할 문제를 두루 살핀 교양서다. 그는 광장을 점령하고 정권을 보이콧해 마침내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시민사회의 업적을 촛불시민혁명이라 명명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와 정치권이 바로잡지 못한 권력의 부정을 제도 밖의 시민들이 힘을 모아 고쳐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촛불시민혁명을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정치에 어떻게 개입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유의미한 사례'로 규정한다. 또 이로부터 탄생된 새 정부가 시민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사회·경제적 질서를 창출하는 '한국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표지
▲ 한국혁명 책 표지
ⓒ 더봄

관련사진보기

뿐만 아니라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첫 번째 정치적 승리를 맛본 청년세대의 자각과 함께 보수층이 붕괴된 정치 현실이 필연적으로 한국혁명이라는 새로운 질서의 태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더해진다. 저자 박세길은 낡은 것의 몰락을 넘어 새로운 것의 구축이 수반돼야 진정한 의미에서 혁명이 완성될 수 있다며 평등하고 공정한 정치·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기존 한국사회에서 정치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모두가 현실사회의 문제를 개선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러면서 창조적인 구성원을 길러내는 교육과 수평적인 경제생태계를 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한국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정부가 시장실패에 적극 개입해 재벌체제를 개혁하고 창조적인 벤처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며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게끔 협동조합 체제로 노동자들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양분되고 그마저도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조직화하지 못한 기존 노동조합 조직은 새 시대의 주역으로 걸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화는 노동조합을 통해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노동조합이 청년 비정규직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비전을 담을 적절한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협동조합은 비정규직 조직화의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조직화이다. (...) 이 모든 변화는 노동자들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기초인 자본 임노동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고용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가 자본주의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주적 삶을 살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노동자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바로 이것이다.' - 267, 268p

이밖에 책은 벤처기업 중심의 창조경제 및 협동조합을 통한 평등 생태계 구축과 함께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는 교육과 복지, 금융의 정상화를 이룩해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각 부문 별로 난국에 봉착해 사회개혁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이들 분야의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내야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살펴보았듯 책은 10년 만에 집권한 민주정권이 전방위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국사회를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을 담아냈다. 특히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양극화와 성장동력 상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인식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유명한 작가의 저작인데 반해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아쉬운 점 일부를 적고자 한다. 우선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19대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사건에 맞춰 급히 기획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책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실망감을 줄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 보인다.

무려 375페이지로 쓰인 책 몇몇 곳에서 신문기사 등 다른 이의 저작을 표기 없이 가져와 활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충북 K뷰티벨트의 성공이 언급된 부분이 대표적인데, 조선일보의 보도를 별다른 출처 표기 없이 쓴 것은 의아한 대목이다. 작가 자신이 다른 업체의 성과를 가로채는 기업경영을 비판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이러한 집필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직접 발품을 팔아 사람을 만나고 다른 자료 여럿을 교차해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본다.

책은 후반부에서 막대한 지하자원을 지닌 북한과의 통일을 통해 한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원 매장량과 평가액은 근거가 불충분한 낙관적인 추정액에 불과하다. 책은 북한에 약 600~900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적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시중에 떠도는 이 같은 설은 십여년 전 북한과 중국 관계자의 입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이후 집중적인 탐사가 이뤄졌으나 실제 채굴에 성공해 이용하고 있는 원유는 없는 상태다.

이는 간단히 기사만 검색해 확인해 보아도 알 수 있다. 개발사업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가 채굴가능 매장량을 책이 적은 분량보다 훨씬 적은 40~50억 배럴로 추정한 사실이 있고 이 역시도 낙관적인 추정치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보도된 어느 언론, 어느 자료를 통해서도 북한에서 상업적 가치가 있는 원유 매장은 확인된 바 없다(관련기사 : 북한, 석유 매장 확실…美 헤지펀드 주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진 것을 두고 미국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문제의 해결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뇌출혈로 쓰러지기까지 했다'며 일부 외신에서 보도된 바 있는 가설을 사실처럼 적은 부분도 아쉽다.

퇴고와 교정 과정을 충실히 거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오자도 눈에 띈다. 1판 1쇄를 읽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290페이지의 '신자자유주의(신자유주의의 잘못)', 338페이지의 '저부가치(저부가가치의 잘못)', 347페이지 '12일(12월의 잘못)', 351페이지 '힐 때까지(할 때까지의 잘못)' 등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저자 박세길씨는 "전체적으로 인용을 밝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서술하다보니 빚어진 착오인 것 같다"며 "특정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 포괄적 주제를 다루다 보니 종종 이런 약점을 드러낸다"고 해명했다. "재판 기회가 오면 (이런 지적들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문제에도 책의 의미 전부를 폄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전반에 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그 방향성을 탐색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혁명 / 더봄 / 박세길 지음 / 2017. 03. / 18000원>



한국혁명 - 불평등 해소의 새로운 길

박세길 지음, 더봄(2017)


태그:#한국혁명, #더봄, #박세길, #김성호의 독서만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