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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처분할 주식 규모를 축소해주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처분할 주식 규모를 축소해주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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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순환출자고리 해소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26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청와대나 삼성의 외압이 없었다고 했지만 어딘가 허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김 전 부위원장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9차 공판 증인으로 불렀다. 그가 공정위 재직시절 삼성에 특혜를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한 삼성은 법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 일부를 처분해야 했다. 당시 공정위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는 그 규모를 1000만 주라고 판단했고, 이 결론은 그해 10월 14일 정재찬 위원장 결재까지 났다. 그런데 12월 23일 공정위는 삼성의 처분대상이 500만 주라고 최종 발표했다.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은 이 과정에 청와대와 삼성이 개입했고, 김 전 부위원장이 실무진을 압박했다고 본다.

결재까지 했던 보고서에... 재검토 지시 내린 이유

지난 24일 법정에 나온 석동수 당시 사무관은 2015년 11월 18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갑작스레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삼성 문제 처리 과정을 기록해둔 '일지'에 11월 12일 삼성전자 관계자로부터 '11월 17일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김 전 부위원장을 만나 처분대상 주식문제 통보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 들었다고 기재했다. 당시 공정위는 10월 15일 삼성에 구두로 '처분대상 주식 수는 1000만 주'라고 알렸지만 삼성 요청에 공식 통보를 미루던 중이었다. 하지만 실무진들은 조만간 통보를 해야 한다고 판단, 삼성에도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고 얘기한 상태였다.

26일 김 전 부위원장은 김종중 사장과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11월 17일 오후 5시 반쯤 전화를 받고 7시에 만났다"고 했다. 또 "'일지'는 부정확하다"며 "그날 통보 연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석 사무관은 김 전 부위원장이 김 사장을 만나기 전 '통보 연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보고서를 작성, 김 전 부위원장에게 전달했고 '일지'에도 첨부해뒀다. 특검이 이 자료들을 제시하자 김 전 부위원장은 "김 사장과 만난  날이 17일인지 명확히 기억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석 사무관에게 보고받은 것도 맞다고 했다. 또 자신이 석 사무관에게 "공식 통보 후 국회‧언론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최대한 늦게(25일경) 통보하는 게 좋다"고 지시했다는 '일지' 내용도 인정했다. 특검에서 "김종중 사장이 '공정위 검토 결과는 너무 과도하다, 다시 검토해달라'고 해서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다"고 말한 내용 역시 유지했다. 그러면서 '일식집에서 만났다'는 진술은 "고기를 먹은 것 같다"로 번복했다.

김 사장과 만난 다음날,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석 사무관 등을 호출했다. 그는 "해당 법 조항을 보니까 기존 검토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면밀히 보다보니까 눈에 띄었고, 제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잘못된 것 같아서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부위원장은 김 사장에게 문자로 순환출자고리 문제 판단기준을 바꾸는 논리를 설명했다. 특검은 이후 삼성이 공정위에 보낸 의견서 내용이 김 전 부위원장 문자와 똑같은 논리라며 "문자를 참고해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알 수 없다"고만 했다.

"최상목 전화 받고 '500만 주가 맞다' 생각났다"

그럼에도 실무진들은 '1000만 주'란 결론을 바꾸지 않았고, 얼른 삼성에 통보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부하직원들을 질책하며 이 문제를 전원회의에 올리라고 지시한다. 또 12월 8일 김종중 사장에게 '16일 전원회의에서 논의할 것 같음'이란 문자를 보냈고, 다음날 '그렇게 할게, 땡큐'라는 회신을 받는다. 회의 당일과 다음날에도 두 사람은 수차례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았다. 이 날 검찰 측 신문 과정에서 김 전 부위원장이 모두 인정한 내용들이다.

김 전 부위원장이 수시로 연락한 사람은 또 있다.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다. 특검은 두 사람이 11월 24일 4차례, 11월 27일 4차례, 그리고 12월 9~15일 사이에 통화한 내역 등을 제시했다. 또 "최 비서관이 12월 21일 전화로 '삼성 처분주식을 500만 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물어서 어떻게 하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던 김 전 부위원장의 특검 조사내용을 언급했다. 처음엔 "검사님이 그런 식으로 조서를 썼다"고 하던 김 전 부위원장은 "최 비서관이 물은 건 맞고, '500만 주가 더 맞다는 생각'이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500만 주가 더 맞다'고 판단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최 비서관 전화를 받고 생각이 났냐"는 질문에 갑자기 목소리를 키워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특검이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고민해오다가 전화가 왔는데 (기존 판단의) 모순이 생각났다"고 말을 바꿨다. 이재용 부회장은 잠시 안경을 벗고 얼굴을 만졌다.


태그:#이재용, #공정위, #박근혜,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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