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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기간 동안 가족모임이 있어 펜션에 놀러가게 되었다. 신나게 놀다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 반에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목 아파!"

연신 목이 아프다는 소리를 지르며 울어댔다. 처음엔 잠을 잘못자서 목이 아픈 건가 했는데 불을 키고 보니 목근처가 빨갰다. 모기에 물린 건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놀라며 외쳤다.

"어머, 어머! 지네!"

그냥 보던 보통 지네가 아니라 길이가 15cm는 되어보였다.

펜션에서 새벽에 나타난 지네
▲ 아이를 물었던 지네 펜션에서 새벽에 나타난 지네
ⓒ 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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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잽싸게 가서 잡았는데 얼마나 생명이 질긴지 딱딱한 동화책으로 5번 넘게 내리쳐도 죽질 않았다.

점점 빨갛게 부풀어올르고 있는 지네에 물린 상처
▲ 지네에 물린 아이의 상처 점점 빨갛게 부풀어올르고 있는 지네에 물린 상처
ⓒ 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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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상처를 자세히 보니 물린 이빨 자국이 보였고 귀 뒤로 손바닥만 하게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큰아빠가 가지고 오신 알콜솜으로 닦아내고 저녁 먹다 남은 오이를 얇게 썰어서 부어오른 부위에 붙여주었다. 지네에 독이 있을까봐 응급실에 갈까도 했지만 알아보니 크게 이상반응이 없으면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열기를 빼주기 위해 오이를 몇시간 붙여주었다
▲ 지네 물린 상처에 붙인 오이 열기를 빼주기 위해 오이를 몇시간 붙여주었다
ⓒ 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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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오이를 몇 시간을 갈아주면서 붙여주니 빨간 기가 없어지고 아이도 잘 놀고 상태가 괜찮았다. 놀러가서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 모기 걱정만 했지 너무 안이했다. 응급약 가지고 온 것도 없고, 큰아빠의 알콜솜과 고모가 남겨둔 오이가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1. 나들이 갈 때는 꼭 응급약을 여행 가방에 챙겨 넣기 
알콜솜과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이나 오이, 반창고를 항시 들고 다녀야겠다. 혹시나 열이 날까 해열제만 챙겨두었지 이런 사고가 생길 걸 예상하지 못했다.

2. 놀러간 장소에 벌레 퇴치 약 뿌려두기.
다음날 펜션 주인분께 말하니, 원래 우리가 잤던 방 예약했던 손님이 와서 벌레가 있는 걸 보고 예약을 취소했었단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 말씀을 해주시지 속으로 화가 났지만, 벌레 물린 상처에 이상이 있을시 병원비를 내주시겠다고만 하셨다.

다음날, 집으로 올라가는 길 삼촌 집에 들렀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서 뛰어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아프다며 소리쳤다. 마당에 놓인 화분에 선인장이 신기했는지 만졌던 것이다.

날카로운 가시 아이 조심시켜야
▲ 아이가 찔렸던 선인장 가시 날카로운 가시 아이 조심시켜야
ⓒ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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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엄청나게 박혀있어서 빼는데 그 가시가 실처럼 가느다란 거라 잘 빼지지가 않았다. 나도 빼다가 손에 박히고 말았다. 숙모님이 족집게를 주시고, 가시가 워낙 가늘어 잡히지 않을 거라며 테이프와 반창고 등을 가지고 와서 붙여서 떼어 내보았지만 다 빼낼 수 없었다.

이틀정도 지나니 가시가 남아있던 부분이 부풀어올랐다.
▲ 선인장 가시에 찔려 곪은 아이 손가락 이틀정도 지나니 가시가 남아있던 부분이 부풀어올랐다.
ⓒ 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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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빼내지 못하고, 3일이 지난 지금 가시 박힌 곳이 나도 아이도 모두 곪아서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3. 아이가 가는 곳에 나무들 살피기
아이가 꽃과 나무를 좋아해서 잎을 만지곤 한다. 선인장이나 만지지 말아야할 식물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야겠다.

소아과에 가서 여쭤보니 가시가 워낙 가늘어서 빼내기 힘들고, 상처가 아물면서 가시가 밀어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내가 아이를 잘 보지 못해 고생시키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어디를 가든 아이 눈높이에서 위험한 게 없는지 확인해야겠다.


태그:#지네, #선인장, #아이, #상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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