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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문화제가 끝나고 교민들은 촛불로 세월호 리본을 만든 뒤,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세월호를 인양하라! 추모 문화제가 끝나고 교민들은 촛불로 세월호 리본을 만든 뒤,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Andy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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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this song for Easter?" (방금 이 노래 부활절이랑 관련된 노래인가요?)

한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선 120여 명의 이방인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고 있었다. 호주 최대 공휴일인 부활절이자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지 3년이 된 날 4월 16일, 시드니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하이드 공원(Hyde Park)에서 세월호 3주기 추모 문화제를 마련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합군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아치볼드 분수 한쪽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임시 분향소에는 노란 리본과 현수막이 나부꼈다. 세월호 희생자 얼굴이 그려진 큰 현수막을 보고선 공원을 가로지르던 사람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교민들이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설명했고, 설명을 듣자 피부가 하얀 사람, 검은 사람, 노란 사람 할 것 없이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이탈리아에서 온 미첼(32)씨는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정부가 감춰왔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며 "한국인들이 모여 이 사건을 알리는 일은 좋은 것 같다, 집에 가 구글에서 더 찾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평생 살아온 개리(63)씨는 "304명은 너무나 많은 숫자다"라며 "아직도 아무 설명이 없다는 게 더 놀랍다, 꼭 책임 있는 사람이 침몰 이유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드니 교민 강병조씨는 "비록 시드니는 가을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조국의 봄을 함께 기다리겠다"는 말로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 부활절을 위한 노래인가요? 지나가던 행인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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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행인들이 세월호 참사 내용을 정리한 유인물을 읽고 있다
▲ 세월호에 관심이 보이는 사람들 지나가던 행인들이 세월호 참사 내용을 정리한 유인물을 읽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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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이기심, 탐욕, 부조리 드러낸 사건

세월호 참사 희생자 2학년 6반 담임 남윤철 선생님의 누나 남윤혜씨가 발언 중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2학년 6반 담임 남윤철 선생님의 누나 남윤혜씨가 발언 중이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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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으로서 세월호만 아프다고 토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개인의 고통은 누가 아프다, 누가 덜 아프다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고통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바꾸는 꼴이 된다. 그건 사회를 병들게 만든 자본과 권력이 좋아할 일이다.

세월호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권력과 자본으로 가려져 있던 우리 사회의 이기심, 탐욕, 부조리가 드러났다,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야 비로소 세월호 사건이 의미를 갖는다. 추모가 그저 추모로 끝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 당시 끝까지 학생들을 구하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 남윤철씨의 누나 남윤혜씨의 말이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동생을 잃은 아픔보다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끔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여러분에게서 희망을 본다"며 "지난 3년간 여러분의 관심이 큰 힘이 되었다"고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 추모제 참석자가 묵념을 하고 있다.
▲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묵념 한 추모제 참석자가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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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노래와 율동을 함께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Andy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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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는 시드니 교민들의 시, 노래와 율동, 자유 발언 그리고 그림 퍼포먼스 등 공연으로 채워졌다. 교민들이 가진 재능을 달라도 마음은 같았다. 대부분 준비해온 공연을 선보이기 전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어서요, 작은 힘이나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는 말을 꺼냈다.

백지영의 '잊지말아요'를 부른 주소현씨는 "세월호 사건 당시에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내 인생은 세월호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며 "세월호 추모하는 자리가 있다고 듣고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할 수 있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아내와 아들, 딸 등과 함께 나와 노래 '바위처럼'과 율동을 선보인 박성진씨는 "저희는 전문 음악인도 아니고, 전문 공연인도 아니다"며 "작은 힘이 되고자 이렇게 공연을 하게 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주시기 바란다"며 노래를 이어갔다.

추모 문화제 막바지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쪽에 마련된 임시 빈소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그동안 김성종씨는 국화꽃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어서 여러분과 함께 헌화하는 마음으로 국화꽃 한 송이를 그렸다"며 마음을 전했다.

신준식씨가 직접 지은 시 '얘들아 별들아'를 낭독하고 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시 낭독 신준식씨가 직접 지은 시 '얘들아 별들아'를 낭독하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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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씨가 그린 백화 위로 세월호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 백화를 그린 추모 미술 퍼포먼스 김성종씨가 그린 백화 위로 세월호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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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사람들은 추모제 막바지에 들어 임시 빈소에 헌화를 했다
▲ 헌화를 하고 있는 아이 추모제 사람들은 추모제 막바지에 들어 임시 빈소에 헌화를 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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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함께 힘냅시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물어오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세월호 참사를 설명 중인 박정후(21)씨 지나가던 행인이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물어오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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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월호 3주기 추모 문화제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때 만난 뜻 맞는 사람들 100인이 격주로 혹은 주에 한 번씩 만나면서 기획해왔다.

처음부터 추모 문화제를 함께 준비해온 박정우(21)씨는 2015년 9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워홀러다.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나이가 같아 확 와 닿는 점이 있다. 나는 여기서 하고 싶은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하고 평소에 축구도 하면서 지낼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은 그렇지 않으니까"라며 "호주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이렇게 촛불집회나 추모제를 참석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한 명이라도 더 모이면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더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곤(43) 416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드니행동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촛불로 피어나는 걸 인상 깊게 바라봤다. 택시 운전을 업으로 하는데 외국인들도 최근에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며 "해외에도 뜨거운 심장과 촛불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조국에 있는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오클랜드, 시드니, 캔버라 등 오세아니아 7개 주가 함께 모여 횃불연대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조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도 함께 힘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추모 문화제는 오후 2시 20분(호주시각 4시 20분)께 시작해 2시간 여 진행된 뒤 4시 20분(호주시각 6시 20분)께 끝났다.


태그:#세월호,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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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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