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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여의도 FKI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17 동아 비지니스 서밋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후보 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12일 오전 여의도 FKI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17 동아 비지니스 서밋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후보 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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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다수의 표를 얻는 싸움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지만 다수를 만족시켜야 할 의무가 후보에게 있다. 그래서 선거는 최대한 덜 미움 받는 싸움이기도 하다. 특히 강 대 강이 맞붙는 대선은 그러한 경향성이 더욱 강하다.

때문에 유력 후보는 외연 확장이라는 과제 앞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자신이 끌어와야 하는 유권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을 받고, 답을 내놓는다. 둘 다 얻으면 좋겠지만, 사실 덜 미움 받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진보 성향의 호남권과 보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기반은 호남이다. 하지만 최근 안 후보의 상승한 지지율에는 보수 진영의 역선택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안 후보는 당론을 뒤집으면서까지 사드배치 찬성 의견을 내놓는 등 보수 행보를 내놓고 있다. 물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등 호남을 향한 구애도 멈추지 않고 있다.

"도덕적 우월성 강조, 선거의 독약"

안 후보처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적폐청산 프레임의 딜레마' 앞에 놓여 있다. 적폐청산의 적임자를 자임하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 그 프레임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적폐청산이 됐나, 안 됐나' 논쟁은 차치하고,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후 적폐청산 프레임은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젠 문 후보에게 그것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문 후보의 숙원인 호남 표심에 있다. 문 후보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를 '정권연장의 대리인'으로 지칭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 시점부터 줄곧 강조해왔던 문제의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호남의 안철수 지지자들로부터 '그럼 우리도 적폐세력이냐'는 반발을 살 수 있는 말이다. 즉 호남 민심이 두 후보를 두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문 후보의 프레임은 '덜 미움 받아야 하는 싸움'의 좋지 않은 전략인 셈이다. 이는 호남뿐만 아니라 안 후보 지지자 중 진보적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러한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문재인 지지자들께 드리는 부탁 4가지).

"안철수·국민의당 지지자 전체를 적폐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조갑제 등 극우파나 반기문 지지모임 '반딧불이'가 안철수는 지지하고 나섰지만, 이들은 일부이다. 박근혜에 반대하며 안철수·국민의당을 지지하거나 문과 안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보통평균인'의 마음을 가져와야 한다. '촛불정신'을 강조해야 하지만, 촛불을 직접 들지 않고 주저주저했던 시민의 마음도 챙겨야 한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촛불 대 반촛불' 구도로 가면 안 된다. 도덕적 우월성 강조는 선거에서 독약이다."

문재인 비서실장 "적폐청산 프레임은 페이드 아웃"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나란히 앉은 문재인-안철수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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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대위도 이런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12일 민주당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사실 진작 (프레임을) 전환했는데, 계속 혼선처럼 비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래는 후보 선출과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기조를 바꿔왔다. 우리의 생각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 이렇게 두 방향이었다. 최근엔 (후자를 강조하기 위해) 강한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폭으로 사람을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혼선이 있었던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이젠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어 임 실장은 "정책 기조와 후보의 메시지에선 (적폐청산 프레임이) 페이드 아웃(fade out, 영상의 화상을 점점 흐리게 하는 기법)된 상황이다"라며 "물론 관련 질문이 나오면 '여전히 적폐청산의 생각은 유효하다. 사람의 청산이 아니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할 건데 이전처럼 먼저 적극적이진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도 "적폐청산을 위한 노력은 틀림없이 하지만, 본격적 선거운동에 진입하면 후보는 외연 확장을 위한 계층계급별 맞춤 공약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적폐청산 실천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면서, 후보는 점점 정책과 비전 중심으로 발언할 것이다"라며 "이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 위원장은 "(안 후보를 적폐청산의 대리인이라고 표현한 것은) 안 후보를 지지하는 호남 유권자를 겨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기존의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지지층이 '문재인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철수를 찍는다'는 역선택 시도를 향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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