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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중국 녹지그룹이 연내 개원을 목표로 개설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16일 모습.  녹지국제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되는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2017.3.16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중국 녹지그룹이 연내 개원을 목표로 개설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16일 모습. 녹지국제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되는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2017.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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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승인되었다. 정부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 검토 결과 "투자 적격성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였고, 제주도를 관광하는 중국인을 주된 대상으로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 시술을 할 것이므로 병상 규모, 지리적 제한(제주도) 등을 감안할 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설립을 승인하였다. 과연 정부의 주장처럼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문제가 없을까?

무늬만 외국의료기관, 실상은 내국인영리병원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며 정주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인 전용 병원'이 최초로 도입되었다. 당연히 외국인만 투자와 설립이 가능했고,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2005년 '외국인 전용 병원'이 내국인도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바뀌었고, 이름 또한 외국인 전용 병원'에서 외국의료기관으로 개명되었다. 또한, 외국인만 투자 가능한 규정은 국내 법인까지 투자가 가능하도록 개정되었다. 이후 수차례 관련법은 개정되었고, 현재는 자본금 50% 이상만 외국인 투자하면 내국인 의사가 진료하고 내국인 환자가 진료받아도 문제없는 "무늬만 외국의료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러한 외국의료기관을 외국인이 투자해 설립하고, 외국인이 '주로' 이용할 것이라 주장하며 국내 의료체계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장기체류 의료관광객 증가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외국의료기관이 국내경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외국의료기관이 국내경제 활성화를 시킨다고?

의료관광 중심지이며 영리병원을 운영하는 싱가포르의 예를 살펴보자. 병원협회 산하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의 연구자료(<싱가포르의 영리의료법인> 2006 : 파크웨이 의료그룹, 연구실장 이용균)에 의하면 싱가포르 영리병원의 평균재원일수는 일반병원의 평균재원일수 4.5일보다 짧은 약 3일이다.

영리병원이 일반병원보다 재원일수가 짧은 이유는 외국인 환자가 입원할 경우 빨리 검사해서 입원 다음 날 수술이 가능해야 보다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녹지국제병원도 영리병원이므로 병상 회전율을 최대한 높여야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싱가포르 기준으로 48병상인 녹지국제병원의 연간 입원환자 수를 예측해보면, 약 5800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외래 환자까지 포함하더라도 연간 1만 명 남짓의 환자밖에 수용을 못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녹지그룹이 밝힌 수치와도 일치한다.

우선 1만 명의 관광객 증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제주관광협회의 통계(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홈페이지, 2016년 12월 관광객 내도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360만 명이다. 그렇다면 녹지국제병원 도입으로 발생될 실질적 관광객 증가율은 0.27%로 극히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런 의미 없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로 정부와 제주도는 마치 엄청난 관광객 유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대포장 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또한, 녹지국제병원이 위치한 제주헬스케어타운은 등기부상 호텔, 카지노, 면세점업과 음식점 등 관광에 필요한 모든 업종신고를 마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지역경제 활성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헬스케어타운 내에 관광객을 묶어놓고 모든 수익을 독차지해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독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병원 신설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정부는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되면 제주도민의 취업인구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의 전체 직원 수는 의사 9명, 간호사 28명을 포함해 고작 134명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호남지방통계청 홈페이지, 2017년 2월 제주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17년 2월 기준, 제주 취업인구 수는 36만6000명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가져올 고용창출 효과는 0.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것도 고용창출의 효과라며 억지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도대체 왜 녹지국제병원 설립에 이토록 목을 맬까?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식 의료영리화... '민영화의 완결판'

보건복지부의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대한민국 대표 보수언론 <조선일보> 사설에서 우리는 정부가 녹지국제병원 설립에 목을 매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이러했다. "13년 만에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국내 병원 역차별 없어야... "

사설의 주요 내용은 "외국인에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국내 병원에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고, 국내 의료계가 의료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아 성과가 미미하므로 의료에 관한 각종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은 국내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영리화-민영화를 위한 각종 규제해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13년 12월과 2014년 8월, 4차, 6차 보건의료분야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해 사실상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하지만 2003년 7월 1일,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된 이후 한 번도 못한 의료영리화·민영화의 완결판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영리병원' 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18일, 국내 제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승인으로 4차~6차 투자 활성화 대책과 더불어 '박근혜식 의료영리화-민영화의 완결판' 그림을 완성했다.

적폐청산 대상, 영리병원 철회돼야

녹지국제병원 설립계획이 발표된 후, 여론조사를 통해 제주도민 10명 중 7명이 영리병원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녹지국제병원 설립에 대한 깊은 우려심으로 녹지국제병원과 관련된 자료요구, 대화와 토론을 정부와 제주도에 요구했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묵살하였다. 또한 의료전문가 단체로 구성된 '제주도 의약 5단체'(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가 녹지국제병원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제주도 의약 5단체'는 "그 어떠한 형태의 영리병원 허용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근대화와 선진화의 상징적 존재인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업을 대형 자본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녹지국제병원이 가져올 폐해를 주장하였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 또한 철저히 묵살하며 2015년 12월 18일, 정부는 국내 제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였다.

녹지국제병원의 승인과정에서 국민은 없었다. 박근혜 적폐 속에서 오직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녹지국제병원은 강행됐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결정권도 국민에 있다.

국민을 배반한 채 강행되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 적폐의 청산대상으로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는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국정농단을 하고도 책임을 회피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민은 촛불 항쟁으로 구속시켰다. 이제는 잘못된 의료상업화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의료영리화-민영화, 영리병원을 즉각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확대·강화하여 진정한 의료선진국으로 나아가자. 촛불 항쟁을 만들어낸 국민의 힘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이 나서서 나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줄 "우리 의료"를 만들어가자!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오상원 기자는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입니다.



태그:#영리병원, #의료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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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농민,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를 총 망라하는 연대체로써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국민홍보와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결성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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